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다는 말 뒤에 가려진 소소한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도 시가 되고 영화가 될 수 있다(297).
영화 속 촬영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마법이기도 하고, 기억 속에 새겨진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고, 여행이 그렇듯 익숙한 삶과 결별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시간들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발걸음이라는 사실에 눈 뜨게 해줍니다.
셀린처럼 대화가 잘 통화는 남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낭만을 꿈꾸며 영화 속에 머무르게 되는 순간에도, 영화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일 수도 있고, 상상하던 그런 장소가 아니어서 행복과 실망이 교차할 때에도, 영화처럼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현실을 문득 자각하게 되는 순간에도, 그 모든 순간을 나와 함께하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나를 나라고 느끼는 나이지요.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그렇게 이 책은 영화 속 한 장면과, 그들의 속삭임과, 내 안의 나와의 대화로 가득 찬 책입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찾아 그 모든 낯섬에 순응해가는 시간들이 또다시 한 사람의 영화가 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든 당신도 야간열차를 타야 할 때가 온다. 낯선 정거장의 플랫품에 발을 딛고 역사에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당신은 겉으로만 먼 곳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 외딴 곳에 왔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 먼 곳을 돌아 다시 찾아왔을 때 당신이 발견하는 것은 이미 예전의 당신이 아닌 당신일 것이다"(44).
<비포 선라이즈>를 따라 비엔나를 걷다 보면, 문득 알게 되지요. 요란한 사건처럼 느껴졌던 영화 속 한 장면도 사실은 소소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꿈꾸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특별한 경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일상적인 기쁨일 수도 있겠습니다. 수줍은 듯 큰 소리를 내어 말하지 않는 이 여행자는, 느릿 느릿 느리게 우리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안내합니다. 그런데 그 느리고 조용한 여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궁금한 모든 독자에게,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어느 장면 속을 걸어가든, 마주치는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이 당신의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