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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연설 - 김양호 박사가 선정한
김양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시대를 대변한 인물들 그들은 무엇을 말했을까?"
마틴 루텅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을 육성으로 직접 들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수업 시간이었는데, "I have a dream!"이라는 외침이 정말 골짜기마다 울려퍼지는 듯한 전율이었습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번역된 연설문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때부터, 말의 힘, 그중에서도 명연설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유투브 등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있는 버락 오바마, 스티븐 잡스의 명연설처럼 이왕이면 육성 자료를 구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연설문으로라도 읽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을 보호하고, 경우에 따라선 흉악한 무리들을 공격할 수도 있으며,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몸에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는 무기로 말보다 더 중요한 필수품이 있다면 과연 무엇인가? (중략) 흩어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로, 야만의 거친 삶에서 이곳 로마처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문화와 문명의 세계로 이끌 수 있었던, 또한 국가가 이미 세워졌을 때 입법과 사법 그리고 법에 입각한 권한과 법이 보장한 권리에 대한 규정과 틀을 마련하고자 할 때, 어떤 다른 힘이 가능했을까?"(425)
위의 연설문은 로마 제일의 웅변가로 꼽히는 키케로의 '말의 힘'에 대한 예찬입니다(424). 키케로는 오직 연설 능력 하나로 최연소로 최고의 권좌인 집정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이처럼 말로 세계를, 역사를, 정치를, 마음을 움직인 명사들의 명연설을 읽으며 하나 깨닫는 것 하나는, 연설은 스피치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신념을 가졌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잘못된 신념 때문에 인류를 절망에 빠뜨린 히틀러와 같은 인물도 있고, 닉슨처럼 불명예를 안은 비운의 리더도 있습니다. 반대로 본업은 연기하는 배우이지만, 그가 가진 신념 하나로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그는 배우이자 환경운동가로 불립니다. 함석헌 선생님의 연설 중에도 이런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 혁명이론이 없었습니다. 단지 손에 든 칼만을 믿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민중은 무력만으로 얻지 못 합니다"(359). 명연설의 진짜 힘은 말의 힘이 아니라, 올바른 신념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의 명연설>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탁월한 연사들과 그들이 한 연설 가운데 명연설로 꼽히는 연설문들을 골라 실었습니다"(6). 링컨, 처칠, 스티브 잡스와 같이 이미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는 일부 연설문은 의도적으로 실지 않았지만, 역사 속에서 명연설로 꼽히는 총 114편의 연설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총 114편의 <세계의 명연설>을 선정한 김양호 박사는 이 책이야말로 "스피치의 보고"이며, "스피치를 하게 되거나 스피치에 관한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는 그야말로 풍부한 자료집"으로 자부합니다(6-7). 인물소개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연설문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다만, 연설문 전문(全文)이 아니라, '발췌문' 또는 '요지'만 실린 경우가 많은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을 기준으로 봤을 때, 번역도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명연설은 역시 육성으로 직접 들을 때에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으나, 구하기 힘든 명연설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이 책의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