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고전 읽기는 언제나 내게 멈춤과 긴 호흡, 그리고 다시 보기라는 훌륭한 처방책을 내려주었다"(7).


고전을 읽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고전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매일 쏟아져나오는 신간을 우선적으로 읽다 보면 고전 읽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또 어렵게 손에 잡는다 해도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멈춤', '긴 호흡', '다시 보기'가 훈련되어 있지 않은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994년 국민독서실태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15년 독서률이 최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또 단골처럼 가까운 일본에 자주 견주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국민'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서점에 쏟아지는 신간들을 보면 너도 나도 책을 낸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은 이슈 하나도 금방 책이 되어 나오는 세상입니다. 


최근 <톨스토이, 당신에게 인생을 묻습니다>라는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악서의 범람과 좋은 씨앗의 발아를 방해하는 문학적 독초의 이상 번식은, 참으로 훌륭한 작품에 투자해야 할 시간과 돈과 정신력을 훔친다. ... 이같은 해독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읽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한다.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책, 발행한 첫 해가 그 존재의 마지막 해가 되는 책은 아예 읽지 말아야 한다. ... 두루 많이 아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것을 깊이 하는 것이 더 낫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고금의 양서는 읽지 않고, 그저 그 시대의 새로운 작품만 읽기에 바쁘다." 톨스토이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어 독서에 대해 이렇게 경고하며, "독서를 통해 무엇인가 유익한 것을 끌어내고 싶다면 확실히 양서로 정평이 나 있는 책만 읽으라"는 세네카의 말로 대안을 제시합니다. 확실히 양서로 정평이 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책이 바로 '고전'이겠지요.




"자신의 관점으로 비판하지 않는 독서는 죽은 독서이며, 자기의 언어로 구축되지 않은 세계는 자신의 세계가 아니다"(43).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는 단순히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재해석하고 맥락화하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고전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 관점으로 비판하며, 자기 언어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 다시 말해 자주적인 사색의 힘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자주적인 사색의 힘이 필요한데, 또 고전은 자주적인 사색의 힘을 기르기에 더 없이 좋은 양서라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자주적인 사색이라 함은 앞서 말한, 멈춤, 긴 호흡, 다시 보기와 같은 말일 겁니다. 저자는 고전을 통하여 나에 관하여, 사랑에 관하여, 관계에 관하여, 삶에 관하여 멈춤, 긴 호흡, 다시 보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를 읽으며 개인적으로 '고독'에 관한 다시 보기 앞에 가장 오래 '멈추었습니다'. "자기 고독의 일부를 가지고 사회에 들어가는 습관을 가지라"는 가르침과, "고독의 시간을 즐길 줄 알고, 자신을 만나고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만이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으며, "하나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영혼으로 태어날 수 있다"(27-28)는 명제가 발걸음을 붙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고독의 비밀을 잃어가기 때문에 병적인 외로움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적 자기 성찰, 쉽게 말해 자신과 대화할 줄 모르기 때문에 내 멋대로 살거야를 외치면서도 정작 "타인 지향형 인간"(178-191)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친 속도로 돌아가며 늘 새로운 것이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것', '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멈춤과 긴 호흡과 다시보기라는 것, 이 책은 이것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멈춰 서서, 나에 관하여, 사랑에 관하여, 관계에 관하여, 삶에 관하여 긴 호흡으로 다시 보기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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