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
이지현 지음 / 율도국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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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어디서나 나는 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 곳에 의외의 아름다움이 있으며 여기에 감동받는다"(툴루즈 로트렉, 40).

화가들의 색채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습니다. 색채는 "인간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의 심리상태의 표현"이라 할 수 있으므로, "작품 속에서의 색채의 표현은 작가의 무의식의 억압된 심리의 표출"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고, 설명입니다(6). <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은 유명 화가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통해 작품 해석을 시도하는데, 이때 화가들의 무의식 속에 갇혀 있던 감정들이 어떻게 그림의 색채 속에 투사되어 있는지를 추적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화가의 내면과의 직접적인 대화의 시도이며, 어쩌면 화가들은 '대상' 아니라, 자신을 그리고 표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이 책에 소개되는 11명의 화가들은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새로운 주장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총 11명의 화가들을 다루는데, 이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심리적 불안, 고통, 슬픔을 그림으로 표출함으로써 치유했다는 점이다"(8).


"고통은 훌륭한 예술을 창조하는 힘이 된다"(프리다 칼로, 53).

마리 로랑생, 툴루즈 로트렉, 프리다 칼로, 에곤 쉴레,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트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이메데오 모디리아니, 페르디낭 호들러, 앙리 루소.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화가들입니다. <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은 잘 읽히는 책입니다. 명화를 그렸던 시기에 작가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아니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그림 속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가들의 인생사에 밀려 '색채 이야기'는 조금 주변으로 밀려난 느낌도 들지만, 보색의 대비를 통한 감정 표현, 색채의 변화를 통한 (무의식적) 감정의 변화를 읽는 일들이 흥미로웠습니다. 

검은색은 죽음의 공포, 블루는 우울, 노란색은 활발하고 생동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색이라고 일반화(?) 할 수 있다면, 그런 점에서 빨강은 참 묘한 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를 상징하기도 하는 빨강은 생명과 죽음의 공포를 둘 다 상징할 수 있으니까요.



"색채는 약이 될 수 있고 의사가 될 수 있다. 약물의 부작용 없이 우울증을 개선시키려면 오렌지 컬러와 같은 밝고 따뜻한 색을 보면서 치료하면 된다"(102).

색채 치유의 이론에 따르면, "불안하고 우울할 때는 주황, 노랑과 같은 따뜻한 색 계열이나 그린 계열이 치유에 도움은 준다"고 합니다. "빨간색은 열정과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주황색과 분홍색은 온화하고 따뜻함을, 노란색은 밝은 생기를 불어 넣어 삶에 희망과 용기를 준다. 또 그린 계열의 색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138). 

<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은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적)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어떤 화가들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 되고, 어떤 화가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림으로 치유하기에는 인생에 불어닥친 비극의 힘이 너무 셌기 때문일까요? 우리가 노래하는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라는 사나이도" 여기 등장하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이 책은 색채를 통한 치유보다, 고통은 훌륭한 예술을 창조하는 힘이 된다는 명제를 더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점이 살짝 아쉽지만, 또 그 때문에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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