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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 (남부) - 당신이 몰랐던 숨겨진 프랑스 이야기(빛과 매혹의 남부) ㅣ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
마르시아 드상티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홍익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이 사랑한 프랑스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111).
홍수처럼 범람하는 여행서적 중에서, 더구나 프랑스에 갈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저자의 이력 때문입니다. "탁월한 여행 작가에게 주는 '로웰 토머스 여행저널 상'을 4차례나 수상"했다니,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틀에 박힌 프랑스, 틀에 박힌 여행 정보가 아닌 강렬하게 살아 숨 쉬는 프랑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것입니다. 기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를 심장 속에 완전히 새겨 놓고 싶"다는 작가는 프랑스 여행의 백미와 함께 굳이 프랑스여야 하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어떤 장소와 시간이 특별하게 연결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의 아이콘처럼 기억되는 풍경이 있다. 가령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버몬트의 가을 단풍, 일본의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벚꽃, 여름 남프랑스의 연보락색 라벤더가 그렇다"(87). 내가 끊임없이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내 인생 최고의 명장면"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 인생의 최고의 명장면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달리는 새벽기차 안에서 난생처음 지중해를 보았고, 살랑거리는 은빛 바다 위로 아침이 오는 풍경도 지켜보았다. 나는 그때 보았던 지중해의 아침 풍경을 내 인생 최고의 명장면으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13).
이 책은 프랑스에 가면, 특히 프랑스 남부에 가면 내 인생 최고의 명장면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울렁이게 만들어줍니다. 프랑스가 선물하는 경험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저자가 안내하는 프랑스 남부는 "풍요로운 여백이 있는 곳", "몸과 마음을 한순간에 해방시키는 곳", "내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을 때 가는 곳",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만족감을 주는 곳", "세상의 모든 달콤함이 모여 있는 곳", "현실로 도피할 때 찾고 싶은 곳", "영혼의 밑바닥까지 맑게 씻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곳",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곳"입니다.
"많은 여행자가 진정한 프랑스는 파리나 프로방스 같은 곳이 아니라 너무도 자유롭고 야성적인 남서쪽 어딘가의 계곡, 강, 농장, 포도원 그리고 그 옆의 작은 마을들이라고 말한다"(110). 저자의 말만 듣는다면, 프랑스 남부, 여기가 지상낙원인가 싶습니다. 사람의 향기, 여백의 향기, 아름다움의 향기가 물씬 나는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프랑스 남부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 아름다워서일까, 사람이 아름다워서일까였습니다. 자연이 아름다우니 사람이 아름답고, 사람이 아름다우니 또 자연의 아름다움이 지켜지는 것이겠지요. 어느 지역, 어느 마을을 가도, 그 마을이 크든지 작든지 자기가 사는 섬과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아름다운 삶도, 아름다운 자연도 아름다운 사람이 만들고 가꾸는 것이고, 그러한 삶이 아름다운 역사가 되는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만의 무엇인가를 얻지 못하면 여행의 의미는 없다"(92)고 말하는 이 여행 작가는 프랑스여야만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프랑스에서 우리는 느리게 사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많은 것을 되찾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프랑스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기쁨은 바로 느림의 미학, 그리고 진정한 나로 돌아가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14). 이 책 덕분에, 지구상에서 살고 싶은 곳을 한 곳만 고르라고 한다면 '프랑스의 프로방스'를 첫 번째로 꼽고 싶어졌습니다.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이 말하는 그 프로방스"(60)말입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프로방스에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베깁니다. "여행을 할 때, 우리는 현재 나에게 부족한 것을 찾아보려는 경향이 있다. 현대인들의 삶은 번잡하다. 나는 경제적 책임이나 가족을 부양하는 등의 현실 문제에 지쳐 있지 않은 사람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여행을 하며 그러한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호젓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게 '프로방스'는 세계인의 이상향으로 손꼽히는지도 모른다. 세계 모든 나라의 현대어 사전에서 프로방스라는 단어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장소'라는 뜻이 되었다"(59).
"그 모든 것은 진하고, 풍부하고, 조화롭고,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내 가슴속에 들어차 있었다"(34). 이 여행 작가는 프랑스에 관한 책을 쓰면서 "프랑스의 역사를 만든 여인 이야기"(14)를 중요하게 다루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프랑스의 역사를 만든 여인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크게 품기도 했습니다. 기대했던 것만큼(!) 본격적으로 프랑스의 역사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책을 더 찾아읽고 싶은 마음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한 번쯤은 꼭 필요한 여행, 경이로운 일시적인 멈춤을 선물하는 곳, 프랑스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게 될 것 같습니다. 그녀(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은 많은 독자(여행자)를 프랑스로 이끄는 강력한 나침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