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수업인지 예술학 강의인지... 시간으로 치면 14시간은 족히 수업을 들은 것 같은데 아직 사진기는 폼으로 들고 다닌다. 이론수업 시간도 조금 있었는데 노출과 셔터 스피드와 심도에 대한 약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카메라 이론 배우기는...... 음, 무지하게 재밌었다.ㅋㅋ 12시간 뜸을 들이니 카메라를 만지며 듣는 사진 이론 수업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는거다.
전투수영이 생각났다. 다들 알겠지만 수영의 일반적 룰은 보통 50분 수영에 10분 뭍에서의 휴식인데 반해 전투수영은 10분 물에서의 휴식 50분 백사장에서의 모래수영. 모래수영을 아시는가? 모래탑을 큼직하게 쌓아서 그 위에 배를 깔고 허공에서 평영 자세로 허우적거리는 게 모래수영이다. 바로 몇 걸음 뒤에 시원한 바다를 두고 뜨거운 태양빛을 온 몸으로 맞으며 달궈진 모래위에서의 훈련을 하다보면 물에 대한 공포 따위는 없어지가 마련이다.
선생님 曰: (몇 시간을) 사진이란... 예술이란... 하다가 "카메라 꺼내보게요" 소리에 잠이 달아나고 사진기를 꺼내 렌즈도 빼보고 필름도 넣었다 빼보고 빈 카메라 셔터도 원 없이 눌러보고.. 카메라가 사랑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거다. (카메라를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진 배운다고 설친지가 언젠데 아직 사진 한 장 찍어 본 일 없으니.. 그 출사라는 것을 하는 이번주 토요일이 기다려디고 또 기다려진다.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다려는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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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진에 빠지셨다면서요?"
"아하하 빠진 건 아니고... 사실 빠져 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ㅋㅋㅋ 그럼 하지 마요."
"(엥?) 음... 좀더 들어가 보고요. 더 들어가면 좋아질 거 같아요.(^^)"
책 모임에 못 간다는 말을 하기 위해 통화하면서 나눈 대화였다. 사진에 대한 나의 솔찍한 심정이다.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사진展 [델피로와 친구들]에서 흑백 사진 원 없이 본 날. 함께 갔던 동기들의 감격에 찬 뿅간 눈을 보고 '난 안되겠어...'
기억나는 사진이라고는 두어 장인가 누드 사진이 전부(단체 누드 사진이 특히 인상적). 그 순간의 내 눈을 동기들이 봤으면 나의 예술적 갈망을 느꼈을 텐데... 아쉽게도 눈 감고 걸어다니는 모습만 사람들에게 보였다. 코딱지만한 전시장, 십 분이면 다 보는 사진. 두 시간 동안 보라니!! 나는 어느순간 졸면서 걸어다녔다. 갔던 길 또 가고 또 가고...
두 시간 후 출구에서 만난 어떤 동기는 시간이 짧아 다 못 봤다,며 다시 오겠다고 했고 대부분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감탄하는데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저도 좋았어요' 라고 하기에는 하품을 너무 많이 했고 또 많이 들켰다.. 감격의 여운에 헤어지지 못하는 일행들 자연스레 한 잔 하러 갔지만, 흑백 사진에 가위눌린 나는 피곤해서 집으로...
이쯤되면 나는 사진하고는 거리 멀다, 진단 딱 나오지만 희안한 건 집에 가는 내내 목줄 한 카메리를 만지고 쳐다보고 갔다는 거다. 책도 안보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