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교토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남들 가 가보는 관광지보다 평범한 동네의 골목을 걷고,
자전거 타며 노래 듣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
- 작가 소개 中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말을 이용해 무박으로 다녀오기도 한다는데, 그래도 3박 4일을 가야 여행이지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왜 그곳에서 살아볼 생각은 못 했던 것일까요? 프라하에 가서 한 달만 살아보자 하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쉼표가 필요했고, 터닝포인트가 필요했고, 완전히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살아보며 여행할'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교토는 말입니다. 가까워서였을까요? 

<하루하루 교토>는 '살아보는' 여행의 매력과 묘미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한 달간 교토에 머물며 하루하루 써내려 간 여행 일기인데, 거의 매일, 아니 매일(첫 날과 돌아오는 날을 빼놓고) 교토의 예쁜 카페를 소개해주고 있어 교토의 예쁜 카페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남들 다 가보는 관광지보다 평범한 동네의 골목을 걷고, 자전거 타며 노래 듣는 걸 더 좋아하는" 이 여행자는 중학교 때부터 유일한 꿈이 일본 여행이었고, 첫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후로 중독이다시피 일본을 찾았고, 어디를 가든 매번 좋았지만 오래도록 머물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건 교토가 유일했기 때문에, 교토에서의 '한 달 살이'를 결심하고 1년의 시간 동안 저축을 하고 계획을 세워 그렇게 꿈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정류장을 찾느라 20분을 헤맸지만,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안 그래도 반곱슬인 내 머리가 축축한 날씨로 인해 사자머리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교토 중심가에서 조금 위쪽에 있는 이 동네가 맘에 들어서,
오늘은 이상하게도 흐린 날씨와는 관계없이 기분이 좋다.
- 교토의 색 中에서 


어느 해 4월, 봄이 한창이고, 벚꽃이 한창이고, 봄비가 한창인 교토에서의 한 달! 오래 머물 수 있는 여행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하루하루 교토>는 봄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물들어 있습니다.

오래 머무는 여행의 첫째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여유'일 것입니다. <하루하루 교토>는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여행의 일상들이 달콤한 게으름으로 녹아 있습니다. 그 한 달을 게으르게 지냈다는 말이 아니라, 느긋한 일상을 천천히 보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마음이 속도가 느려지는 느긋한 여행은 '관광을 위한' '관광객들로만 가득한' 동네였던 곳의 인상을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여느 동네와 다를 게 없는' 소박한 풍경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살아보는 여행은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느긋한 여행이지만 사실은 매일이 새로운 도전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도전은 전적으로 우연한 행복에 기대에 있습니다. 예쁜 카페를 정말 좋아하는 이 여행자는 마음에 드는 카페나 장소를 찾으면 몇 번이나 가보기도 하는데, 매번 그곳은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음식, 새로운 풍경, 새로운 공기로 가득합니다.

홀로 하는 여행이라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이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좋아하게 될 것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에 감사하고,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소통하는 사이, 사소하고 우연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 완벽한 하루를 선물해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루하루 교토>는 "교토를 알차게 돌아보고 싶은 사람"보다 "교토를 천천히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관광하는 여행자"보다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일상적인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책입니다. 고로 동선까지 고려한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해서 여행을 잘 떠나지 못하고, 하나라도 놓치고 올 새라 여행 정보를 열공하듯 뒤지는 저와 같은 여행자와는 잘 맞지 않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제가 교토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하루하루 교토> 여행에 도전을 했다면, 느긋하게 다가오는 우연한 행복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 한 달조차 하루하루가 가는 것을 초조해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교토에 대한 작은 동경"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이 제 마음이 심어졌음을 <하루하루 교토> 여행자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교토를 찾는다면,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지유진'으로 하고, 다른 건 몰라도 코토바노하오토라는 카페에 가서 고양이 파르페는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이 여행자처럼 꼭 교토가 아니더라도, 모든 계획을 버리고 살아보는 여행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사소하고 우연한 행복으로 채워지는 완벽한 하루가 선물처럼 내게 주어질 것이라고 이 책이 약속하고 있으니까요.


멋진 여행의, 옳은 여행의 기준과 답은 없다.
그저 내가 행복했으면 됐고,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이루었으면 된 거다.
- 한 달쯤 살아보는 여행, 그 끝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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