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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인생의 판을 뒤집는 아들러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살림 / 2016년 10월
평점 :
"오늘날 우리 제도 아래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협력보다는 경쟁에 더 잘 준비된 채 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경쟁 훈련은 학창 시절 내내 이어진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재앙이다. 다른 아이들을 물리치고 앞지르려고 인간힘을 쓰는 건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고 싸움을 포기하는 것만큼이나 재앙이다. 두 경우 모두 아이들은 주로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주된 목적은 공헌하고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획득하는 것이다"(131-132).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던 아들러는 "인간관계 고민의 원천은 타인을 적으로 인식하는 사고"라고 진단합니다(138). 아들러가 예견했던 재앙이 지금 우리에게 임했습니다. 현대인들은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남'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경쟁에 시달립니다. 아들러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만큼이나 경쟁을 포기하는 것도 재앙이라고 했습니다. 두 경우 모두 관심과 중심이 '남', 즉 '타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기준이 남이고, 타인은 적으로 인식됩니다. 심지어 나에게 상처를 준 부모라면 부모도 '적'으로 간주하는 세상입니다. 그때문일까요? '우울한 기분'은 일상이 되고, 우울증뿐 아니라 불안장애, 공항장애와 같은 정신적 문제도 더이상 낯선 질병이 아닙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는 아들러. 그런데 오늘날 유독 아들러의 심리학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심리학은 시대의 요청인 것입니다. 경쟁에 지치고, 거절감에 지치고, 끊임없이 비교 당하고, 관계를 풀어갈 열쇠를 잃어버린 채, 뒤쳐짐이라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의 한마디는 그 자체로 강력한 치료제였고, 마치 출(出) 애굽과 같은 탈경쟁의 해방 선언이었고, 그것은 구원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미움받을 용기",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은 철학자로서 (아들러)심리학을 연구하는 '기시미 이치로'라는 일본의 철학자입니다. 그 자신이 아들러 심리학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열정이 오늘과 같은 큰 바람을 일으킨 것입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열풍을 이어가는 이 책도 기시미 이치로의 책입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기시미 이치로의 저작으로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들러 자신이 저작물을 남기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데 이 보다 더 탁월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미움받을 용기> '실천편'이라는 이름로 독자를 찾아왔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은 독자라면 아들러의 심리학을 한 번 더 복습하며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배웠던 의미부여, 목적론, 용기부여, 과제의 분리, 초기 기억, 공동체 감각과 같은 개념들을 중심으로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수정해가도록 돕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자기계발서처럼 읽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프로이트 심리학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과거 부모가 자신에게 했던 훈육을 탓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 경험이 우리의 뭔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 우리가 과거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에 따라 결정된다고 아들러는 말합니다"(50). 아들러는 이것은 '목적론', '의미 부여'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합니다. "그들이 인생의 의미에 대한 해석을 바꾸지 않는 한 행동 또한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개인심리학이 결정론과 결별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어떤 경험이든 그 자체로는 성공이나 실패의 요인이 아니다"(55).
아들러의 심리학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ㅇ니지 태도를 수정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고 나는 상처받았다고 아우성치며 과거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러는 태도를 바꾸고, 의미부여를 다시 하면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인간관계의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 피할 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의미부여를 다시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아들러는 이렇게 인생과 자신에 대한 의미부여를 '생활양식'이라고 불렀는데, "생활양식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하는 것"(72)이라고 역설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77).
제가 아들러 심리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동체 감각'이라는 그의 독특한 이론 때문입니다. "타인을 친구로 인식하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우월성을 추구하라는 아들러의 가르침은 제가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성서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기 때문입니다(아들러가 기독교인이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공헌한다는 의식과 관점을 가지면 자연히 누군가와 경쟁하려 들지 않게 됩니다"(130). 단순히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삶을 깊이 통찰한 거장의 결론이라는 측면에서 자기계발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열등콤플렉스와 우월콤플렉스의 공통점은 "자기만 생각하고 산다"(131)는 것이랍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위기, 관계의 위기, 정신(마음)의 위기는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만 생각하고 산다"는 것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공동체 감각을 가지고) 타인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공헌하기로 결심"해야 한다고, 그런 생활양식을 선택하라는 아들러의 가르침은, 이 시대를 향한 선지자적인 외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인 것만은 확실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