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보여요 - 직접 그려보고, 읽어보고, 감상하며 치유하는 그림 심리 테라피
이윤희 지음 / 팜파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괜찮습니까?(13)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고 한다.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 편이 의도치 않게 이를 증명해주기도 했다. 웹툰 작가들은 그림만 보고 그 사람의 성격과 특징을 읽어냈는데, "본인이 관심 있는 것에는 대단히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한 그림은 박명수의 것이었고, "고집이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같다. 자기 생각과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평한 그림은 하하의 것, "남을 해치지 않는 그림"이라고 평한 것은 유재석, "그림 하나하나에 미움 받지 않으려는 게 드러난다"고 평한 것은 정준하의 것이었다. 멤버들은 그 정확함에 놀라며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당신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보여요>는 그림을 "직접 그려보고, 읽어보고, 감상하며 치유하는 그림 심리 테라피"이다. 이를 자기심리학적 미술치료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치료자의 공감을 통해 내담자가 내재된 갈등을 탐색하고 욕구를 표현하며 자기를 새롭게 형성시켜 치료적 효과를 도모해나가는 방법이다. 좀 쉽게 풀자면, 자신이 과거의 해결되지 못했던 사건들 중 현재의 건강한 삶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끄집어내어 '풀 건 풀고 덮을 건 덮으면서 인생 재정비를 해보자'하는 것이다"(6-7). 


"그리다"의 어원에는 "발견하다", "끄집어내다"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50). 자기심리학적 미술치료에서 '그림'은 쉽게 끄집어내기 어려운 내면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그림 심리 테라피를 진행하는 저자는 "단어 선택조차 어려울 만큼 힘이 들 때는 말보다 차라리 그림에 기대어보는 것이더 낫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은 그 어려움을 지지와 위로로 다독여준다"(303)고 조언한다.






 

 




침묵 뒤로 숨은 당신은 사실 더 아프다(302).



이 책은 나무, 자화상, 낙서, 빗속의 사람, 가면, 흔적(어린시절) 등 총 17장의 그림을 직접 그려보고, 그 그림 속에 나타난 나의 마음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그림과 유명 화가의 그림 분석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불안과 마음의 흉터를 탐색해볼 수 있는 질문들을 제공하는데, 저자의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을 통해 내 마음이 보내오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 


가장 처음 그리게 될 '나무' 그림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그린 나무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나무 그림은 나의 모습에 대한 반영일 수 있으며, 자신의 인격을 대변하는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그린 마우에는 자신의 내적 정서와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반영되곤 한다"(15)고 한다. 그런데 "우울증에 놓인 사람들의 나무그림은 대개 선이 약하고 희미하며 그림의 모양이 단조롭다. 계절적인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잎과 열매가 풍요롭지 않으며 가지의 모양은 빈약하고 절단되어 그려지기도 한다"(23). 또 "가지보다 많은 잎과 꽃, 열매들을 달고 있는 그림도 등장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감당하기 너무 힘겨운 상태임을 대변하기도 한다. 또한, 나무뿌리가 그려진 그림은 과거에 대한 '집착'과 '그리움', '뒤돌아 봄'으로 성장의 둔화로 해석된다"(23)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자기심리학적 미술치료를 해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그림을 그릴 때의 '느낌'에 집중해보자. 무엇을 그렸는가, 어떻게 그렸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을 의식하다 보면, 솔직한 표현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무의식의 선을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감정들은 어쩌면 내가 치유받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일 수 있다고 일러준다(82). 







 




마음의 문을 닫고 외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어 온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 자신을 더욱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건네고 싶었다(303).



이 책은 지적인 유희보다는 "그림으로 나의 흉터 난 마음을 보듬는 시간"을 제공한다. 빗속의 사람그림은 "자신이 가진 스트레스의 정도와 대처능력을 측정하는 심리 진단검사로 쓰인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얼마전 종용한 '딴따라'라는 드라마에서 지성이 그렸던 그림과 그를 따뜻하게 위로했던 그린우산이 떠올랐다. 이 책이 꼭 장면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상처난 마음이 드러난 그림 위로 그린우산을 씌워주듯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저자가 건네는 위로 중에 "성처받고 쓰린 자신에게 '넌 달라졌고, 넌 충분히 괜찮아'라는 자기합리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때로는 자기를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138)는 한마디가 마음에 뭉클하게 전달되었다. 


이 책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한번쯤 스스로 마음을 돌아봐야 할 이유를 느끼고 있다거나, 자기 마음을 점검하고 위로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이 책을 진지하게 활용한다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가능하다록 꾸며져 있다. 우울함에 취약하며 인정이라는 정서에 유독 목마르다는 현대인들.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는 이가 없다면 스스로 내 마음에 위로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