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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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128).



<플립>은 영화팬들의 요구로 7년 만에 국내에서 강제 개봉을 하게 되었다는 영화 <플립>의 원작 소설입니다. '첫 사랑 영화의 정석'이라는 극찬이 쏟아진 영화의 원작답게 첫사랑의 풋풋한 열기가 독자의 마음을 순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그런 소설입니다. 꼭 여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여린 연녹색 나뭇잎들이 더운 열기를 쏟아내며 한뼘씩 자라는 것처럼, <플립>은 한 소녀와 소년이 그렇게 싱그러운 숨을 토해내며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유난히 첫 문장이 인상적인 소설이 있습니다. <플립>도 그렇습니다. 두 주인공 브라이스와 줄리가 서로 번갈아가며 속마음을 고백하는데, 이들을 몰래 지켜보는 독자들은 그들의 괴로운 고백을 들으며 빙그레 웃음짓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소설의 첫 문장, 그러니까 브라이스가 처음 고백하는 속마음은 이렇습니다. "내 간절한 소원은 줄리 베이커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7).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줄리아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브라이스를 상대로 전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으니 말입니다. "브라이스 로스키를 처음 만난 날, 나는 사랑에 푹 빠지고 말았다"(20).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줄리는 정신이 나가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좋아하는 브라이스가 수줍어서 자신을 피하는 것이라는 착각에도 동시에 빠져 버리고 맙니다. 이들의 엇갈린(?) 관계는 자그마치 6년이나 계속 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 여름 방학 때 처음 만나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서로가 그렇게 다른 마음으로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서서히, 이들의 관계에 역전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줄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248).
<플립>은 브라이스가 엉뚱하고 무모해보이기만 하는 줄리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드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 타기와 햇빛 냄새를 맡는 취미를 가졌고, 자신은 누군가에게 가장 찬란하고 큰 축복이라고 믿고 있으며, 용감하게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갈 줄 아는 줄리에게서 '무지개 빛깔'을 본 순간, 브라이스도 첫사랑의 마법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줄리의 오해를 풀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한 브라이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흉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바라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188).
<플립>의 단순히 십대들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이 아닙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현명하고 따뜻한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와 같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지혜를 갖지 못할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천박해질 수 있는가를 코믹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는 혼자 있으면 그냥 소일 뿐이고 풀밭은 그냥 풀과 꽃일 뿐이고 나무 사이로 엿보는 햇살은 그냥 빛줄기일 뿐이지만 그 모두를 합치면 마법이 일어난다고 했다. 아빠의 말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가슴으로 느낀 건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올라간 어느 날이었다"(49). 
한때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첫눈에 쿵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것,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진짜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일생에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플립>에서는 브라이스가 줄리 안에 숨어 있는 그 빛을 발견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빛을 알아보지 못하고 엇갈리고 마는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겠지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빛을 알아볼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하니까요. 그 시절 우리가 한 번쯤 꿈꾸었던 동화처럼 아름다운 첫사랑의 두근거림뿐 아니라, 빛나는 사람과 함께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담고 있는 측면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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