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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농담 101가지 - 농담이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이록 엮음, 박정례 옮김 / 한국경제신문i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 엘라 훨러 월콧스, <고독> 중에서
예부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입으로 매를 번다고도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이나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농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적절한 재치 있는 농담 한마디가 얼었던 분위기를 녹이고, 불편한 감정을 풀어주며, 어색한 관계를 유쾌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못 내뱉은 농담은 오히려 분위기를 망치고, 상대방에게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만큼 고도의 재치가 필요한 것이 농담입니다.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말을 잘 하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치 있는 농담이 그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성경에 보면, "경우에 알맞은 말은 은쟁반에 담긴 금사과이다"(잠언 25:1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경우에 알맞은 농담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유대인의 농담 101가지>라고 하니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세계에서 머리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유대인들인데 그들의 농담이라니 얼마나 재치가 번뜩일까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유대인의 농담이라기보다 교훈적인 '탈무드'로 읽힙니다.
<유대인 농담 101가지>를 읽으며 가장 뜨끔했던 교훈은, '졸부 가족과 유대인 가족' 이야기였습니다(65-67). 갑자기 부자가 된 졸부 가족이 부자들만 사는 마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들은 그 마을에서도 VIP만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싶어, 치밀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아버지는 일부더 이웃들과 접촉하며 골프 실력 향상 비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정원의 잔디를 잘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어머니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디저트 요리 만드는 법, 과자 굽는 법, 기막히게 맛있는 케이크 만드는 비결까지 몽땅 털어놓았습니다. 아들은 친구를 데려와 이웃 소녀들과 미팅을 시켜주었으며, 딸은 무보수로 동네 사람들의 아기를 돌봐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너무 아는 척을 하는 가족", "항상 너무 잘난 체를 하는 가족"이라는 것이 클럽 임원들의 평가였습니다. VIP 클럽에서 회원으로 받아들인 가족은, 늘 '겸손히 조언을 구했던' 가족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던 '유대인 농담'은 이것입니다.
모세는 자기 아들 아브라함이 그리스도교 세례를 받겠다고 하는 바람에 세상이 뒤집힐 듯이 놀랐다.
…
"전능하신 하나님, 당신을 찬양하나이다. 하나님, 나의 외아들 아브라함이 그리스도교 세례를 받겠다고 합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그러자 어디선가 무겁고 엄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 아들도 그랬단다."
그리스도는 그리스도 교도가 된 최초의 유대인이었다(모세의 아들, 188-189).
이 글은 (유일하게) 정말 "하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답니다. 유대인이라 가능한, 유대인이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유대인의 재치가 엿보이는 농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하" 웃게 만드는 농담은 아니지만, 가장 큰 감탄을 불러일으켰던 <유대인 농담>은 '선택 1' 이야기입니다(78-79). 지혜로운 랍비가 여행 중에 한 외딴 섬에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이 섬에 사는 부족은 아주 논리적이면서도 배타적이었습니다. 외부인이 들어오면 논리적인 재판을 거쳐 외부인의 말이 진실이면 '참신' 앞에서, 거짓이면 '거짓신' 앞에서 죽였습니다. 재판에 처하게 된 랍비는 고심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나를 거짓신 앞에서 죽일 것이다." 랍비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랍비는 살아남았습니다. 랍비의 말대로 거짓신 앞에서 죽이려고 하니 그의 말은 '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참신 앞으로 끌고 갔으나 참신 앞에서 죽이면 그의 말은 거짓이 되므로 또다시 죽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유대인 농담 101가지>라고 해서 "가슴이 뜨끔", "머리가 깨어나는" 좀 더 재치 있는 농담을 기대했습니다. 농담이라기보다 교훈적인 탈무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니, 혹시 이 책의 제목이 유대인식 농담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생각하는 농담과 이 책의 저자가 생각하는 농담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게 읽었고, 부담 없이 읽었고, 읽는 동안 생각과 마음을 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설교를 위해 재밌는 예화를 찾는 목사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