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의 아쉬움 뒤로하고 새벽 지하철을 이용해 목적지인 모 절에 갔다.(절이름 기억안남)
ㅎㅊ스님은 새벽예불 마치시고 아침공양중이었고 마침한 타이밍에 도착한 나도 절밥으로 아침 해결. 간만의 절밥을 모델로 찰칵! 부산행의 또 다른 목적인 사진찍기의 시작은 절밥.
차계의 동향과 옛 차친구들의 소식과 근황을 나누며 차마시기를 네 시간. 처음 만날 때 청년 스님이셨던 **스님은 이제 주지스님이 되었고 학생이었던 나는 애 아빠가 되었다. 아는 스님이 주지스님이라니 쫌 뿌듯한 기분^^ 개척 절(교회식 표현)은 아닌 거 같고 큰 스님의 뒤를 이어....(절 시스템을 잘 모르는 나)
부산은 남포동이 차의 메카. 부산의 인사동. 우리는 택시를 타고 남포동 중앙로로 향했고 어느 다장茶場에 들어가 이런 저런 차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보이차는 생차 시장이 질적 양적으로 급 성장을 하여 생차 가격이 기십만원씩한다는 소리를 듣고 기함하였다. 몇 년 간 혼자 차를 마신 나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들이 오고 감에 눈만 꿈뻑거리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또 듣다가... 점심 먹으러 가자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으나 메뉴가 짜장면이라는 말에 급 실망...
'스님... 부산까지 와서 짜장면 먹어야겠어요, 네??' 하지만 스님은 간만의 외식이라며 짜장면을 먹자 하셨고 발언권 없는 나는 그냥 쭐레쭐레...
부산 롯데 백화점 10층. 스님은 짜장면(행복해 하시는 스님), 나는 잡탕밥(아...돼지국밥), 다장 사장님은 유산슬 밥.
다행이도 롯데 백화점 10층의 중식당에서 나는 부산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친구의 촬영지였던 영도. 영도다리를 내려다 보면서 바닷가에 온 기분 실감. 작은 배들이 물살을 가르며 신 영도 다리 아래를 지나는 모습에 가슴이 트이는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을 지르자 함께 자리한 두 분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셨다. 서울 촌놈 기뻐하는 모습이 귀여웠나 보다.
밥을 먹은 후에는 다시 다장으로 돌아가 차를 두 시간 더 마셨다. (바다가 더 보고 싶다)
절에 돌아간 건 세 시쯤, 스님과 나는 또 차를 마셨다. 자꾸 목욕탕에 가자는 스님.....
'스님... 부산까지 와서 목욕탕에 가고 싶겠어요, 네?'
저녁에는 책 부족 동우님과의 만남. 서울에서의 만남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부산 광안리의 칠성횟집에서 우리는 세꼬시에 시원소주를 마셨는데 세꼬시 맛이 정말 좋았다.
매운탕도 좋았고, 반찬으로 나온 멸치젓은 정말 최고! 세 마리를 혼자 다 먹은 나는 돌아오는 기차에서 칠성횟집의 멸치젓 생각에 침을 삼키기도 ㅎㅎㅎ
나는 동우님 페이퍼에서 언급 된 <레디메이드 인생>을 들고 부산에 내려갔는데 동우님은 내가 언급한 페이퍼를 보고 천명관의 소설을 읽고 계시는 중이라 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나는 동우님이 어제 이야기한 작가들의 책을 찬찬히 시간을 두고 읽어볼 계획이다. 특히 우치무라 간조의 [기독교 문답].
부산여행은 만남의 여행이었다. 스님덕에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다를 보고 동우님 덕분에 회도 맛 볼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 구경, 싱싱한 회 보다도 나는 그립고 반가운 만남이 더 즐거웠다.
스님과 방안에서 종일 차를 마시고 (목욕탕을 가더라도) 스님과 함께 함이 즐거운 것이고, 동우님과 얼굴 마주하고 신나게 떠들고 웃었던 그 순간이 기뻤던 만남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