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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1 - 3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평점 :
마스터스 오브 로마, 그 세 번째 이야기!
<포르투나의 선택>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제3부로, 제1부 <로마의 일인자>, 제2부 <풀잎관>에 이어지는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우리에게는 <가시나무새>로 더 잘 알려진 콜린 매컬로의 책인데, 고증에서 집필까지 30여 년이 걸린 대작이자, 콜린 매컬로 필생의 역작이라고 평가되는 책입니다. 제3부 <프르투나의 선택>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가 읽은 책은 그중 1권입니다. <포르투나의 선택 1권>은 "기원전 83년 4월부터 기원전 82년 12월까지"가 제1장, "기원전 82년 12월부터 기원전 81년 5월까지"가 제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술라의 제2차 로마 진군이 큰 주제입니다. 권력의 정점을 향해가지만 이미 몰락하기 시작한 술라의 모습과 아직은 풋내기에 불과한 모습으로 그의 권력 아래 모여드는 삼두정치의 세 주역,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카이사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술라가 부룬디시움에 당도하면서 시작됩니다. 술라가 로마로 진군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로마 역사상 초유의 내전을 눈앞에 둔 상황입니다. <포르투나의 선택 1권>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카이사르의 권력 다툼에 집중된 관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했던 앞선 역사의 권력자 '술라'라는 인물과 또 카이사르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던 '젊은 폼페이우스의 매력'입니다. 로마로 진군하는 술라를 열렬히 환영하며 겁도 없이 술라의 정식 동료가 되려는 폼페이우스는 "모두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환생한 것 같다고 여길 만큼 새하얀 피부의 미남"(21)에 군사적 재능이 뛰어난 매력적인 젊은이입니다. 몰락해가는 술라의 모습과 떠오르기 시작하는 폼페이우스의 대비적인 관계가 흥미롭습니다. "술라와 대면할 때 폼페이우스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그것이 진정한 시험일 것이다! 같은 편이든 아니든, 늙은 황소와의 관계가 젊은 황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굽힐 것인가? 그는 굽힐 수 있는가? 오, 이토록 젊고 자신만만한 사람에게 장차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를 부러뜨릴 수 있는 힘이나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 것인가?"(39)
역사적 스포를 알지 못했다면, 이 치열한 권력 다툼에서 자신을 "마그누스"(위대한 자)"라고 부를 만큼 뻔뻔한, 그러나 아직은 애송이에 지나지 않은 폼페이우스를 응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독자는 훗날 그가 실제로 "마그누스"라는 영웅의 호칭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작가는 이미 이곳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폼페이우스의 첫 번째 아내가 남편을 묘사하는 말을 들어봅시다. "물론 그녀는 남편이 스스로 무엇보다도 군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웅변술, 법률, 정부, 민회, 정치적 권모술수처럼 동년배들이 관습적으로 추구하는 것들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었다. 남편이 얼마나 자주 번지르르한 말이나 공허한 문구가 아니라 창으로써 집정관의 상아의자에 앉겠다고 이야기했던가"(26).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창으로써 집정관의 고관 의자에 앉겠다"(33)는 폼페이우스, 전쟁 기술에는 도가 텄지만 정치적 기술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최대 약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명장으로서 "마그누스"(위대한 자)라는 영웅의 호칭까지 얻었던 폼페이우스가, 천재적 기질은 카이사르를 능가했던 폼페이우스가 어째서 단 한 번의 패배로 카이사르에게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반해 카이사르는 뛰어난 웅변술과 정치 공작면에서 뛰어난 '정치적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명의 여신인 '포르투나'는 로마인들이 가장 열렬히 숭배했던 신들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서로가 운명의 여신은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 어쩌면 <포르투나의 선택 1권>은 카이사르가 가장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어떻게든 될 겁니다." 카이사르가 개의치 않고 말했다.
"그걸 자네가 어찌 아나?"
"왜냐면 저는 포르투나 여신의 선택을 받았으니까요. 운은 저를 따라다닙니다."
술라는 몸을 떨었다. "포르투나 여신의 선택을 받은 건 나지! 내게는 늘 운이 따랐어! 하지만 거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음을 기억하게. 포르투나는 질투심이 강하고 요구가 많은 애인이야"(426).
사실 이런 역사소설은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라서 독자들은 이미 사건의 결말과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소설이 주는 재미는 한 줄 기록으로 암기하고 있던 역사가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재구성되며 역사적 인물들이 생기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포르투나의 선택 1권> 또한 장면 장면 드라마적인 재미를 더하며 인물의 성격이 입체감있게 살아나는데, 작가는 다소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정밀한 묘사를 해내고 있습니다. 로마역사를 다룬 책 중에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