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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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요?"(113)



어릴 적, 엄마는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된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오히려 어른이 되어갈수록 다 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나도 다 알아" 주장하던 아이에서 "내가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구나" 깨닫는 것, 이것이 바로 어른이 된다는 뜻인가 봅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던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철학자인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왜 "20세기 물리학에 불어닥칙 거대한 혁명"(5)으로 일컬어지는지, 이 거대한 두 물리학 이론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이며, 또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학문의 목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이런 목적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문 중 하나가 물리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목적에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잘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리고 일반인들이 어려워하는 과학 지식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목적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5). 감사한 일이지요. 과학을 쉽게 설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만큼 성공적으로 해낸 책도 없을 겁니다. "영국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을 비롯한 전 세계에 번역되어 100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 유럽, 과학 분야 장기 베스트셀러 1위", "2015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것이 그 증거이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강의는 가장 쉬운 강의라는 통설이 또 한 번 확인된 셈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약속처럼 현대 과학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100% 다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이 좀 떠지는 기분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도록 만드는 책입니다. 아주 오래 전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지구가 멈춰서 있지 않고 팽이처럼 미친 듯이 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체감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요. 팽이처럼 미친 듯이 돌고 있는 지구가 느껴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물리학은 이렇게 보이는 것과 실제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과학적 사고는 우리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성장합니다"(45).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위대하고,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겁니다. 관찰(상상과 실험이 포함된)만으로 보이지 않는 실제를 포착해냈다는 점에서 위대하고, 보이는 것과 다른 실제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어렵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도 물질과 다를 바 없"으며, 공간이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18)라고 설명합니다.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은 "세상이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떼를 지어 있는 곳,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것은 사라지는 일이 꾸준히 반복되는 곳"(62)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진짜 빈 공간, 완벽하게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61)과 이 두 위대한 이론(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적어도 현재의 형태로는 서로 모순"(73)된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또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양자들은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에 속해 있지 않"으며, "공간은 각각의 양자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진다는 것과 "이렇게 되면 다시 한 번 세상이 단순한 물체가 아닌 어떠한 관계처럼 보이게"(78)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나아가 (얼른 이해되지는 않지만) 시간도 곡선이며, 현재에 대한 생각도, 시간도 환상이라는 것, '여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현대 과학이라는 거대한 그림 속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113).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이처럼 많은 것을 밝혀내고 보는 것과 다른 이 세상의 실제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모순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며,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어쩌면 현대 과학은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학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통해 처음으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듯한데, 그 깨달음은 오히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깨달음과 통합니다. 정말 우리가 세상을 사는 세상을 모르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언제든지 "새로운 흔적이 나타나면 생각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118)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절대 지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존재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별 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차 있을 때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132-133). <모든 것의 물리학>은 현대 과학의 혁명을 이룬 이론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물리학이 설명하는 신기한 세상 속 우리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6)까지 나아갑니다. <모든 것의 물리학>을 읽고 나니 이 거대한 우주 안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우리가 정말 하찮고 보잘것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등바등했던 일들이 조금은 우습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우주의 신비가 곧 '나'라는 존재의 신비,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놀라움의 원천입니다"(125)라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우주 안에 '나'도 포함되어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 진짜 천재가 아니면 현대 물리학 이론을 이렇게 명쾌하고 쉽게 설명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관심은 많았지만 관심만으로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현대 물리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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