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통찰 - 전 세계 1% 전략가들에게만 허락된 MIT 명강의
히라이 다카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3.0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당신의 머리는 생각을 합니까?"



쉬는 날이면 한 번씩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봅니다. 거기 보면, 소탈한 매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지석 씨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돼?" 낯선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생각이 아예 먹통이 되는 막막함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모르는 문제일지라도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의지와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묻는 그 질문(사고방식)이 참 현명해 보입니다.


<1등의 통찰>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힌트는 우리의 생각 속에 숨어있는데, 그 힌트를 찾아나가는 '생각 모델'을 우리 머릿속에 심어주는 책입니다. 이 생각 모델은 MIT 슬론스쿨이 개발한 시스템 사고법(시스템 다이내믹스)입니다. 이 시스템 사고법의 목적은 인간의 통찰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MIT 슬론스콜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전략 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한마디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16)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복잡한 문제 해결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저자가 MIT 슬론스쿨에서 배운 시스템 사고법을 비즈니스 현실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 책이 가장 먼저 짚어주는 통찰은 "사람은 의외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머리는 생각을 합니까?"라는 별것 아닌 질문에 괜히 뜨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다는 자주하기 때문이지요.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현대인들이 '생각하기'에 지쳐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정보 과잉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보과잉 사회일수록 본질은 뒤어 숨고 '현상'만 눈에 보이게 되는데, 이 현상 너머에 있는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기에 나도 모르게 생각하기에 게을러지는 것이라고요. 저자는 이렇듯 정보과잉 시대일수록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이 필요하고,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생각의 힘, 즉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본질에서 생각하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정보나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겠지요. 본격적으로 시스템 사고법을 배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통찰을 방해하는 습관'의 정체입니다. 우리의 뇌는 습관대로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통찰을 방해하는 아홉 가지 생각 습관


1. 현상의 반대를 결론으로 삼는 습관

2. 일반론에 만족하는 습관

3. 프레임워크에 의존하는 습관

4. 카테고리에서 생각을 멈추는 습관

5. 키워드에서 생각을 멈추는 습관

6. 초기 가설을 고집하는 습관

7. 생각하는 목적을 잃어버리는 습관

8. 프로세스만 돌리려는 습관

9.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습관 

1번 "현상의 반대를 결론으로 삼는 습관"의 예는 이런 것입니다. 


피곤하다 → 휴가를 내자

제품이 잘 안 팔린다 → 어떻게든 팔아야 한다

"가장 흔하고 초보적인 생각 습관"이라는데, 늘 회의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가시는 우리 조직의 리더 한 분이 생각나서 혼자 한참 웃었습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당연한 생각을 왜 못하냐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행하자고 늘 역설하신답니다. 


<1등의 통찰>이 가르쳐주는 시스템 사고법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현상 뒤에 숨어 있는 구조와 인과로 포착하는데, 그 구조를 '모델'이라고 하고, 인과를 '다이너미즘'이라고 부릅니다(76). 모델과 다이너미즘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모델이란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구성요소와 그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관계성을 일컫는다"(76). "다이너미즘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모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일컫는다(77). 다시 말해, 모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패턴을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통찰한다는 것은 현상 뒤어 숨어 있는 모델과 다이너미즘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델과 다이너미즘을 통해 현상이나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그 아래에 숨어 있는 다양한 요소의 역동적인 관계를 읽어내는 것이 통찰의 핵심입니다. 


<1등의 통찰>은 시스템 사고법을 체화하여 통찰력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생각이 눈에 보이도록 모델을 그리고, 모델에 시간축을 더한 다이너미즘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모델을 바꿔 해결책을 찾은 후, 현실에서 피드백을 얻는 것이 통찰력 사고의 4단계입니다. 비지니스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습니다. 저자의 설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르침 중 하나는, 마지막 검증의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모델이 본질에 다가갈수록 내용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에 보이면 누구나 신선한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가슴 뛰는 흥분을 느낀다. 매너리즘에 빠져 현상의 반대를 결론으로 삼는 일에 재미를 느낄 리 없지 않은가"(122).

저자는 검증의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합니다. 재미있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본질에 다가갔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하는 회의가 왜 그렇게 재미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회의를 하면서도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걸, 어쩌면 우리 모두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영학 관련 전문 이론이고, "전 세계 1% 전력가들에게만 허락된 MIT 명강의"라고 해서 다소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자기계발서처럼 잘 읽힙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그리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아직 훈련되지는 않았지만,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생각 모델'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일을 하던지 큰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답은 모르지만, 적어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그 '길'은 찾은 셈이니까요.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지식(이론)을 대중화하는 일본인의 힘입니다. 어떤 분야든 번역되어 나온 일본 서적들을 보면, 이론이 이론에서 머물지 않고, 지식이 지식인에게 머물지 않고, 지식을 대중화하여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적용되어 나오는 것을 봅니다. 이것이 일본의 경쟁력이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참 부러운 점이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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