발톱이 또 말썽이다. 발톱이 파고드는 고통, 이것도 오랜만이라고 추억 돋네...ㅋ

현빈이가 갔다고 해병대가 다시 주목을 받는데 나도 거기 갔다 왔다.
거기서 그러니까 현빈이가 이제 막 나온 포항 1사단 훈련소에서의 일인데, 어리바리(본래 어리바리 하지만) 훈련병 시절 제 사이즈 워커도 지급 못 받고 '워커 작다'고 질문했다가 한 대 맞고서야 그런 질문은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시절, 작은 워커 신고 훈련 받다가 엄지 발톱이 살로 파고들어 염증이 생기는 조갑주위염에 걸리고만 것이다. 이미 경험 했던터라 사소한 염증으로 아프다, 라고 말하지 않는 센스 발휘, 고통을 참고 훈련을 받았지만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본 디아이(교관)가 "너 이 새끼 걷는 게 왜 그래, 똥 마렵냐?"는 질문을 받고서냐 "훈병, ***. 네 발가락이 아픕니다!"라고 대답을 했고, "워커 벗어 봐" 상태를 확인한 디아이는 당연히 현란하게 욕을 구사하며 제 몸 간수도 못 하는 어리바리한 훈병을 가여이 여겨 직접 의무대로 데리고 갔다.  그 와중에 나는 전우애를 발휘하여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는 동기 놈 하나를 지목해서 의무대라는 곳엘 갔는데, 바로 수술을 하게 될 줄이야...     

엄지 발톱 왼쪽으로 발톱이 파고 들어 살에 염증이 생겼다,며 의무병은 의료용 가위로 엄지 발톱 3분의 일 지점에 가위를 갔다 대더니 세로로 자르기 시작했다. 뭉둑한 가위날을 발톱 아래로 집어 넣어 또각또각... 대여섯 번의 가위질 동안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생살을 밀며 가윗날이 들어 오는 기분이라니... 의자에 앉아 내려다 보면서도 도무지 내 살 같지가 않았다. 가위질은 발톱이 시작하는 곳을 조금 지나서야 멈추었는데 피가 발가락과 의무병의 손에 흥건하게 묻어있었고 그렇게 발톱의 삼분의 일을 잘라내는 것으로 수술은 끝이었다. 진료를 보다가 갑자기 시작한 시술이었고 디아이와 내 동기는 그 광경을 양 옆에 서서 지켜 보고 있었다. 얼떨결에 치료를 마친 나는 그제서야 동기가 생각났다. '동기는 지금 내가 당한 수술을 이제 곧 할 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았다.)  
독사 같은 디아이도 놀랐는지 의무병에게 "임마, 마취도 안 하고 너무한 거 아니야~"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던 디아이가 처음으로 인간적으로 느껴졌지만 "나도 한 번 해보자"며 의무병의 가위를 뺐는 순간 착각이었음을 곧 깨달았다. 그나저나 불쌍한 건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내 동기지...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또 재밌겠다며 덤벼든 디아이에게 아픈 발가락을 맡긴 동기. 나는 발가락에 압박붕대를 칭칭 감고 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내 발가락이 아픈 것보다 끝났다는(시작하는 줄도 몰랐지만) 안도감에 얼마나 행복했던지.... 나오면서 의자에 앉는 사색이 된 동기의 얼굴을 생각하며 얼마나 웃었던지 ㅋㅋㅋ 

그 발가락이 또 아프다. 그 따위 시술을 받았으니  치료가 제대로 될리가 없지... 어쨌든 앞으로도 구두는 가급적 신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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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1-05-02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산서 회동하였을 적에 해병대 다녀오신 얘기듣고 다소 의외의 표정 짓던 나를 기억하시지요?
그리고 내가 생각하였던 것과는 다르게 해병대의 부조리한 상하간의 괴롭힘의 이야기도 하였었지요?
예전에 가장 친하였던 친구놈이 해병대장교로 복무하였었는데, 부산근교의 단위부대에 놀러가면 장교 고참 졸병간 부드러운 분위기가 무척이나 부드러웠던 기억이..
무엇보다 돌격머리의 향편님이 예리예리하고 섬세한 향편님의 모습과 오버랩되지 않았답니다.
ㅎㅎㅎ

군대에서의 불합리한 보급상황때문에 입은 육체적 후유증.
국가에 어필하여 보상받지는 못하는가요?
구두를 신지 못할 만큼의 상처인데.
공연히 내가 분하려고 합니다.


차좋아 2011-05-02 13:31   좋아요 0 | URL

부산에서 제가 그런 이야기도 했었군요 ㅎㅎㅎ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날이었어요.^^

칠성 횟집의 멸치젓 반찬 진짜 감동이었는데~~ㅎㅎ 다음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칠성횟집에 또 가요^^

군대 이야기, 간 밤에 이저런 생각의 끝에 재미로 썼어요. 예전 생각이 나서요. 웃자고 한 이야기인데 글로 보니 좀 심각해 보이네요 ㅋ 동우님의 위로 20살 향편이 알면 많이 기뻤을 거에요.

동우 2011-05-02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향편님.
4월 책부족의 과제는 '밑줄찾기'로서 마치신건가요?
혹 더 쓰실게 있으실듯도.ㅎㅎㅎ

그리고 굿바이님과 웬디님은 친하신 향편님이 슬쩍 찔러주시기.
불멸은 더구나 웬디님이 추천하였다며요? ㅎㅎㅎ

차좋아 2011-05-02 13:18   좋아요 0 | URL
불멸 아직도 읽고 있어요. 하도 들고 다녀서 책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같이 나달 거려요 ㅋㅋㅋㅋ
다 안 읽었지만 중간 감상이 있으니까 곧 쓰겠습니다. 다 읽고 쓰려면 더 오래 걸릴 듯 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 웬디양님! 굿바이님 어서 읽으세요^^(들리려나~ㅋ)

저 동우님 감상 많이 기대 되는데 제가 쓰고 가서 볼게요^^

2011-05-03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3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3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치 2011-05-0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군대에서 얻은 병들 중에서 수술도 해서 좀 나아진 부분도 있고 악화된 부분도 있지만
가장 없어지지 않는 흔적은 동상후유증 이네요. 동상걸렸던 부분이 날만 추워지면
아리고 아프네요. ^^;

20살 처녀같은 봄이 언제 다녀갔냐는듯 등돌리고 가고 땀흘려야 하는 여름이 곧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땀 많고 열 많은 제게 고통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

저는 아직 불멸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꼴찌는 제가 찜해뒀씁니다.

차좋아 2011-05-10 00:32   좋아요 0 | URL
꼴지는 도치님이 저는 포기 입니다.ㅋㅋㅋ
완독 포기요^^ 하지만 읽은 만큼으로 후기는 쓰려고요. ㅋ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 밤새 놀아야겠습니다. 독후감이나 쓰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