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복음 - 속박에서 자유로 가는 여정
김형익 지음 / 두란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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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과 복음을 혼동할 때 의지는 신앙으로 둔갑하기 쉽습니다"(25).

오직 교회만이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복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것을 다 이루셨으니 우리는 살게 되었다"는 이 기쁜 소식, 이 아름다운 선언을 세상에 전하라고 예수님은 교회에 부탁하셨습니다. 문제는 복음을 전하고 가르쳐야 할 교회조차 복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교회에 다니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혹시 번영신학과 기복신앙에 물든 설교는 아닙니까? 자기 의에 배부르게 하는 율법주의 설교는 아닙니까? 한 편의 깔끔한 에세이 설교를 들으며 지성과 감성의 만족을 얻고 있지는 않습니까?(208-218)

<율법과 복음>은 우리가 복음의 은혜, 복음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유가 율법과 복음을 혼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율법과 복음을 선명하기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될 때 교회는 몰락하기 시작한다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율법과 복음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신자들은 '율법은 나쁘고, 복음은 좋다'는 식으로 이해하는데, <율법과 복음>은 이것이야말로 "비성경적인 심각한 오해"임을 밝히 말합니다(27).

그동안 복음을 강조하고, 복음을 설명하는 책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율법을 바른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42)는 것을 일깨워준 책은 많지 않습니다. 율법주의를 탓하고, 율법주의를 경계하는 책은 많지만, 율법이 얼마나 거룩하고 의롭고, 선하고, 신령한 하나님의 말씀인지를 일깨우며, 율법을 통해 복음을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죄를 진정 아는 사람은 거듭난 사람입니다"(128).

<율법과 복음>은 율법을 통해 죄의 무서움, 죄의 기만성을 정말이지 뼈저리게 드러내며, 비로소 복음이 얼마나 좋은 소식인지, 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러운 은혜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단순히 율법과 복음을 신학적으로 정의내리고, 이론적으로 구분하는 정도가 아니라, 율법을 통해 죄가 죄로 드러나는, 그리하여 자기 의가 산산이 부서지며 자아가 죽는 경험 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이렇게 율법을 통해 죄의 본질을 깨달은 자만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는 "죄를 전혀 지지 않은 존재처럼, 죄를 전혀 알지도 못하는 존재처럼, 영광스러운 존재처럼, 즉 성자 예수님을 보는 것처럼 보신다"(60)는 이 복음의 은혜가 정말이지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나 좋은 소식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성패가, 교회의 교회됨이 이 한 권의 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율법주의가 아니라, 율법과 복음을 이처럼 선명하게 구분해주는 책은 시중에 많지 않습니다. 복음을 더 알기 위해 이 책을 붙들었는데, 더 먼저, 더 깊이 깨달아진 것은 율법과 죄의 본질이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비로소 복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학의 날카로움을 유지하면서도, 모든 성도가 읽고 깨달을 수 있을 만큼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율법과 복음의 구분 뿐 아니라, 거듭난 사람 안에서만 일어나는 싸움의 본질을 아는 것만으로도 신앙생활이 확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율법은 "이렇게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라고 말하는 반면,
복음은 "내가 너를 위해서 다 했다. 그러므로 너는 살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율법의 특징'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과 요구라면,
복음의 특징"내가 다 했고 다 이룰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어라"고 하는 '약속'과 '격려'입니다.

'모든 것이 내게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율법이고,
'모든 것이 그리스도께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복음입니다.

- 김형익, 율법과 복음, 두란노, 28




율법의 원리는
내가 잘하면 상받고 못하면 벌 받고,
잘하면 축복 받고 못하면 저주 받고, 잘하면 살고 못하면 죽는 것입니다.

반면, 복음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의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나도 남김없이 다 이루셨다.
구원은 네가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 김형익, 율법과 복음, 두란노,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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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미화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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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 …

일생에 한 번은 뉴욕에 간다면, 꼭 가을에 가고 싶었습니다. 영화 <뉴욕의 가을> 때문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미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두 주인공을 감싸며 화면을 가득 채우던 노란 은행잎의 강렬함은 아마도 평생 잊히지 않을 듯합니다. 그때 결심했지요. 뉴욕에 간다면, 꼭 가을에 가야겠다고 말입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내 삶의 일부가 되기를 기도하면서요. 

어제도 어제와 같았고, 오늘도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만 같은 무료한 일상을 살다 보면, 한 번씩 영화와 같은 일들이 내게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몽상에 빠지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영화와 같은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낸 여행가가 있습니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 책은 "죽을 때까지 영화 촬영지 찾아다니기"를 꿈꿨던 한 사람이
영화 촬영지를 찾아다니며 기록을 남기는 '영화 속으로 떠난 여행기'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늘 꿈으로만 간직해왔던 바로 그 일을, 현실이 되게 만든 책이지요. 

영화와 같은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오직 영화 <리스본 야간열차> 때문에 리스본 야간열차에 오르고, 오직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 때문에 비엔나에 가고, 영화 <노팅 힐>의 한 장면 때문에 노팅을 거닐고, 영화 <원스> 촬영지를 찾아가려고 더블린에 3일씩이나 머물렀던 날들의 기록입니다. 






"사랑에 푹 빠진 적 있나? 
배도 안 고프고 말도 필요 없는 지독한 사랑에."

"모르겠어요."

"있었다면 기억 못 할 리 없지. 뚜렷이 기억할 테니까." 







지루하다는 말 뒤에 가려진 소소한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도 시가 되고 영화가 될 수 있다(297).

영화 속 촬영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마법이기도 하고, 기억 속에 새겨진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고, 여행이 그렇듯 익숙한 삶과 결별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시간들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발걸음이라는 사실에 눈 뜨게 해줍니다.

셀린처럼 대화가 잘 통화는 남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낭만을 꿈꾸며 영화 속에 머무르게 되는 순간에도, 영화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일 수도 있고, 상상하던 그런 장소가 아니어서 행복과 실망이 교차할 때에도, 영화처럼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현실을 문득 자각하게 되는 순간에도, 그 모든 순간을 나와 함께하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나를 나라고 느끼는 나이지요.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그렇게 이 책은 영화 속 한 장면과, 그들의 속삭임과, 내 안의 나와의 대화로 가득 찬 책입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찾아 그 모든 낯섬에 순응해가는 시간들이 또다시 한 사람의 영화가 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든 당신도 야간열차를 타야 할 때가 온다. 낯선 정거장의 플랫품에 발을 딛고 역사에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당신은 겉으로만 먼 곳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 외딴 곳에 왔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 먼 곳을 돌아 다시 찾아왔을 때 당신이 발견하는 것은 이미 예전의 당신이 아닌 당신일 것이다"(44).

<비포 선라이즈>를 따라 비엔나를 걷다 보면, 문득 알게 되지요. 요란한 사건처럼 느껴졌던 영화 속 한 장면도 사실은 소소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꿈꾸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특별한 경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일상적인 기쁨일 수도 있겠습니다. 수줍은 듯 큰 소리를 내어 말하지 않는 이 여행자는, 느릿 느릿 느리게 우리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안내합니다. 그런데 그 느리고 조용한 여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궁금한 모든 독자에게,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어느 장면 속을 걸어가든, 마주치는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이 당신의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것도요.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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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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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저자 '이미령'은 책을 많이 읽었고, 읽고 있고, 그러다 보니 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칼럼을 쓰기 시작하다, 방송에서 책을 소개하는 일까지 하게 된 책 칼럼니스트입니다. 이 분을 책으로 만난 것은 이 번이 두 번째인데 저에게는 '책 읽어주는 여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그렇게 추천했던 책들 중에 특별히 '벗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책 이야기를 얼마나 맛깔나게 잘 하는지, 이 분의 책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미 읽은 책도 다시 보이고, 재미가 없어 읽다가 포기한 책도 다시 읽고 싶어지고, 관심이 없던 책에도 손이 갑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고, 세상을 읽어내는 일은 또 얼마나 진솔하고 아름다운 힘이 있는지, 이 분의 책 이야기를 듣고 저는 육식을 줄였고(피할 수 없는 회식 이외에는 돈 주고는 절대 사 먹지 않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계획을 세우는 일이 없고, 허수경 시인의 시를 사랑하게 되었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곳을 가보기 위해 파리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책의 홍수 속에 떠내려갈 수도 있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보석 같은 명작들을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또 똑같이 책이 읽어도, 아니 같은 책을 읽어도 어쩌면 이렇게 책 읽는 힘이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에둘러 묻습니다. 그것은 어떤 책을 읽었냐 보다 몇 권의 책을 읽었냐에 더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은 아니냐고 말입니다. "책과 관련한 가장 멋진 질문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다면 그는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몇 권 읽었느냐, 하루에 얼마나 읽느냐입니다"(87). 같은 벽돌집을 보고도 "창가에는 예쁘게 핀 제라늄 화분이 놓였고, 지붕 위로 비둘기가 날아드는 멋진 장밋빛"을 보지 못하고, 얼마 짜리 집 인가에만 관심을 갖는 <어린 왕자>의 그 어른들처럼 말입니다.


"천천히 읽어요. 그러면 아주 많이 읽을 수 있어요."

<이미령의 명작 산책>처럼, 똑같은 책을 읽으면서 창가에 놓인 제라늄 화분이 얼마나 예쁜지, 지붕 위로 비둘기가 날아드는 그 벽돌집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밋빛인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천천히 읽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넌즈시 알려줍니다. "천천히 읽으면 문장이 품고 있는 세상이 활짝 내 눈앞에 열리고, 그러면 나는 책을 읽는다는 생각 없이 필자가 보여주는 세상을 느긋하게 활보하고 다닙니다"(88).

이 책이 명작 중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천천히, 소리내어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저자가 읽어주는 그 책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밑줄을 참 많이 그으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로버트 뉴턴 팩)은 저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인데,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보석 같은 문장을 이 책이 찾아주었습니다. 
       "아빠, 노을 지는 하늘보다 멋 있는 색은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노을이 너무나 좋아요. 아빠는 어때요?"
       내가 묻자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늘은 바라보기에 참 좋은 곳이야. 그리고 돌아가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67).


다음의 문장은 첫 번째 만남에서도 그 울림이 강렬하게 필사도 해놓았던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밑줄을 그었습니다. "책을 읽어야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책과 더불어 내 인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까요.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몇 시간을 가져갔고, 나는 그렇게 삶을 삽니다"(89).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권하는 이 책을 천천히 읽기를 권합니다. 책이 주는 울림이 참으로 큰 책입니다. 







긴 하루 끝에 좋은 책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날은 더 행복해진다. 
Just the knowledge that a good book is awaiting one
at the end of a long day makes that day happier.

Kathleen No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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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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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에 속한 모든 것은 강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호흡에 속한 모든 것은 꿈이고 신기루다. 인생은 전쟁이고 낯선 땅에 머무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망각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호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가. 오직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철학이다"(52).
건물 벽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보고 올해 선거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낯선 후보자는 자신이 얼마나 믿을 만한 정치인인가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으로 그들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온갖 좋은 것들을 다 갖다 붙여놓은 허울뿐인 공약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철학을 가진 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천박한 내면을 가진 자에게 계속 권력을 쥐어주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는 말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로마 제국을 다스리는 일과 이민족과의 전쟁이라는 외적인 압박감과 무거운 짐으로부터 물러나서 자기 자신 속으로 들어가서 흐트러질 수도 있는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는 교훈들을 기록한 책을 마주하고 있다"(9).
<명상록>은 로마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철학 일기'입니다. 그냥 일기가 아니라 철학 일기라 함은, 황제 자신이 철학자였기 때문이요, 또 이 일기는 단순히 하루 동안의 기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자기 자신 속으로 물러나 인간과 세계에 대해 치열하게 성찰하는 사색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의 생각에 화려하고 그럴듯한 옷을 입히지 말라.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많은 일을 벌이지 말라. 네 안에 있는 신이 너를 이끌어 나가게 하여, 맹세나 그 누구의 증언이 없어도 한 사람의 로마인이자 한 사람의 통치자로서 너의 자리에서 네게 맡겨진 국사를 원숙하고 담대하게 처리하다가, 이 세상에서의 삶으로부터 퇴각하라는 신호가 나면 아주 기꺼이 물러나라. ... 다른 사람이 주는 편안함을 물리치고 스스로 서라"(59).
<명상록>을 읽으며 충격적일 정도로 감동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도덕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이상적인 통치자의 모습이 역사에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통치자가 실제로 존재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황제는 전쟁터에서조차 혹독할 정도로 통치자로서 자신의 내면이 어떠해야 하는지 살피고 또 살피며, 지키고 또 지키며, 단련하고 또 단련하려고 노력합니다. 

"교묘한 언변이나 수사학을 익히는 일에 빠져서 열을 올리지 않아야 하고", "메추라기를 싸움 붙이는 놀이를 하지 않고 그 같은 일들에 열광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해 주는 솔직한 말들을 막지 말고 귀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는 것", "잘잘못을 따져 훈계하는 연설을 삼가려 하고", "사람들에게 금욕주의자나 자선사업가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고", "멋있는 건물을 짓는 것에 애착을 보이지 않으며", "하찮고 덧없는 명예욕이 자신을 사로잡아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것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 노력하는 황제입니다. 

마치 '갑질'을 하기 위해 권력도 쥐고 재물도 모으는 사람처럼, 작은 권력이라도 쥐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졌다는 생각이 들면
'갑질'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것을 가진 자의 특권이라도 생각하여 속된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진땀 나게 만드는" 일을 즐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 어쩌다 재물을 얻고 권력을 얻었지만 철학은 없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경계하고 또 경계하며 모든 일에 교훈을 얻기 위해 그는 철학을 하고 스스로에게 일기를 썼습니다. "시기심이 많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폭군의 특징이라는 것, 우리 가운데서 귀족의 지위에 있는 자들 중에는 인정이 없는 자들이 많다는 것을 배웠다"(32).

정치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살펴서 적어도 "치세하는 동안에 대중의 온갖 환호와 온갖 아부에 재갈을 물릴 줄 알고, 국정을 돌보는 일에 밤낮으로 노심초사하며, 나라의 재정을 아끼고 지혜롭고 관리하고, 거기에 따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정의롭고 공동체의 유익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확신으로 행하고, 마음이 만족을 얻는 것보다 더 선한 것을 발견한다면 마음과 목숨을 다해 그것을 행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해보기를 바랍니다. 

그와 같은 황제는 되지 못했을지라도 이 책을 일 년에 두 번은 꼭 읽는다는 빌 클린턴이 다시 보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자가 아니라,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스스로에게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철학하는 힘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철학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도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마음이 선하게 정리되고 늘 새롭게 인생을 마주하기 위해 여러 번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오직 현재라는 아주 짧은 순간만을 살아갈 뿐이고, 다른 모든 시간은 지나간 과거이거나, 네가 살게 될지조차 불확실한 미래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너의 인생은 극히 짧고, 네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 조각도 아주 작다"(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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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모험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 금발 머리와 곰 세 마리 외 7편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스콧 구스타프손 지음, 토마스 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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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가 나의 단짝 친구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고무줄 놀이를 할 때는 신나는 놀이 친구였고, 오빠만 대우해주고 동생만 챙겨주는 부모님이 서운할 때는 혼자 울음을 삼키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상상 속의 친구였습니다. 신데렐라는 언제나 제 편이었고, 제가 필요로 할 때면 언제나 제 앞에 짠하고 나타나 주었습니다. 슬플 때면 백설공주나 숲 속의 공주보다 신데렐라가 먼저 생각나고 신데렐라를 친구로 삼았던 건, 어린 마음에도 재투성이 아가씨라면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꿈과 모험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로 다시 만난 신데렐라는 제 기억 속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조금 달랐습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라고 노래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부모님이 아니라 엄마를 잃은 것이었습니다.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데도 아버지가 전혀 몰랐다는 걸 생각하면, 부모님을 잃었다는 표현이 또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결말입니다. <꿈과 모험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화 동작>는 신데렐라의 결말을 이렇게 전합니다.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예뻤던 신데렐라는 언니들을 궁전으로 초대해서 함께 살았어요. 그리고 궁전의 멋진 귀족 신사 둘과 결혼까지 시켜 주었답니다"(87).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기에 앞서, 나는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무슨 꿈을 꾸었나, 어떤 상상을 했었나, 무엇을 배웠나 다시 생각해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기 돼지 삼형제>입니다. 부지런히 벽돌 집을 지었던 셋째 아기 돼지를 보며, 쉽고 빠르고 편한 길보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무엇을 하든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배웠던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일러주신 말들을 까먹고 할머니까지 늑대에게 잡아 먹히게 만들고 말았던 <빨간 모자>는 아무리 동화 속 주인공이래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는 제가 어렸을 때 즐겨 보았던 동화책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멋진 동화책입니다. 커다란 판형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표정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고 생생하게 표현한 일러스트가 정말 예술입니다. 일러스트 자체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꿈과 모험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에서는 <금발 머리와 곰 세 마리> 외에도 <장화 신은 고양이>, <빨간 모자>, <엄지손가락 톰>, <개구리 왕자>, <럼펠스틸트스킨>, <신데렐라>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독서노트는 그 자체로 독서지도사의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독서노트를 충실하게 사용한다면 좋은 독서 습관은 물론 독서의 깊이, 사고의 깊이까지 확장되겠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독서노트와 함께라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동화책입니다. 물론, 독서를 위한 독서, 논술이나 공부를 위한 독서보다, 단순하게 동화책을, 이야기를, 상상의 세계를 즐기라고 하고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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