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유적과 유물을 총망라했다"(앞표지 날개 中에서).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이 되다 보니, 무심코 떠난 여행지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또 지역마다 여행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에는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문화유산을 새롭게 단장하고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도 합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우리 문화유산 1001>에 관심을 가진 것도 - <죽기 전에 꼭, 1001> 시리즈에 대한 소장 욕심도 있지만 - "이런 여행도 괜찮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고 보니 여행을 목적으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우리 문화유산 1001>은 우리 문화유산(유적과 유물)을 지역별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문화유산은 2013년 12월까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15)고 밝힙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30년 가까이 문헌기록과 현장답사를 다녔다고 하는데, 우리 문화유산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간략한 정보와 함께 문화유산에 담긴 '의미'를 해설해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조망하듯이 우리 문화유산을 호방하게 훑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자연히 예전처럼 한국인과 민족문화의 우수함을 강조하였던 경향도 혼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이제 한국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는 정형화된 틀을 극복하고 원래의 다양한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곧 유적, 유물에 담긴 당시 사람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4).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이 있다면, 문화유산은 어떤 예술작품처럼 감상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 출장길에 우연히 강화 광성보에 들린 적이 있는데 <죽기 전에 꽉 봐야 할 우리 문화유산>으로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더 새롭게 와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돌아보았던 광성보가 "덕진진, 초지진과 함께 조선으로 들어오는 외국의 군대를 막아선 중요한 요새"로서 "신미양요 때 최대의 격전을 벌였던 강화해엽의 군사기지"라는 것을 확실히 배웠습니다(253).
우리 문화유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하는데 가까운 곳부터 탐색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설마 했는데 우리 동네에도 있더라고요. 그것도 통일신라시대의 집터가 발견된 곳이라고 하니 흥미로웠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도 왜 몰랐을까 싶은 마음에 지도로 찾아보았는데 소중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관심을 갖자는 마음으로 삶을 여행하듯 기회가 닿는대로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볼까 합니다. 죽기 전에 몇 곳이나 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