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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간을 걷다 - 한 권으로 떠나는 인문예술여행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6년 10월
평점 :
"유럽에 대해 안다는 것은 세계의 반쪽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독특한 콘셉트의 책입니다. 처음 제목과 표지만 보고 유럽 여행에 관한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여행 에세이나 가이드북은 아닙니다. 유럽의 역사와 건축과 미술에 대해 시대순으로 이야기하는데, 기존의 책들과는 풀어가는 방식이 다릅니다. 일단 눈에 띄는 점은, (저자의 말에서도 밝히듯이) 유럽의 역사와 건축과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마가 멸망한 이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예술사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그리스를 시작으로 로마제국의 황금기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이 책은 로마 시대 이후 수많은 역사와 문화에서 재생산된 그리스를, 로마를 확인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9).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점은,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문을 연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소설처럼 구성한 한 편의 이야기는 그 시대의 분위기, 그 시대의 삶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딱딱한 설명만으로는 미치 다 상상하지 못했던 한 시대가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 한 토막 서론격으로 소개되는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유럽을 기반으로 한 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럽에 대해 알아보는 일은 세계의 반쪽을 이래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9). 전에 이런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모든 사고는 알렉산더 대왕의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세상 지식과 무술을 겸비한, 역사상 대단히 위대한 인물입니다. 알렉산더의 군대가 바사 왕국(오늘날의 중동 지역 대부분)을 진멸하고 인도까지 진출하여 아시아를 제패함으로 역사가 세워진 이래 최초로 동서양이 만났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이기도 한 알렉산더 대왕은 유명한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정복 전쟁을 하며 동양에 있는 야만인들을 개화시키고 개몽시켜 합리적이고 냉철한 이성으로 바꿔 주려는 사명감으로 충만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더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가 하나로 통일되면서 알렉산더 대왕의 유지를 받들어서 헬레니즘을 전파했다는 것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땅만 정복한 것이 아니라, 헬레니즘을 전파하며 사상까지 정복해나갔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읽으니 헬레니즘을 기둥으로 로마라는 지붕을 얹은 유럽사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유럽의 시간을 걷다>는 일반적인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유럽사'에 대해 사고하게 해줍니다.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반추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역사와 건축, 미술에 대해 꽤 수준 높은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입니다. 비판할 만한 지식이 없기도 하지만, 배우는 마음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흐름'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