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 그의 생애와 사역
F. F. 브루스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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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디아스포라의 땅이 아니라 이스라엘 땅에서 유대 공동체 내부에서 하나의 운동으로 일어났다. 이 운동의 창시자는 한 유대인이었고, 그의 제자들도 유대인이었다. 제자들은 그의 선생이 떠나간 후 수년 동안 오직 자기들에게 맡겨진 복음을 유대인들에게만 전하였다. 그런데도 그들의 선생이 죽은 후 채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서 로마 제국 당국자들은 기독교를 큰 세력을 가진 이방 제의로 인정했"다(29). 이 중심에 바울이 있습니다. "예수, 그는 누구인가?" 예수를 진정으로 알기 원한다면 우리는 성경을 통해 예수를 만나야 하는데, 바울은 성경 가운데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바울이 '전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바울의 생애와 사상을 탐구하는 작업은 초기 기독교 역사와 교회의 부흥 과정을 이해하는 작업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예수님이 누구신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바울' 연구의 대가요, 바울 연구의 고전으로 알려진 F.F. 브루스의 <바울>을 읽어내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 번쯤은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바울>
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바울의 주요한 주제들을 검토하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그런 그가 '전하고자 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이방인의 지배 아래 놓인 유대인으로서 자신을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으로 규명했던 사람이, 율법과 조상들의 유전을 광신하며 "교회를 핍박하는 자"였던 사람이, 기독교를 박멸해야 한다는 열심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박멸하려 했던 바로 그 신앙에 사로잡혀, 자신이 쓸려버리려 했던 그 신앙을 세우는 일에 이토록 정력적으로 헌신하게 되었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은 살아있는 복음의 역사를, 그 위력을 다시 실감하게 되는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주장하듯이 나사렛 예수가 유대인들이 대망하던 메시야라는 것은 바울에게 재고의 가치도 없는 엉터리 같은 주장이었다. 예수의 사회적 지위, 경력, 가르침은 바울이 생각하고 있던 메시야의 사회적 지위, 경력, 가르침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 바울에게 확실한 것은 단지 이것이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 십자가에 못박힌 메시야라는 것은 말 자체가 모순이었다"(85). F.F. 브루스의 <바울>을 통해 돌아본 바울의 생애와 사역 중에서 새삼 놀랍게 와닿은 부분은 "십자가에 못박힌 메시아"라는 것이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나 하는 것과, 바울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바와 달리(?) '사교적'인 사람이었다는 평가였습니다. 왜 진정 메시아인 그분이 율법의 저주 아래서 죽어야 했는지 성경을 토대로 탁월하게 변증하는 바울의 신학이야말로 그 자신 안에 일어나 얼마나 놀라운 혁명이었나를 생각할수록 전율이 느껴집니다. 그의 증언대로 바울을 회심시킨 것은 "계시로서의 복음"이라는 사실에서, "계시로서" 깨닫게 된 복음(진리)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울이 온 인생을 헌신하며 생명을 걸고 전한 것이 은혜의 복음이었음을 생각할 때, 그가 "사교적"이고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489)이었다는 것이 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에게 복음은 그의 증언대로 삶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움직이는 율법의 완성이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F.F. 브루스의 <바울>을 읽어보니, 바울의 흔적은 기독교회사 뿐 아니라 세계사에, 그리고 세계가 뿐 아니라 한 영혼 한 영혼 안에 새겨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울이라는 한 사람 자체가 바로 예수님이 하나님이라는 증거요, 복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음을 깨닫습니다. 이 책은 사실 신학도에게 필독서로 읽히는 책이고, 대중적인 신앙도서로 읽기에 다소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복음서를 지나면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듯한 신약성경의 맥을 잡아주는 도서로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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