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김나랑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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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예상치 못한 구덩이를 여기저기 파 놓고 있었다(17).

남미여행. 관심 없어도 이 책은 한 번 꼭 읽어보세요. 편안한데 재미있고, 평범한데 몰두하게 되고 , 아름다운데 가슴이 시리고, 기분 좋은 젊음이 흐르는데 눈물이 나고, 한껏 구겨지는데 구리지 않고, 맥주를 마시러 갔나 싶을 만큼 여행 내내 맥주를 마셔대는데 말짱한 그런 사람이고, 그런 이야기이고, 그런 여행이에요.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말하며 이 책을 추천하는 중입니다. 웬만해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무엇이든 완전하게 반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이 책은 보이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을 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춤을 좋아하고, 맥주를 좋아하고, 삶을 사랑하고, 젊음의 에너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왜냐하면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반할 만한 책이니까요. 

"회사를 다니고, 병원에 다니고, 문득 30대 중반이기에, 그저 쉬고 싶었습니다. 이왕 쉰다면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고 싶었습니다. 아예 다른 세계에. 그래, 남미다! 혼자 발톱 빠지게 걷고 그 탓하며 울자. 지금보다 나은 인간이 되겠지"(프롤로그 中에서). 이것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이고, 이 책이 태어나게 된 과정입니다.

그녀는 왜 글을 쓰지 않았을까요. 진작에 말입니다. 이토록 글을 잘 쓰는데도 말이에요.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예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자는 시간을 쪼개고, 노는 시간을 쪼개고, 밥 먹는 시간을 쪼개고, 일하는 시간을 쪼개어 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그래서 천천히 아껴 읽었습니다. 어떤 예상치 못한 구덩이가 그녀를 또 덮쳐올까 마음 졸이며.   




얼른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길 위에서 나를 만들고 싶었다. 더 나은 나를. 

내 여행의 목적은 분명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나를 불확실성의 세계로 밀어 넣고 싶었다. 
지친 몸으로 길 위에 서고 싶었다. 
현실로 닥치니 나는 나약했다. 
죽음마저 느꼈다. 
하지만 겪어 냈다.
한 우주비행사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경험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내게 우주여행은 없을 테니
다른 경험을 최대치로 하고 싶었다.
아름다움을 보는 경험,
보지 않은 나와는 1밀리터리라도 다를 것이다.
에전에 들은 한 소설가의 강의가 생각났다.
"공중부양을 했다가 다시착지하면
똑같은 자리에 올 수 없고
1밀리미터라도 벗어나잖아요.
소설 읽기도 비슷해요."
여행도 그러하다(16).



그곳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살아가면서 그 풍경과 그 안의 나를 잊지 못할 것 같았다(154).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는 여행을 자극하는 남미풍경과, 남미여행을 경계하게 되는 위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남미로 떠나지 않으면 죽을 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 같은 재미가 풍성한 책입니다.

방랑하는 여행자들을 머물고 싶게 만드는 늪 같은 곳이었다는 발파라이소, 가난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는 산동네, 문화와 젊음이 흥건하다는 거리, 순간순간을 구리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안겨준 소금사막. 그녀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밀 수 있는 한 웅큼의 용기만 있다면 나에게도 가능한 꿈이겠지요? 

"원하지도 않고, 딱히 관심도 없는 것에 시간과 돈"을 쓰며 사는 대신,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믿는 것 하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기뻤다"(32)는 그녀를 보며 오늘 하루의 삶을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하루, 이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여행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고 말입니다. 

이 책 안에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이 책 안의 풍경과 그 안의 그녀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반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순간의 강렬한 감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꼭 읽어보시란 말을 남기겠습니다.

한 발짝.
이것이 나의 생명을 구했을까,
하나의 풍경을 놓치게 했을까.

한 발짝 더, 한 번 더 힘내라는 말, 비웃었다.
네가 해 봐.
나 할만큼 했거든.
그런데 어쩌면, 지레 포기했나 싶다.
그냥 인생이 무지 기니까, 조금 더 애써도 되지 않나.
빙하처럼 아름다운 목표라면.
후에 일행의 카메라로 빙하를 보고 엄청 후회했으니까(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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