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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살다 - 오늘을 위한 성육신
휴 홀터 지음, 박일귀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6년 9월
평점 :
성육신적인 삶을 추구하라!
"지난 2012년 가을, 두 게이가 결혼식 웨딩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빵집 주인이 이를 거절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 '만약 예수께서 마을에 유일한 빵집 주인인데 두 게이가 와서 웨딩 케이크를 주문하면 과연 그분은 케이크를 만들까?'"(219)
동성애를 넘어 동성결혼문제는 교계뿐 아니라, 세계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무엇이라고 대답하겠습니까? 이 책의 저자 휴 홀터 목사는 실제로 이 문제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24시간 안에 약 4천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리스도인들의 의견도 양쪽으로 갈라졌다고 합니다. <믿음을 살다>가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하는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의 도발적인(?) 주장을 고려하면 굉장한 상징성을 갖는 질문입니다. 어쩌면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이 우리의 신앙스타일, 신앙성향을 말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복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검사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만일 당신이 케이크를 만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서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책은 당신에게 엄청난 도전이 될 것입니다. 다만, 분명 복음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볼 기회가 될 터이니 성급한 불쾌감을 드러내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믿음을 살다>는 예수님이 '성육신'하신 의미를 재조명하며, 그것이 예수를 따르는 자들에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저자는 성육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정의하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표현은 이것입니다. 성육신은 "인류에게 구원을 가져다주기 위해 이 땅에서 먹고 숨쉬고 살아간 하나님의 이야기"(79)라는 것입니다. 예수를 따르는 자들의 삶도, 인류에게 구원을 가져다주기 위해 세상 속에서 먹고 숨쉬고 살아가는 하나님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생한 하나님, 즉 육체를 입고 오신 하나님을 보기 원하는데, 예수님의 성육신이 바로 그것, 즉 하나님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성육신적인 삶'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말할까요? <믿음을 살다>는 총 네 파트(성육신, 평판, 대화, 직면, 변화)로 나누어 그것을 설명합니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성육신의 삶은 우리가 하나님의 보내심을 따라 사람들을 도우려 할 때이루어진다"(97)는 것입니다.
<믿음을 살다>는 급진적입니다. 어떤 내용들은 신성모독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인 휴 홀터 목사는 실제 성육신 교리를 상징하는 그림을 팔에 새겨넣기도 하고(문신), '목사'의 신분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상처를 입은 새신랑을 위로하기 위해 그의 결혼식날 그와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고, '소비자 그리스도인들'에게 월급을 받는 직업 사역자들의 사역을 비판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 거실을 펍으로 만들어 사람들과 먹고 마시는 일을 즐기기도 합니다. 휴 홀터 목사가 원하는 것은 종교의 허울을 벗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음(좋은 소식)을 나쁜 소식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종교이며, 복음을 오해케 하는 것이 바로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보다 신성 모독적이었던 분이 바로 예수님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믿음을 살다>는 굉장히 불편한 책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렇게 사는 '삶'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삶, 그것이 예수님의 성육신이며, 전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을 강하고 분명하게 일깨웁니다. 도전적인 메시지이고, 불편한 메시지이지만, 알고 보면 전혀 새로운 소망을 안겨주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산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완전히 설득당했습니다.
"내일이 오면 당신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세상의 수많은 인파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바라건대, 세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소망을 품고 세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