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 논리 수업 -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
무천강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지식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생각하기 위해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246).



요즘 tv를 보면 '아무말' 잔치라는 자막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재미와 웃음을 위해서 논리가 없는 단순한 말장난이라는 뜻일텐데, 고루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사회생활하며 가장 당황스럽고 난처할 때가 있는데, 바로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날 때입니다. 자기 생각, 자기 감정에만 빠져 상황과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과 소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고, 꽉꽉 막힌 담만큼이나 답답한 일입니다. 논리적인 사고가 약한 사람일수록 '열폭'하는 경향이 강해서 '말' 자체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을 하는데, 엄밀히 따지만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버드의 논리 수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재치나 많은 지식보다 논리적인 사고를 훈련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책에서 피카소와 관련된 한 일화를 읽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던 한 신사가 옆자리의 피카소를 알아보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왜 당신은 그림을 똑바로 그리지 못하고 그렇게 그리십니까?" 피카소가 그림을 똑바로 그린다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신사는 지갑에 있던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림을 똑바로 그린다는 것은 이 사진처럼 눈, 코, 입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그리는 겁니다." 사진을 건네받은 피카소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댁의 부인은 굉장히 작군요. 그리고 평평하게 생겼네요."


이 일화 속의 신사는 자기만의 사고체계에 갇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고의 한계이며 함정일 것입니다. <하버드의 논리 수업>은 이 일반적인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어 본질을 꿰뚫는 사고력을 훈련하는 책입니다.



"논리적 사고를 하기 위한 과정은 일종의 '두뇌력 향상 게임'이라 하겠다. 논리적 사고는 복잡하고 심오한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이해력을 끌어올리는 자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14).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하버드의 논리 수업>은 이론편과 응용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론편은 개념, 판단, 추리 등의 사유형식과 논증과 논리의 규칙을 이론적으로 익히고 연습해볼 수 있는 (일반적인) '논리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응용편은 부제 그대로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을 다루는데, 자기계발서 처세술 등에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이치, 행복의 이치, 성공의 이치, 게임의 이치 같은 배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응용편이 이 책의 차별점이며서 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논리학의 범주를 실생활에 확장한 사고력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독자들은 논리 수업을 기대했는데 자기계발서나 처세술에서 흔히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7강 사람됨의 이치 편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쳐줍니다. "얕보이고 싶지 않다면 얕보이는 법을 배워라"(215-219). "상대에게 자신의 약점을 보이는 방식은 생존의 지혜이자 성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218)것이 핵심입니다. 강자는 때때로 자신의 빈틈(약점)을 적당히 보여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얕보여야 상대의 경계심이 무너지고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니다. 강자가 아니라도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솔직하다고 평가하며 오히려 더 큰 호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기려고만 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며 자신의 강점으로 전환할 줄 아는 능력을 익혀야 한다는 '논리'가 이 수업을 듣는 서양인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양적인 지혜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 "결핍은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282)이라든지, "듣기 좋은 칭찬은 냄새가 그윽할 뿐 마실 수 없는 향수 같다"(322)는 가르침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적인 지혜가 매력적이지만, 특별한(!) <하버드의 논리 수업>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버드에서 이런 수업을 받기 때문에 그 출신들이 소위 말하는 성공의 자리, 리더의 자리에 올라 다른 사람들을 이끌며 살아갈 수 있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버드의 논리 수업>은 논리적 사고력이야 말로 행복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가르쳐줍니다. "비논리적 사고는 아무리 뛰어나도 어떤 의의도 없다"는 말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와닿습니다. 논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인생을 '바르게' 해석하는 '설명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석(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은 참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기보다(어차피 그런 긍정의 힘은 그리 강하지 못하겠지만),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을 때 삶은 더 고귀한 의미와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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