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건축 - 양용기 교수의 알기 쉽게 풀어쓴 건축 이야기
양용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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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깨달음이다"
(건축가 루이스 칸).



요즘 방송가 트랜드를 말할 때, 쿡방전성시대에 이어 집방전성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다음은 북(Book)방이 올 것이란 예견도 있더라고요. 쿡방이나 집방이나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시선을 붙들어 둘만 합니다. '건축'이라고 하면 거리가 멀게 느껴지거나 상관 없는 분야라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사실 건축은 우리의 생활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이 아니라 건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인생을 건물 속에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사회가 개인화되어갈수록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욕망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집을 사거나, 집을 건축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건축은 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예술의 상징이며, 또 기술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인식했습니다. 


<철학이 있는 건축>은 "건축을 읽어주는 책"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건물이 지닌 형태언어를 해석해줌으로 형태 안에 담긴 미(美)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지요. "건축은 깨달음'이라는 건축가 루이스 칸의 말을 저자가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의도 때문일 겁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는 '미'의 의미가 바로 '지각하다', 또는 '인식하다'라고" 합니다(75). 즉, "우리가 지각하는 그 언어가 바로 그 형태의 미가 되는 것"이며, "'미'라는 것은 우리가 지각할 때 보인다"(313)는 것입니다. 멋진 건축물은 보기만 해도 탄성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그러나 그것이 왜 멋진 건축물인지를 '알면', 형태를 통해 건축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알면', 더 크고 진실한 감동이 밀려온다는 뜻일 겁니다. 알면 보인다는 진리가 건축에서도 통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는 루이스 칸의 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건축물의 외형만 보아서는 그 건축가의 아이디어나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60).


"건축은 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창조하는 것입니다"(84). 건물은 공간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건축가들은 '공간의 자유를 추구해왔다'고 합니다.  건축의 역사는 바로 공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하중을 견디기 위해 두꺼울 수밖에 없었던 벽이 얇아지고, 기둥으로 대체되고, 또 외부와의 연결을 위해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은 공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건축가의 고민이 낳은 변화이며,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진보,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용기를 가진 대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변화라고 이 책은 증언합니다. 


<철학이 있는 건축>은 건축에 관한 전방위 입문서입니다. 건축이란 무엇인가부터, 건축의 요소, 건축의 역사와 변화, 디자인 속에 숨어 있는 기술과 재료, 표현까지 전방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과,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면서 의미심장하게 와닿았던 한 구절은 다음의 문장입니다. "한국의 정자는 우리 선조가 얼마나 지혜롭고 자연을 사랑했는지 잘 보여주는 예가 됩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기둥으로 된 집과 자연이 그대로 보이게 하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아주 오랜 기간을 연구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이 정자가 곧 건축물의 최종 목표가 될 거라는 것을 아는 건축가는 많지 않습니다"(32).  


<철학이 있는 건축>은 보다 쉽게 건축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전공자가 읽어도 좋고, 전공자가 아니어도 건축에 관한 교양도 쌓고, 건축에 관한 개론적인 지식을 습득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입니다.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건축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건축에 관한 시야가 트이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건축에 관한 저자의 철학을 더불어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건축은 마치 인생과도 같다. 위치를 잡고 돌을 쌓고 공간을 구분하며 문과 창을 내고 하는 등의 모든 행위 속에는 인간을 위한 숭고한 결단이 담겨 있다. 자연 속에서 공생하는 인간의 존재를 잃지 않는 위대한 작업이다. 건축은 이에 관계된 모든 생명의 정체성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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