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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끝에서 믿음을 찾다 - 이성은 왜 진리에 이르지 못하는가?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송동민 옮김 / 에센티아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누군가 이 불신앙의 용을 쓰러뜨릴 때가 왔다"(11).
무신론자들의 공격성이 적잖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이나 논리 때문이 아닙니다. 신앙인들, 특히 기독교인들을 향한 그들의 노골적인 '적개심' 때문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 참 진리인가를 탐구하는 데 있지 않고, 하나님 없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유신론은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무신론 역시 '믿음'의 문제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기독교인들에 대한 적의에 찬 감정을 숨기지 않는 무신론자일수록 자신의 무신론적 '광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신앙인들은 신화와 허구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자신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 위에 서 있다고 '믿지만', 일부 무신론자들이 드러내는 악의에 찬 편견을 보면 지금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되묻고 싶어질 때가 많습니다.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를 출간한 샘 해리스도 이런 유형의 무신론자입니다. 이 시대 최고 기독교 변증가로 일컬어지는 라비 재커라이어스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이 고결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신념을 소통하면서 저열하게 상대방을 헐뜯는 수사법을 사용했다"(25). "나는 그의 주장에서 밝은 빛보다는 뜨거운 열기를, 진리에 대한 분별보다는 격렬한 분노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34).
<이성의 끝에서 믿음을 찾다>는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에 대한 답장 같은 책입니다. 라비는 "삶의 의미에 관한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모든 젊은이에게 무신론에는 답이 없음을 말해주기 위해, 이 책 <이성의 끝에서 믿음을 찾다>를 썼다"(20)고 밝힙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이 책을 통해 샘 해리스(무신론자들)의 세계관이 지닌 체계적 모순과, 지식의 허술함을 간파해냅니다. 샘 해리스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은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의 답이 과학에 있으며, 종교는 파멸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라비는 무신론이야말로 아무런 답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주장과 달리 초월적인 분을 상실할 때 오히려 인류에게 닥쳐올 파멸적인 재앙은 무엇인지를 차분히 논증해냅니다. 혹시 무신론자들의 주장이 다 맞다고 해도 우리에게 남는 것은 '나쁜 소식'뿐입니다. 그들은 하나님 없는 세상, 도덕적 의무가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쾌락을 누리고 싶어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대로 하나님 없는 세상, 도덕적 의무가 없는 세상에서는 바로 그 끝없는 쾌락이 엄청만 재앙으로 덮쳐올 것입니다. 하나님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의미와 사랑과 소망이 소멸하고, 결국 파괴적인 공허함과 광기만 남게 되는지 정직하게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유신론자들은 신의 존재를 무턱대고 믿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신을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든 이성과 영성을 동원하여 날마다 치열하게 신의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리 스트로벨, 조쉬 맥도웰,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라비 재커라이어스를 보십시오. 그들은 누구보다 신의 존재를 회의했던 자들이며, 누구보다 강력하게 유신론적인 믿음을 거부했던 자들입니다. 그랬던 이들이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지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이력은 좀더 특별합니다. 그는 인도인 부모 아래서 태어났고, 인도에서 자랐습니다. 게다가 그는 카스트제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 계급 출신입니다(28).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모든 믿음을 철저히 거부했지만, 무신론이 가져다주는 허무의 끝자락에서(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가 실패로 끝난 어느 병실에서) 복음을 들었다고 합니다. 복음을 받아들인 뒤에도, 무신론의 입장도 공경하게 대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의 객원 연구원이 되어 무신론자가 된 돈 큐핏 아래서 공부"(34)를 하기도 하고, 여러 해에 걸쳐 세계의 여러 종교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글을 써왔습니다.
성경을 참담하게 오용하고,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기독교와 다른 종교들을 오해하는 무신론자들에게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라비처럼 연구하고' 나서 자기 주장을 펼치라고 말입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연구해보지도 않고, 모든 것 다 안다는 듯한 지식우월주의자의 오만보다 더 가소롭고 역겨운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 고집스레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면에 감추고 있는 은밀한 욕망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바랍니다.
당장의 삶의 문제에 매몰되어 전처럼 진리를 찾고, 신의 실존을 질문하는 청년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요즘, 이 책은 특별히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를 탐구해보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믿는 바에 때때로 회의가 찾아오는 청년들에게도, 스스로 무신론자임을 자처하는 청년들에게도 모두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라비의 다른 책 <무신론의 진짜 얼굴>과 함께 읽으면 더 좋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무엇인가를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너무 섣불리 나는 무엇을 믿고 있다고 대답하기 전에, 한번쯤 자신이 믿는 바를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신의 실존에 대한 믿음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믿음에 이 땅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영원(영혼)까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신의 실존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는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입니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삶의 목표도, 의미도, 기준도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