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버들
김용택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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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에 미쳐 지리산 자락을 헤매며 찾아간 곳은 하동이었고, 그 가는 길에 섬진강이 있었던 것 같다.
하얀 모래가 반짝이는 섬진강이, 지리산을 병풍삼은 악양 들판이 눈에 들어올리 없던 그 시절 나는 아른아른거리는 그 무엇을 잡기위해 그 곳에 갔건만.
발 헛 디딘듯..꿈 마저 잃어버리고 돌아와야만 했던 하동 그 곳.

<하동 배꽃>       -김용택

긴가민가 아른아른 아른거리고
간 지 온 지 한들한들 웃기만하네.
흩날리는 한점 꽃잎 잡아
강물위에 어른어른 뛰어놓고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발 헛 디디며 나는 왔네.        
 

환갑의 김용택 시인은 시를 쓰고 서른의 나는 시를 읽고...(베껴도 보고~)

<이순>            -김용택                                  <이립>      -차좋아

내 나이                                                         내 나이
올 해로 이순(耳順), 세상물정 모르는 바 아니나,  올 해로 이립(而立), 세상물정 모르는 바 아니나,
시 몇편 써놓고 밖에 나가니                              시집 한 권 들고 밖에 나가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세상 부러울게 없다. 

너희들은,                                                     너희들은,
내가 이렇게 잠시나마                                     내가 이렇게 잠시나마
끝 없이 너그러워지는 그 이유를 모를것이다.      끝 없이 자유로워지는 그 이유를 모를것이다.
내 나이                                                        내 나이
이순, 살아온 날을 지우라는 뜻이다.                  이립, 살아갈 날을 채우라는 뜻이다. 

 
나에게 있어 수양버들 나무의 추억은 의외로 가까운데 있었다.
뚝방 비탈에 서 있던 수양버들 나무의 늘어진 가지를 모아 잡고,
동네 아이들이 차례로 매달려 그네를 타던 기억...

<수양버들>      -김용택

너를 내 생의 강가에 세워두리.
바람에 흔들리는 치맛자락처럼 너는 바람을 타고
네 뒤의 산과 내 생과 또 내 생, 그리고 사랑의 찬연한
눈빛,
네 발 아래 흐르는 강물을 나는 보리.
너는 물을 향해 잎을 피우고
봄 바람을 부르리. 하늘거리리.
나무야, 나무야!
휘휘 늘어진 나를 잡고 너는 저 강 언덕까지 그네를 타
거라.
산이 마른 이마에 닿는구나. 산을 만지고 오너라.
달이 산 마루에 솟았다. 달을 만지고 오너라.
등을 살살 밀어줄게 너는꽃을 가져 오너라.
너무 멀리 가지 말거라.
하늘거리는 치맛단을 잔물결이 잡을지라도
한 잎 손을 놓지 말거라.
지워지지 않을 내 생의 강가에 너를 세워두고
나는 너를 보리. 
   

우리는 어쩌면 다른 곳, 다른 시간에 같은 추억을 만들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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