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우연한 빅뱅의 산물이며, 과학적 지식이 최고의 지식이고, 인간은 물리적 존재일 뿐이며, 죽으면 존재가 소멸되고, 사랑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감흥은 신경화학 사건에 불과하며, 생명(존재)은 무의미한 파편일 뿐 어떠한 형이상학적 목적도 있을 수 없으며, 합리적인 이성이 내리는 결정과 선택 외에는 이 세상에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신에 대한 믿음을 비이성적인 맹신으로 취급하곤 합니다. <팀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과연 그러한가?"라는 도전을 던지는 책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과학이 종교에 반한다고 생각하지만, 종교에 대해, 특히 기독교 신앙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적대감을 쏟아놓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아니라, 철저한 세속주의자들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과학 대 신앙(종교)의 싸움이 아니라, 신앙(무신론) 대 신앙(유신론)의 싸움입니다. <팀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는 무신론과 유신론이 충돌하는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책입니다. 전장의 한복판이라고 해서 일방적이고, 무분별한 총질(비난과 논쟁)을 일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한복판에 진지한 성찰과 성숙한 토론이 가능한 열린 대화의 장을 펼쳐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팀 켈러 목사님은 "신의 존재나 초자연 세계에 회의적인 사람을 위해 매주 토론장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결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복음은 시의성을 잃었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근대화될수록 종교는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단이었음을 보여주며 여전히 종교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이유를 파고듭니다. "신을 믿는 믿음은 세계 인구 5명 중 4명에게 진지한 현실이며, 가까운 장래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23). <팀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는 자신은 종교의 허상 따위에는 빠지지 않는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에게, 그러한 믿음의 뿌리, 즉 자기 삶의 기초를 진중하게 다시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무신론적 믿음이 '명확한 증거'와 '이성'을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러한가에 의문을 던집니다. "종교에서 세속주의로 옮겨 가는 일은 신앙을 버린다기보다 새로운 신념 체계와 새로운 신앙 공동체로 갈아타는 것이다"(50).
<팀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는 세속주의자나 신앙인들이나 모두 그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증언들, 철학, 연구 등을 통해 이성만으로는 인간의 본질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의 삶이 어떠한지는 말해 줄 수 있어도 어떠해야 하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는 것, 자유, 양심, 인권, 민주주의의 정의와 사랑이라는 현대의 이상은 모두 성경의 가르침에 빚지고 있다는 것 등을 밝히며, 세속주의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 삶의 많은 경험들에 기독교가 어떻게 답이 될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논증해나갑니다.
"니체의 요지는 이것이다. 당신이 만일 신을 믿지 않는다면서 만인의 권리를 믿고 모든 약자와 빈민을 돌봐야 한다고 믿는다면, 스스로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당신은 여전히 기독교 신념을 고수하는 것이다. 예컨대 삶의 한 부분이고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고 있는 사랑과 폭력 중 하나는 선하다고 취하고, 하나는 악하다고 버려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둘 다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런 선택의 기준은 어디서 왔는가? 신이나 초자연 세계가 없다면 그런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