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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
브라이언 채플 지음, 안정임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5년 12월
평점 :
그래서 목사님이 다시 사모님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요즘 세상에 정말로 훌륭한 설교자가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오?"
그러자 이번에는 사모님이 대꾸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 적은 숫자라고 생각해요"(245).
신학자들 간에 신학의 꽃은 성경신학이다, 조직신학이다 하는 (귀여운!) 논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신학의 꽃은 '설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학적 깨달음과 진리는 설교로 꽃 필 때, 가장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또 설교만큼 힘든 작업도 없는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성경 말씀을 잘 알아야 하고, 성경 말씀을 올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깊은 신학적 지식도 있어야 하고, 설교를 잘 전달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있어야 하고, 말씀을 먹일 성도의 필요와 문제도 깊이 이해해야 하고, 시대(세상)를 읽는 눈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성경도 열심히 읽어야 하고, 고전어를 비롯한 신학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성도와의 교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고, 세상과 시대를 통찰하기 위해서는 독서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기도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설교는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를 통해 성령님이 역사하시는 구속사역이니까요. 또 설교는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의 삶, 즉 설교자의 인품과 인격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잘못하면 진짜 "설교하고 있네"라는 소리를 듣기 쉽상이지요. 영성과 지성과 인격까지, 설교자가 지고 있는 사명의 무게가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는 말씀은 무오하지만 인간의 해석에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위험부담과, 더 유능한 성경 해석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 사이의 팽팽한 긴장 속에 서 있는 모든 설교자를 위한 책입니다. "설교학의 대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설교가 중 한 사람인 브라이언 채플" 목사님이 설교의 실제를 모범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목차는 크게 3파트로 나뉘어 있지만, 구성면에서 볼 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이론, 두 번째 파트는 실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파트인 '프롤로그'에서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의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설교 원칙들을 간략하게 제시해줍니다. 1994년도에 발간된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한국어판은 1997년도 발행)가 이론을 가르치는 책이었다면, <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는 실천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에서 제시했던 설교 원칙들을 다시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 이 책의 본론, 즉 설교 예문들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강조한 그리스도 중심 설교의 원칙이 어떻게 설교에 적용될 수 있는지 직접 설교의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전형적인 설교, 비전형적인 설교, 강해설교, 귀납적 설교 구조의 예를 제시"하고, "지침을 덧붙여서 단계마다 그 단계에 필요한 원칙들과 실제를 알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2부에서는 본문을 구속적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중점적으로 탐구"하는데, "성경신학의 여러 방식을 대표하는 각각의 설교는 그리스도의 대속을 예연하고, 예비하고, 반영하거나 혹은 그 대속 사역에서 비롯된 결과를 말해주는 본문들을 어떻게 설교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들"입니다. "3부에 수록된 설교들은 성경에서 발굴한 구속의 진리가 실제 우리 살멩서 어떻게 적용되지를 보여"줍니다(14-15).
"성경의 어느 구절을 대하든지 두 가지를 질문해 보십시오.
이 말씀은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하게 되면 언제나 구원의 필요성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입니다"(422).
<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는 기본적으로 "설교자들을 위한", "설교를 가르치는 책"인데, 어느 신학 서적보다도 명쾌하게 복음의 진수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설교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배우려 읽었는데, 읽는 내내 복음의 진리로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또 브라이언 채플 목사님은 많은 예비 설교자들, 예비 사역자들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신학대학 교수이자 총장이기도 해서, 이 책은 설교학 교재는 물론, 사역자(설교자)를 훈련하는 영성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예비 목회자들에게 주는 저자의 가르침 중에 모세의 예를 통해 "열심에도 함정은 존재한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는 "하나님과 무관한 자기 사역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주며, "목회나 사역을 하다 보면 그것이 단순한 의식이나 상투적인 일로 전락하기 쉽다"고 경고합니다. "심방 잘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계획을 치밀하게 짜고, 적절한 교회 성장 비법을 활용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감동적인 설교를 하면 교회는 부흥할 거야". "날마다 밀려오는 목회의 압박감은 날마다 이런 식의 사역을 하도록 만들어 버"리면, "목회가 하나님을 갈구하는 사역이 아니라 기술을 발휘하는 전문직"이 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257). 설교자의 열심이 만들어낼 수 있는 또다른 함정은 "목회자의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유혹"입니다. "목사의 설교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과 목사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을 구별하라는 저자의 조언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설교는 구조나 방식의 문제 이전에, 하나님의 말씀, 즉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역입니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는 설교자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그 메시지의 큰 틀과 핵심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설교학 대가의 실제적인 설교노트는 이러한 큰 틀 안에서 설교의 구조와 의사전달 테크닉까지 고려한 모범을 보여줍니다. 브라이언 채플 목사님이 직접 들려주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통해 모든 성경의 목적이 소망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설교를 통해 성도에게 소망을 주지 못했다면 하나님의 말씀의 목적을 놓치고 있다는 것, 그리스도 중심 설교는 어느 종교에서나 통하는 윤리 도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전해야 한다는 것, 하나님의 은혜는 완전히 거저라는 사실, 이 은혜에 대한 깨달음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불러오는 강력한 동력이라는 것,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거룩에 대한 동기가 되고 열망을 가져온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는 가르침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복음을 전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우리를 복음의 빛 속에서 춤추게 하며 구세주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의 대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어줍니다.
설교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모든 신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하며, 복음의 진수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복음의 진수를 담은 명설교문으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