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쌓인 눈을 쓸고 들어왔다.
거리엔, 골목엔 지나는 이 아무도 없고 가로등 아래 금빛으로 빛나는 눈발은 집 앞 골목에 가득 쌓이고 있었다. 눈을 쓸기 시작한다. 뒤돌아 보지 않고 허리를 숙여 비질을 하며 한걸음씩 나아간다. 한 뼘이나 쌓인 눈을 쓸고 돌아보니, 다시 한꺼풀 눈에 덮여 있는 골목길. 오기가 발동해 다시 맨 바닥을 드러내기 위해 좌우로 빠른 비질을 한다. 땀이 났다. 삼 십분을 집 주변을 돌며 눈을 쓸었더니 골목의 눈이 앞 집 대문에, 담벼락에 엉망으로 쌓이고 말았다. 마주한 집 대문도 쓸기 시작했다. 그칠듯했던 눈발이 다시 거세게 내린다.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니 가로등 아래로 눈보라가 치는 듯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눈 밭에 서 있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가 시켜서 쫒겨 나왔는데, 마지 못해 나왔는데, 눈이 원수 같았는데......
휘날리는, 쏟아지는 눈발이 모두 내게로 오는듯 하다. 치워도 끝이 안보이던 골목의 눈은 어느틈엔가 확연히 치워져 있었다. 내일 출근하는 이웃들이 '앞집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구나~'라고 생각을 할까? 상상을 했다. 부끄러워진다(멍청이)
경계의 눈이 눈에 밟힌다. 세상의 눈을 다 쓸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최근에 한 일중에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다. 최근에 내가 쓴 물 중에 오늘 목욕에 쓰인 물이 제일 가치 있게 쓰인 물이었다.
요즘 머리 뜯을 일이 많았었다. 어느틈엔가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셀 수도 없이 빠지기 시작한 내 소중한 머리카락. 그 소중한 머리카락을 뜯고 싶었던 건 가볍게 나온 내 말이 자꾸 생각났기 때문이다. 때론 가볍지 않게 나온 말들 마저도 지나고 나면 후회하곤한다. 말을 하지 말까?(정말?)
다시 생각하니 에너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해야할 에너지를 수다로 배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염없이 비질을 할 때 무념이 그렇게 기쁠 줄 나는 몰랐다. 허리를 펴고 찬 공기속에 숨을 내 밷을 때 가슴 속 잡념이 입김이 되어 사라지는 듯 했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