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and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0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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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로 쓴 거짓말은
피로 쓴 사실을 가릴 수 없다."
- 루쉰, 작가 / 332

출근하고, 업무 시작 시간까지, 잠깐, 읽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내가 할 일 중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 내처 읽고 말았습니다. 소설도 아니고, 솔직히 <지식채널ⓔ>과 같은 교양 인문도서를 읽으며  울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신없이 책을 읽다 정신을 차려 보니 소리 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지식ⓔ>는 EBS "<지식채널ⓔ>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앎"을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열 번째 이야기인 <지식ⓔand>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을 주제로, "우리가 몰랐던, 그러나 알면 더 좋을 것들"(1부)과 "우리 몰랐던, 그러나 알면 더 좋을 사람들"(2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정작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 시대를 향해 우리가 알아야 하고, 그 앎을 통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워주고 있습니다(5).         

소리 없이 저를 울렸던 첫 이야기는 별 감각 없이 뉴스로만 접했던 '구제역'과 '살처분'에 숨어 있는 고통이었습니다. 구제역이 선포되고, 그 과정에서 OOO여만 마리의 가축이 생매장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전혀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살처분 되는 가축들이 내지르는 비명과 버둥거림, 그것을 실행하고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전에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경제논리와 생산제일주의 문명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더불어 "사후 수습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살처분을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과잉 살상은 지양하며,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함으로써 '육식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요구"(29) 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이제야 귀에 들려왔습니다. 

울분에 몸에 떨렸던 또 다른 이야기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으로 풀어나간 세월호
관련 재난 보도 이야기였습니다. 재난 현장에 선 기자들이 지켜야 하는 의무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 나니, 세월호 사건 당시 우리 언론이 보여주었던 치명적인 오보들, 무분별한 취재가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는지 새삼 몸이 떨렸습니다. "더 이상 자정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언론 질서가 흐트러진 상황"(68)에 강력한 법안이 무슨 소용일까 하는 무기력한 좌절감은 차라리 자기혐오에 가까운 감정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평양 을밀대에 올라 '조선 최초의 고공농성' 역사를 쓴 한국 최초의 여성 노동운동가 "강주룡"을 알게 된 것도 참 고맙고 인상적인 '앎'이었습니다. 

<지식ⓔand>는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대를 이어오는 이야기와 기억, 그 결과인 역사 해석은 현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은 파괴될 수도 있고, 새롭게 건설될 수도 있으며, 오랜 반목을 지속할 수도, 청산할 수도 있다"(94). 그리고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서는 안 되는 것들을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지식ⓔand> 자체가 하나의 역사 해석일 수 있습니다. 공정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어떤 기록(방송)도 관점이라는 것이 없을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지식채널ⓔ>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식채널ⓔ>의 관점을 신뢰하는 것이지요.

이번 열 번째 이야기 <지식ⓔand>는 처절한 반성 속에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하고, 지켜내야 할 '훌륭한 가치', '기본 가치'는 무엇인가를 제게 물어왔습니다. 누군가 살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교양 인문도서를 읽고 이렇게 가슴이 뜨거워지기는 또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지식채널ⓔ>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강의 자료로 활용하기 좋아 일부러 찾아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다음 이야기를 조바심 내며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상이 있다면 이 책에 다 몰아주고 싶은 기분입니다. 서점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7년을 마무리하며 이 책을 기꺼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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