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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당신을 실망시켰다면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권기대 옮김 / 에센티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기독교가 그대를 실망시켰는가?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가 돌아섰다고 '선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공격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타종교에 비해 기독교 신앙에 유난히 이런 사례가 많아 보이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착각일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 시대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불리는 '라비 재커라이어스'가 바로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이 책은 기독교에 실망한 사람들, 그 때문에 기독교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시도하는 책입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기독교에 실망했다"는 말 속에는 "하나님이 우리가 생각했던 분이 아니거나, 우리가 만든 틀에 맞지 않는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고 통찰합니다. 그러니까 "기독교에 실망했다"는 말은 곧 "하나님이 내 생각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시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며,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그 전지전능하신 신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40).
그래서 이 책은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논의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실망했다고 말하는 "그분"이 진짜 누구신지 제대로 알아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의 의미로 나아갑니다. 왜냐하면 기독교 신앙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지점은 '자신의 기대'(믿는 것)와 '자신이 겪는 현실'(경험하는 것)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예수는 누구인가"와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기대를 안고" 기독교 신앙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로 비춰준 진실에 의하면, "기독교에 실망했어"가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의 의미일 수 있으며, 인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전체가 잘못되어 있으면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우리의 기대 또한 잘못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이 '기도와 응답'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그래서 기독교에 실망했어"라고 말하게 되는 갈등이 가장 많이 불거지는 곳이 바로 기도와 응답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초월적이고 전능하시며 사적인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시퍼런 칼날이다. 하나님께 정당하게 요구했다고 믿는 것을 주지 않아서 하나님이 나를 실망시켰다고 느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하거나 믿음을 포기하는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236).
고등학교 때까지 교회학교에서 부회장도 맡으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는 대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기독교 신앙을 버렸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뒤로 온 가족을 불행하게 하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바뀌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했지만, 결국 그 기도가 응답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친구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살아계실지도 모르지만 그 하나님이 자기 기도를 듣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며, 적어도 자기 기도에는 응답할 마음이 없어 보이니 이제는 자기가 돌아서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실망감에 잘못 접근하면 욥의 친구들처럼 '옳은 말'만 해대는 차가운 잔소리가 될 때가 많습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도 이러한 실망감이 얼마나 지독한 아픔인지 잘 알고 있는 터라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이 책이 다시 논의하는, 예수가 누구인지,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합니다.
"당신을 실망시킨 것이 복음서의 에수인가요, 아니면 그의 이름을 걸고 있는 교회인가요?"(145)
이 책은 회의주의자뿐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사실 모든 기독교인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실망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교회", 그러니까 예수를 믿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회의주의자들에게 말합니다. "어쩌면 당신을 실망시킨 것은 교회일지 모른다." 그리고 교회를 향해 말합니다. "개인의 믿음을 산산조각 내 책임이 교회, 바로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이 책은 사실 "누군가에게 안아줄 곳, 용서받을 곳, 사랑 받을 곳도 주지 않고 내팽개치는 교회"(144)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교회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사실은 전혀 교회로 살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실패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지상에 완벽한 교회, 완벽한 성도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부족함을 인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교회되게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느냐, 아니면 그런 부족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자 의롭다는 착각 속에 사느냐일 것입니다.
이것은 회의주의자와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당신"를 실망시킨 건 그리스도가 아니라 교회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을 실망시킨 건 그리스도가 아니라 바로 나(교회)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 때문에 믿음을 버리고 영생에서 멀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이나, 교회(사람) 때문에 하나님에게서도 등을 돌리는 것도 크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독교에 실망한 "당신"이 단순히 경멸을 위한 경멸, 회의를 위한 회의, 거부를 위한 거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믿음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완전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적어도 "라비 재커라이스"의 책을 모두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수를 바라보는 방법,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기독교가 제시하는 답"(교회가 아니라)을 다시 한 번 숙고해보시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그리스도의 대사로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살아내는 것'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면 "당신"은 그리스도인이 아닌데도 그리스도인이라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 때문에 다른 사람이 믿음에서 돌아서는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