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된 교회도 지금 개혁되어야 한다"(31).
요한복음 10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수전절'이라는 이스라엘 절기를 지키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수전절은 성전을 정화하고 봉헌한 날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신구약중간기인) 수리아의 왕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4세가 성전에 제우스 동상을 세우는 등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뿌리째 흔들려 하자, 쇠망치라는 별명을 가진 유다 마카비가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를 마카비 혁명이라 하고, 이 마카비 혁명으로 수리아 군대를 물리치고 더렵혀진 성전을 정결케 한 날을 기념하는 절기가 바로 수전절입니다. 그런데 마카비 혁명으로 성전을 정화한지 2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 성전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정화 작업을 필요로 할 만큼 극도로 타락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수전절에 바로 그 성전을 거닐고 계셨습니다. 수전절 날, 강도의 굴혈이 되어버린 성전을 거닐며 예수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종교개혁 길 위를 걷다>는 자꾸만 수전절에 성전을 거니시는 예수님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지금 한국 교회는 다시 한 번 제2의 종교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벌였습니다. 이 책의 발간도 그런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종교개혁 길 위를 걷다>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년간 '영성의 현장을 찾아서'란 제목으로 5부작 55회에 결쳐" 국민일보에 연재된 "종교개혁 500주년 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종교개혁의 발상지인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와 영국, 미국과 한국 땅 곳곳을 방문해 역사의 현장을 추적하면서", "종교개혁의 불길이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끼쳤고 성령 하나님의 역사는 어떻게 독일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한반도까지 전해졌는지, 그리고 이 한국 땅에서 어떻게 개혁 정신이 꺼지지 않고 타올랐는지 그 현장"을 생생하게 돌아보았습니다(10).
그러나 개혁과 부흥의 현장을 차분하게 걸으며 우리가 가진 신앙의 저력, 신앙의 유산을 돌아보는 이 시간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해야겠습니다. "개혁된 교회는 지금도 개혁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표어가 하나님께서 촛대를 옮겨버리시고야 말 것 같은은 한국 교회의 위기를 더 생생하게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