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감정 수업 -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배우는 감정의 심리학
쉬셴장 지음, 송은진 옮김 / 와이즈맵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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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심리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성취, 명예, 부를 만드는 요소는 80% 이상이 감정과 관련이 있으며, 지식이나 실력과의 관련성은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감정 조절 능력이 감정뿐 아니라 그 사람의 성공 여부, 심신의 건강 및 인간관계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288).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감정 노동', '감정 노동자'라는 말과 '감정 노동자 보호법'이라는 것이 생겨날 정도로 감정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감정 노동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감수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감정 노동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특히 감정적으로 상처 입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고 있으며, 부정적인 감정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일맥상통하는 문제이며, '감정'을 다루고 보살피는 일의 심각성을 일깨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하버드 감정 수업>은 부정적인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우리 생활에 확산되고 있는 이때에,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감정 조절 능력이 특별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알립니다(6). 현대사회에서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감정 조절 능력은 성공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며, 성공으로 향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난관에 부딪혀 인생의 쓴맛을 맛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출구를 찾는 사람", 감정이 행동을 지배하도록 놔두며 자신이 감정의 노예라고 느끼는 사람, 다른 사람의 말 뿐만 아니라, 타인의 기분에 내 기분까지 휘둘리는 사람, 너무 충동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분노 조절 장애가 의심되는 사람,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 그날그날 되는 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물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고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현명하게 일하며 특유의 매력으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

"하버드 감정 수업에서는 '약자는 행위로 감정을, 강자는 감정으로 행위를 조절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235).

세계 최고의 인재를 키워낸다고 자부하는 하버드에서 어떤 수업이 행해지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왔던 저자는 <하버드 감정 수업>을 통해 하버드의 인재들이 어떻게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를 공개합니다. 감정이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감정을 조절하도록 하는 이 수업은 자기감정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수업 내용 중에 커다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대면한 한 남자 이야기가 나옵니다(44-46). 한때 사업가였으나 파산해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뒤 이곳저곳을 떠돌며 자신이 겪은 온갖 불행을 나열하기에 바쁜 이 남자를 커다란 거울 앞으로 데려가 자신과 직면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거울 속 자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다가 정확하게 자기를 인식한 뒤 머리를 떨구고 흐느껴 우는 남자의 모습 속에서, 이 책이 나에게 그런 커다란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동의 파도에 난파된 배처럼, 나쁜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감정의 물결에 따라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감정의 널을 뛰어왔던 제 모습이 그대로 비쳐졌습니다. 그런데 참 놀랍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똑바로 인식한 순간, 제 마음은 평정을 찾았고 이 책의 내용들이 마음 안으로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버드 졸업생들에게 대학에서 무얼 배웠냐고 물어보면, 수준 높은 전공지식과 '자신감'이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140).

<하버드 감정 수업>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수업 내용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진짜 현실 사회와 연결되도록 돕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생한 사례들 중, '앙리'라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88-90).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은 앙리는 양친을 모두 잃고 고아원에서 자란 데다가, 몸집은 왜소하고 듣기 싫은 프랑스 시골 사투리를 썩어 말하는 못생기고 배운 것 없는 촌사람에 불과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워낙 자신감이 부족해서 변변찮은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어 고아원에서 청소 등 잡일을 하며 사는 자신의 인생을 한탄했습니다. 그런데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의 한마디로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앙리!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방금 전에 라디오에서 뉴스를 하나 들었는데 나폴레옹에게 잃어버린 손자가 하나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 뉴스에서 설명한 외모가 너랑 아주 비슷했어!" 물론 그는 나폴레옹의 잃어버린 손자가 아니었고, 훗날 그도 그것을 알게 되지만, 그건 그의 인생에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감정 수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버드 졸업생들은 그들이 하버드 출신이라는 자체로 훌륭한 것이 아니라, 훌륭한 훈련을 휼륭하게 수행하며 훌륭하게 삶에 적용할 줄 알기에 훌륭한 인재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실 '격언으로 자기 암시를 하라', '주의를 돌려라', '자기감정을 인식하라', '입장 바꿔 생각하라', '새로운 자극을 찾아라' 등의 조언이 나열되는 자기계발서를 그리 좋아하는 독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하버드 감정 수업>은 제 안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자기 임시가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감정 조절 능력은 곧 문제 해결 능력이기도 하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습니다. 책임지는 자세, 관용, 융통성, 혁신, 좌절(결점, 열등감, 실패 등)을 대하는 태도에서 타인의 존중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는 것도 저에게는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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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 캐롤 수녀가 전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오늘부터 해야 할 것들>
캐롤 재코우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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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유쾌한 영혼을 보살피고 가꾸는 일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감당해야 될 성스러운 의무다. 완벽한 타이밍, 즉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은 일상의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는 일과 단짝으로, 매일매일 펼쳐지는 일상사를 자세하고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재미있을 가능성이 있는 순간들을 예의 주시하며 기다리는 것이다(24).

요즘 sns를 보면 모두가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래서 모두가 재미있게 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그래서 sns를 잘 하지 않습니다. 보고 있으면 단순하게 반복되는 제 일상이 우울해지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것이 얼마나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 있는 것인가를 알아버린 후로는 단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 없이 살자가 제 인생 모토가 되었는데, 재미있게 사는 일에 있어서 만큼은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수녀님이 전하는 지혜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습니다.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는 "죽기 전에 전하는 마지막 강의"라는 콘셉트로 고별사를 해달라는 대학의 부탁으로 고안된 수녀님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수녀님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생각한 건, 삶의 모양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제 별명이 수녀였거든요. 신학대학교를 다녔고,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길었고, 결혼에 뜻이 없었고, 삶은 한없이 단순했고, 잘 웃는 얼굴 위로 가끔 고독한 표정이 어린다 하여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저자인 캐롤 수녀님의 삶과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중에 '도망칠 곳을 만들어라', '잠깐이라도 수녀처럼 살아 보자', '한동안 혼자 살아라',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것처럼 살아라'가 그렇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렇게 살면서도 저는 수녀님처럼 '재미'를 만끽할 지혜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었지요.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를 읽으며 깨닫는 사실 하나는 삶이 주는 재미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삶의 태도는 곧 나를 대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후회 없는 삶의 비밀도 그 안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감각적인 재미를 쫓으며 살고 있는 이때에, 수녀님이 전하는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는 정작 우리가 무감각하게 흘려버리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감각적인 재미를 쫓을 때 어쩌면 우리네 삶은 낭비되기 쉽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열심히 살고 내일은 없는 것처럼 놀아도 우리 마음엔 공허만 가득한 것이 아닐까요. 수녀님의 글을 읽으며 진짜 재미는 자신과 자신의 삶을 소중히 대할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소중히 대하라'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아주 재미있는 강의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수녀님이 제안하신 대로 아직 나만의 10가지 목록을 다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는 사람을 찾으라'는 미션에 당장 돌입하기는 했습니다. 주변인들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면 가장 좋겠지만, (수녀님의 가르침대로) 일단은 나에게 그런 에너지를 나눠줄 재미있는 인물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하되, 그것에 온전히 마음을 다할 때, 나를, 내 삶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 속에서 재미가 피어날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재미있을 가능성이 있는 때로, 이 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 바로 지금을 주목해야 한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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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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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옥의 불편함과 함께 이웃간의 그런 비밀 없음을 얼마나 싫어하고 경멸했던가. 그러나 낯선 동네의 낯선 사람들의 무관심에 담박 주눅이 든 나는 이사도 오기 전에 벌써 구식 동네의 그런 촌스러운 풍습과의 결별이 아쉽게 여겨졌다"(386, '나의 아름다운 이웃' 中에서)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을 모은 책입니다. 박완서 작가가 "문단에 나오고 나서 10년 안에 쓴 것들"이며, 이야기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사보에 청탁을 받아 쓴 '콩트'라고 하는데, 친근한 이웃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시대를 꿰뚫어보는 신랄함이 통렬하여 역시 '박완서 작가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일등 신랑감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러면서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라지만 사랑이라는 낭만보다는 결혼의 '조건'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고, "그때 그 시절"에는 여성들이 가정 안에서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어떤 권력 관계에 있었으며, 그 권력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었는지, 또 결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차별이 어떠했는지를 실감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무엇이었는지,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어떻게 우리의 삶과 꿈을 바꾸어 놓았는지, 그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조금은 씁쓸한 뒷말을 느끼며 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결명했던 '촌스러운 풍습'이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옛일, 즉 '구식'이 되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 촌스러운 풍습과 완전히 결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등 신랑감임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스펙을 쌓고, 조건을 따져 결혼은 하지만 비밀스럽게 일탈을 꿈꾸며, 여성의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사회와 가정 안에서 차별이 이제는 옛일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여전히 어느 지역의 몇 평 대 '아파트'가 우리의 꿈이고, 권력이며, 공부 잘하는 자식이 곧 부모의 성공이요, 자랑이 되는 우리네 삶이 과연 그때 그 시절보다 세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문명(발전)과 교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펼쳐지는 위선과, 그리하여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소리없이 보여줍니다. 그때 그 시절 이야기이지만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의 초상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필력의 위대함을 새삼 다시 느낍니다. 우리에게 이런 소설가가 있고, 이런 소설가의 책을 많이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훨씬 지혜롭고, 다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아쉬운 마음으로 마음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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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약 -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
하애희 지음, 조은비 그림 / 디자인이곶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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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즐거움과 몰입이 주는 긍정적 정서 재경험!

최근에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해가 오해를 부르고 그렇게 오해가 쌓여 관계에 독이 되고 있었는데 저만 몰랐었던 것 같습니다. 뚝이 터지듯 문제가 터지고, 그것이 신뢰를 무너뜨리니 단단히 붙잡고 있으려던 감정의 둑까지 터져버려 서러움이 북받쳤습니다. 아마도 가장 힘들었던 건 나의 진심도, 나의 노력도, 나의 힘듦도 그 어느 것도 이해받지 못했다는 아픔인 것 같습니다.

그런 때에 이 책 <보는 약>을 만났습니다. <보는 약>은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으로 고안된 컬러링북입니다. 먹는 약이 아니라 <보는 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여기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기만 해도' 따뜻한 정서, 긍정적인 정서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추억들을 담아내고 있는 <보는 약>은 '가족', '놀이', '그리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첫 글씨 쓰기를 배우던 날, 엄마손은 약손이다 하며 아픈 배를 쓸어주셨던 날, 엄마 손잡고 함께했던 첫 입학식, 이빨 뽑던 날 등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그때 그 시절 풍경까지 <보는 약>은 우리 안에 감추어져 있던 따뜻한 순간들을 다시 소환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색칠을 하고 그림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모두 친구들과 즐거운 놀이를 하는 순간들이네요. <모래집(두꺼비) 짓기, 사방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소독차가 우리 동네에>까지 모두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놀이들입니다. 옛 추억의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은 지금 나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는 마음의 신호일까?'

<보는 약>의 '출발 그림'은 단순합니다. 출발 그림은 단순하지만 넉넉한 여백은 우리에게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자유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빈 공간에 떠오르는 기억들, 잊히지 않는 풍경들, 그리운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채워 넣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상상력이 빈곤한 것인지, 그림에 자신이 없는 것인지, 주어진 과제에만 익숙해진 탓인지 그 빈 여백 앞에 멈칫하는 저를 보며 스스로를 다독여보기도 했습니다. '괜찮아. 좀 못 그려도 괜찮아. 그림을 망쳐도 괜찮아. 즐기면 되는 것야' 하고 말입니다.

그림을 마주하며 천천히 색을 입히고 있으니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낍니다. 즐거운 추억, 즐거운 놀이가 주는 치유의 힘은 참 쎄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마음이 힘든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일순위로 선물하고 싶고, 소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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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고 있어 - 거리 위 아이들을 향한 양떼 목사의 마음
이요셉 지음 / 두란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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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사는 길은 속한 그 지역에서 죽는 것,

그것뿐이다(108).

<지금 가고 있어>는 거리 위 위기 청소년들을 돌보는 양떼 커뮤니티 대표 이요셉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딱히 위기 청소년 사역을 하리라고 마음먹은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새벽 시간에 교회의 잠긴 문을 따고 들어와 술 파티를 벌이고 잠이 든 가출 청소년들과 지하 주차장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지역의 위기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사역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리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35-36). "교회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아이들을 내쫓을 것인가,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안정된 교회(!)를 떠날 것인가?", 이요셉 목사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이 질문은 사실 모든 한국 교회 앞에 던져진 주님의 물음이요, 사역의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교회 개척에 뛰어들며 다음세대, 특히 위기 청소년들에게 대한 비전을 공동체 안에서 가장 많이 나눠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전혀 준비되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십자가 앞에 몸부림치듯 뒹굴며 회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이 찾는 아이들은 새벽 술집 거리, 경찰서나 법원에 있는데도, 저는 여전히 세상 속의 교회가 되지 못하고, 교회 건물 안에 갇혀 교회의 생존을 위한 헌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프게 깨달아졌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작은 실망과 배신에도 쉽게 사랑하기를 포기했던 내가 누구를 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깊은 좌절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지금 가고 있어>는 교회됨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술집 거리에 서 있는 것이 가장 잘 어울렸고, 교회는 세상의 한복판, 세상의 중심에 서 있을 때 가장 많은 일을 했다"는 외침은 교회된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심장에 피가 흐르는 통증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아직 우리 교회는 무리라고 거부감을 보일지도 모르고, 같은 마음을 품어줄 동역자가 몇 이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교회 공동체와 함께 읽고 나누고 싶은 책입니다. 이요셉 목사님 안에 부어졌던 하나님의 마음이 우리 안에도 충만하게 부어지기를 기도하며 말입니다.




복음은 '회복되길 원하나이다'가 아니라

'죽기를 원하나이다'가 맞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이

세상 가운데 증명되어지는 방법은

희생밖에 없기 때문이다(35).

교회는 먹고사는 삶에 지쳐 있을 때

심적인 위로와 안녕을 얻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내가 죽더라도 너만은 살리겠다고 다짐하는

사명적 장소다(113).

사탄이 우리에게 하는 타협은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명 앞에 쉬운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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