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에 대한 나의 입장 

솔직하자면, 
스스로 어떤 당위를 세우며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어떤 자리에 가서 십일조 무용론을 펼치는 나는 그간 네가 보아왔던 바로 그 향편인게지.. (그 자리의 말)
그러니까, 십일조를 안 내는건 돈이 아까워서야.

그럼 덜 솔직하게,
성경을 근거로 하자면 십일조라는건 고대 유대교나 예수 사후의 초기 그리스도 사회를 봐도 명문화 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들기도 했고(근거 없음의 근거), 사회현상 근거로는 유독 한국기독교만의 십일조 문화가 한국교회 폐단에 큰 영향과 기여를 했다는 점(비단 십일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십일조를 비롯하여 여타 헌금이 세금의 형식으로 거둬들이는 것에 대한 돈에 반감이 있음) 요런 생각을 하긴하지... 
교회에 대한 반감이 결정적 근거인데 십일조를 강요하는건 바로 그 교회니까. 

그럼 그간 십일조를 했던 나에 대해.... 
고백)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었어. '신은 없다.'라는 의심뿐만이 아니라 '있다.' '없다.'의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교회는 내 생활 그 자체였고 하나님은 그냥 불리우는 하나님이었던거야. 같은 이유로 신의 존재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존재의 실재를 느끼지 못한다고 할까?
엄마가 동전 몇 닢 쥐어주면 하나는 오락실 기계로 하나는 헌금함으로 ...그러다 돈을 벌게되니 당연히 십일조도 냈지. 어린시절 그랬듯이 몇 푼은 술마시고, 차마시고.. 몇 푼은 십일조 내고, 세금도내고.. 

내 어떤 행위가(십일조, 봉사, 효도) 그 분의 뜻에 합할거라는 믿음이 없어.. 다만 인간적 기준이기는 하겠지만 내 양심과 마음속의 하나님 보다는 하나님이 만들었을 나와 우리 가족과 내 시선에 있는 이웃과 잘 지내고 그 사람들을 위하는게 옳다고 생각해.  

지금의 마음.
사실 불편해 십일조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불편한 내 마음을 십일조를 함으로써 달래는 것이라면 진정 십일조가 내겐 의미없다고 생각하는거야.  

고민을 오래해서 이제야 쓰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좀 늦었다.   

복사해 준 목사님 글에서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헌금을 드리기 전에 자신을 먼저 주께 드려야 한다.'인데 이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십일조가 무용하다는 거야.
나는 돈도 아깝지만 나를 주께드리는건 정말 자신이 없다.  말로 자기를 주께 드린다는 신앙고백도 결국 말뿐일텐데 그게 더 창피해.  
파우스트가 인간적 복락을 담보로 영혼을 악마에게 파는 것과 사람들이 지상의 행복을 담보로 하나님을 믿는게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겠고 말이지. 

어젯밤에 늦게 들어갔거든 산이가 자고있는데 너무 이쁘고 또 신기하기도 하고..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아깝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하나님 마음이 그러시겠지? 
하나님이 나 지으신 분이시잖아 그래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시고 나를 구원하셨고. 

말로하는 효도와 다를 바 없는게 교회에서의 신앙고백과 쉽게 바쳐지는 영혼들이라 생각해. 

'자신을 주께 드려야 한다.'에서 드리야 하는 건 돈이 아니라 온전한 마음이겠지? 돈은 그 증거일테고... 그럼 교회에서는 마음을 온전히 바친 신자들의 십일조만을 가려 받아야 할 의무는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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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 2009-11-1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 가지 부분에서 눈이 멈추네. 어쨌든 긴 글 부끄러워 하면서도 남겨줘서 고맙네~^^
(근데 내가 고마워 해야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눈이 멈춘 두 부분은...
1. 사람들이 지상의 행복을 담보로 하나님을 믿는게...
: 현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보인다면 상당히 문제이고, 어떤 부분에서 교회의 지도층이 이런식으로 교인들을 교화(?)시켰다면 그 역시 문제이지. 실은 대부분이 이런 믿음을 갖고 있는게 또 사실이고 문제이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거야. 물질의 복을 위해 하나님을 도구로 사용하는게 정말 믿음일까? 진짜 믿음은 내가 교육받은 바에 의하면 하나님을 1)구세주이자 2)주인으로 인정하는 거야. 그런데 대부분은 1)의 하나님만 믿고 2)의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아서 이런 반쪽 짜리 세계관이 생겨버리는 거야. 주인이 하나님인데 복을 주던 벌을 주던 그건 그 분 뜻인거지. 다 이해하지 못해도 옳을거라는 믿음이랄까...
2. 교회에서는 마음을 온전히 바친 신자들의 십일조만을 가려 받아야 할 의무는 없는건가?
: 바른 교회는 이런 의문을 갖고 진정한 신자만을 교인으로 인정할거라고 생각해. (이 질문 맘에 들었어~^^) 대부분의 교회는 교인 수에 의해 평가받기 때문에 누구든 그 사람이 원하면 다 세례주고 직분 맡기잖아. 하지만 적어도 어떤 교회는 각서(?)에 따라 살아 갈 것을 서명하고 세례주는 곳이 있단다. 그전에 물론 교육도 받겠지. 이런 교회의 교인이라면 온전한 마음의 십일조를 내는 사람들만 있지 않을까.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해보아~

차좋아 2009-11-17 12:33   좋아요 0 | URL
글 보니 부끄러울만하지 않겠어? ㅋㅋ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자기고백을 내가 뭐 잘 났다고 평가할 수 있겠니..
하지만, 그들이 모여 단체를 이뤄 종교라는 하나의 가치를 쫓을 때를 한정해서 하는 비판이라는 걸 염두해 두었으면 한다.^^
자기만의 신을 찾은 사람이 제일 부러워...(가까이는 블리^^) 하지만 그 사람이 찾은 신을 내가 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럴 필요도 없고.

1.슬프게도 내겐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보이네..
'뭐 눈엔 뭐 만 보인다고...'내 눈이 딱 그렇지 뭐~
너랑은 다르지만 난 진실보다는 사실이 중요한 사람이라서..~
2.그치? 대부분의 교회는 그렇고 그렇지? 난 그 교회를 이야기 하는거지.

내가 알기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의외로(?) 건강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아무리 건강하고 눈 밝은 사람도 틀에 갖히면 틀 너머의 것을 볼 수 없고 볼 수 없으면 틀이라는 좁은 공간 너머의 무엇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해. 내가 유신론자이면서 하나님을 모르는 이유.
불행히도 나도 교회라는 좁은 공간에 있고 그래면서도 그 공간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거지. 믿어버리는 순간 나도 하나님에 대해 안다고 하게 되겠지만 그러면 그 땐 교회가 세계가 될 테고 그럼 못나오는거야. 그게 무서운거고 또 그게 부럽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