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애소설, 히가시노가 쓰면 어떻게 다를까?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 도전했다는 연애소설, <연애의 행방>에 대해 한 줄 서평을 남기라고 한다면 (감히) 이렇게 적고 싶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소설은 쓰지 말자. 추리소설에 집중하자!"   

<연애의 행방>은 아름다운 설원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좌충우돌 사랑의 작대기(짝짓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설원 데이트는 일본에 한류 바람을 몰고 온 드라마 <겨울연가>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연작 소설에서 각기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쌍의 연인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연애 방식으로 드라마틱한 흥미를 더합니다. 여기에 히가시노 특유의 유쾌함이 가독성을 높이는 소설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본 청춘 남녀들의 연애관, 결혼관 같은 것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 읽히지만,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는 것이 (지극히 사적인) 제 평입니다.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이기 때문에 그 가벼움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유쾌하게 느낄 수도 있는 것을요.) 첫 만남이 강렬했고, 이후 그의 이름이 적힌 책은 거의 모두 찾아 읽었고,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단순히 트릭이나 반전만을 좇지 않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온전히 집중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연애의 행방>이 보여주는 가벼움은 그의 이름만으로도 기꺼이 책값을 지불하게 만들었던 뜨거운 팬심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작품'의 수준에서 '단순 오락거리'의 수준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입니다. (연애소설을 읽으며 기대가 너무 높았던 걸까요? 이게 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 탓입니다.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행방>은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장르에 충실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아슬아슬한 불륜 여행, 비밀스러운 사내연애, 설원 위에서 펼쳐지는 프러포즈 대작전, 스노우 보드 데이트,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 속에 울고 웃는 청춘 남녀들의 연애 이야기가 (나름의 반전도 살짝 가미되어) 상쾌하고 통쾌한 감촉의 눈보라처럼 찬란하게 피어오릅니다. 그 눈부신 한때의 정점에 있다는 것이, 바로 청춘의,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특권이겠지요.

<연애의 행방>에 등장하는 4쌍의 커플 중 답답할 정도로 눈치도 없고 연애에 재주도 없는 외로운 청춘 '하다'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그런 그에게도 그의 진가를 알아봐 줄 운명의 짝이 있다는 희망이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하지 않을 때도, 사랑을 할 때도, 사랑에 배신 당했을 때도, 사랑을 배신할 때도, 여전히 사랑을 꿈꾸는 것이 우리니까요.

<연애의 행방>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겨울 스포츠를 즐기듯 그 자신이 '즐기며' 썼을 것 같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독자 말고, 잘 읽히는 가벼운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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