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 파리에서 보낸 꿈 같은 일주일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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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보낸 꿈 같은 일주일의 기록


도시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친구들과 뛰어놀던 동네 골목 정도가 아니라, 낯선 이국 땅의 도시와 말입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취재 때문에 유럽으로 간 여행작가가 파리에서 보낸 꿈 같은 일주일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긴 책입니다. 낯선 도시, 낯선 풍경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 속으로 가만히 스며드는 매혹의 순간들이 잘 포착되어 있습니다. 여행은 삶에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이 특별해지는 순간 우리는 사랑에 빠져듭니다. 도시 안의 풍경, 도시 안의 사람들, 도시 안의 분위기, 도시 안의 이야기, 그 도시 안의 나와 말입니다.






 


 



얼마나 촘촘하게 파리를 들여다보고 느끼고 묵상했는지, 일주일 간의 기록이라고 하기엔 방대하다 싶을 만큼 끈끈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한 도시를 여행하며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고, 들려줄 수 있다는 것에서 새삼 여행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영화, 사진, 예술작품 등등,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를 통해 미리 만나본 파리의 이미지가 있었기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가 들려준 파리 이야기 중에 로베르 드와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라는 사진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는 이 사진을 중학교 때 처음 만났다. 그때 받은 인상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파리' 하면 항상 이 사진이 떠오를 정도였다"는 작가처럼(162), 내게도 이 사진은 마치 "이것이 파리다"라고 말해주는, 파리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기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 때문에 파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가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사진 속 커플은 실제 연인 사이는 맞지만 실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 아니라, 모델 제의를 받고 포즈를 취한 일명 '설정' 사진이라는 것이고, 이 사진을 찍은 후 사진 속 커플은 곧 헤어졌으며, 커플 중 한 명은 소장하고 있던 초기 인화본을 경매에 내놓았는데 그 초기 인화본이 2005년 파리 경매에서 15만 5천 유로(우리 돈 약 2억 원)에 팔렸다는 것입니다(163). 말로만 듣던 센 강을 실제로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제게는 이 <시청 앞에서의 키스>가 파리에 대한 환상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ㅠㅠ). 물론 파리에 대한 환상, 낭만에 대한 동경을 다 떨쳐낸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를 통해 만나본 파리는 제게 '마카롱' 같았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덩달아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뿐, 먹어보긴 했지만 아직은 그 참 맛을 모르는, 그런 마카롱말입니다. 영화 <비포 선셋>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한 번쯤 파리 여행을 꿈꿔봤다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파리로 떠나지 말라고, 꼭 이 책을 읽고, 그리고 이 책을 들고 파리를 찾아가라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할 이유는 책을 보면 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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