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 - 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은 당신을 위한 현실 심리학
가타다 다마미 지음, 전경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노동시간 최상위, 삶의 만족도 최하위!

최선을 다했는데 '이것밖에 되지 않는' 인생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은 당신을 위한 현실 심리학!



"이 책은 이제 우리는 누구나 우울증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우울사회에 살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11).


우리는 지금 우울증 권하는 사회를 살고 있는가? 저자는 "누가 우울증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212)고 말한다. "우울증의 시대다. 일본에서만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에 달하며 이제 우울증은 '50명에 한 명꼴로 평생에 한 번은 앓는 병'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5). 


저자가 특별히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은, 과거 우울증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보이는 "신형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형 우울증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의 우울증은 멜랑콜리 친화형 성격, 즉 내향적이고 진지하고 책임감이 크고 자책하는 성향이 짙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의 우울증 환자들은 타인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다거나 직장에 나가는 등 하기 싫은 것을 할 때만 우울해한다. 주변에서 보기에 이들은 우울하다기보다는 '제멋대로인 사람' 같다. 물론 꾀병은 아니다"(5-6).


신형 우울증은 주로 회사원에게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직장 우울증"(38)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특히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신형 우울증은 "이렇게 되고 싶다"는 자기애의 이미지와 "이것밖에 안 되는" 현실의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받아들이지 못해 생기는데, 신형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타책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우울증은 우울한 채로 자신을 책망하는 것이 특징이었다면, 신형 우울증은 "남 탓"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논란"도 신형 우울증의 대표적인 예라고 진단한다(110).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얼마나 불편한지 알아"라고 진상을 부리는 갑질 속에 신형 우울증의 '남 탓'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시대의 병"이라고 진단하는 저자는 "병을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단언한다. 신형 우울증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은 무엇인가? 저자는 먼저 항우울제의 등장이 우울증 환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고 말한다. 이것은 항우울제를 대박상품으로 만들어버린 제약회사의 음모, 항우울제에 반응한다는 이유로 모든 병을 우울증으로 만들어버린 정신과의 현실, 이제는 조금만 울적해져도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사람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다음으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소비사회"이다. 지연, 혈연, 전통과 같은 답답한 규범에서 벗어나 스스로 인생의 지배자가 되는 대신 우리는 모든 것이 '자기책임'이라는 무거운 압력 속에 내던져졌고, 자유만 얻으면, 공부만 잘하면,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환상은 자기애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넓혔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나 자신으로 있는 것에 지쳤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신화 속에서 끊임없이"자아찾기"를 계속하며,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개인은, 사방이 꽉 막힌 듯한 현실 속에서 피로와 불안에 시달리며 일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남 탓'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도 인생이 술술 풀리지 않는 것은 좋은 대학만 나오면 된다고 말한 부모님 탓이고, 열심히 했는데도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능한 직장 상사 탓이고, 열심히 사는 데도 내 인생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것은 사회 탓이다. 물론, 부모 탓, 상사 탓, 사회 탓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소한 좌절과 실패도 견디지 못하며,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은 "우울이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 우울증뿐 아니라, 이 시대를 진단하는 눈도 날카롭다. 무엇보다 그토록 바라던 자유롭고 풍요로운 소비사회에서 우리는 "나 자신으로 있는 것에 지쳐간다"는 설명에서 참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시대의 우울증은 인간의 교만에 대한 신의 경고가 아닌가 싶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열심히 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깨뜨려주니 말이다.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이다. 전문지식을 이렇게 일상 깊숙이 높여내는 일본 지식인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학문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우울증이나 우울감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나를 괴롭히는 우울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 실체를 깨닫는 것에서부터 극복은 시작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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