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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스비의 기도 ㅣ 세계기독교고전 55
오 할레스비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7년 9월
평점 :
"우리는 우리의 기도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응답되어야 하는지를 우리가 주님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과의 힘겨운 씨름이 되어 버립니다"(67).
기도에 관해서 나름 꽤 많은 책을 읽어 보았지만, 가장 신속하고 단순하게 '실질적으로' 기도를 변화시킨 책은 단연 이 책이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전'의 힘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계기독교고전 중 하나로 새롭게 번역되어 소개된 <할레스비의 기도>는 제게 다른 고전들에 비해 '덜 유명한' 고전이었습니다. '할레스비'라는 이름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올레 할레스비는 1879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루터교회 안에서 자랐으며, 독일에서 공부하고 40년 이상 조직신학을 가르쳤으며,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에 항거하며 종전까지 수감되었던 노르웨이의 영적 지도자였다고 합니다.
<할레스비의 기도>는 기도의 본질은 물론 기도와 관련해서 우리가 저질러 온 잘못들이 무엇인지 말씀에 근거해서 명확하게 깨우쳐, 기도의 실질적인 능력 가운데로 나아가게 하는 책입니다. 우리의 기도생활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 되어버린 이유가 무엇인지는 기도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주고, 기도의 참된 의미는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깨우쳐줍니다.
할레스비는 기도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지를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계획한 '응답의 시나리오'를 하나님 앞에 들이밀며 이대로 실행해 달라고 하나님께 강요하는 데 기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에 어떤 식으로 응답하셔야 하는지를 하나님께 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54). 이렇게 기도하는 자는 기도가 하나님과의 씨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그토록 힘들고 괴로운 짐이 되고, 늘 기도로 인해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하게 하셔야 한다고 응답 전체를 계획하느라 피곤하고, 그러면서도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주실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기도를 하면서도 낙담을 하고, 그러나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렇게 해주실 것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 속에 밤낮으로 열심히 부르짖으면 반드시 응답이 올 것이라 '믿음' 속에서 열심히 하나님을 설득하고, 그럼에도 우리가 계획한 방식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담한 실망 속에서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듣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화를 내거나 기도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마는 우리의 미성숙한 신앙태도를 정확하게 그려냅니다. 할레스비는 이것이 '이방인들의 기도'라고 일깨워줍니다. "이방인들의 기도는 인간이 신들의 호감을 사서 신들을 움직여서 신들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주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76-77).
기도 응답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한가, 우리가 얼마나 열렬한가, 우리가 얼마나 절실한가, 그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얼마나 흔들림없이 확신하는가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아는 것"이 모든 참된 기도의 전제조건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59). <할레스비의 기도>가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분이시며, 그 누구보다 우리의 문제에 개입하셔서 우리를 곤경에서 건져내고 싶어 하는 분이시며, 모든 좋은 것들을 주고 싶어 하는 분이시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 때, 기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할레스비는, "기도한다는 것은 예수님을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오시게 하는 것"(11)이며, "내가 무력하다는 것, 그것이 기도의 본질"(24이라고 가르쳐줍니다. 나아가, 기도의 목적이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는 것임을 깨달은 자는, "응답의 때"는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기도한 것은 "이미" 이루어졌음을 믿으며 하나님의 능력 가운데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할레스비의 이런 가르침은 노트 정리를 하듯 이렇게 요약해서 읽으면 기도에 관한 '뻔한 가르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와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야 그 교훈이 더 크고 감동적으로 마음에 부딪혀 올 것입니다.
<할레스비의 기도>는 기도의 의무와 책임에서 우리를 해방시킴과 동시에, 다시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기도로 사역하는 자리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기도로 사역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의 은밀한 기도의 골방은 안식처가 될 뿐만 아니라 일하는 곳"(78)이라는 심오한 진리를 깨우쳐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도에 대한 크고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자유롭고 평온한 분위기 가운데 "기도하고 싶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기도가 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기도의 내용은 훨씬 더 단순해졌지면 기도의 지경은 넓어졌고, 나는 완전히 무력해졌지만 능력 있는 기도의 비밀을 알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