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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끝, 예수의 시작
카일 아이들먼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1월
평점 :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책, 생명을 주는 책을 만나다!
"그 하룻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로 혁명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니체의 말입니다. 독서를 권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겠지요. 책이 가진 파급력, 생각할수록 놀랍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인생을 흔들어놓을 책, 그 진동으로 세상까지 뒤바꿔놓을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출판물이 홍수를 이루는 세상에서는 더욱 어렵습니다. 때로는 책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너도나도 책을 내고, 장삿속으로 출판물을 쏟아내니 책의 진가가 오히려 퇴색되어갑니다.
그런데 여기 지혜와 지식, 재미와 감동, 위로와 희망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명을 주는 책이 있다면요? 절망한 인생을 토닥이고, 쓰러진 이를 다시 일으켜세워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책이 있다면요? 세상이 뒤집힐 일이지요. 열일 제쳐두고 읽어볼 일이지요. 값진 보물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일이지요. 문제는 그 책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의 끝, 예수의 시작>은 '종교서적', '기독교서적'으로 분류되는 책입니다. 나와 상관 없는 책이라고 제쳐둘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 모두와 상관 있는 책입니다. 그것도 깊은 상관이 있는 책입니다. 지금 절망의 벼랑끝에 내몰려 있다면, 무기력의 늪에서 어떤 의욕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더더욱 상관이 있는 책입니다. <나의 끝, 예수의 시작>은 끝장난 내 인생이, 파산해버린 내 인생이, 그 밑바닥이, 그 절망이, 그 한없는 무기력이 사실은 축복이라는 역설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세상이 비웃는 내 연약함이, 그 지독한 수치가 사실은 귀한 능력이라는 믿을 수 없는 진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내 인생이 뒤틀린 것이 아니라, 사실은 세상이 뒤틀려 있다는 것을 똑바로 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꿈이 깨졌다고 슬피 울지만, 사실은 그때가 진짜 꿈을 꿀 때라는 놀라운 진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꿈을 꾸던 삶이 애통하는 삶으로 변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대로 될 수 있다면? 악몽에서 진정한 꿈으로 깨어날 수 있다면? 우리의 애통이 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예수님이 또다시 세상의 관념을 뒤엎으신다. 인생이 끝난 것만 같은 깊은 상실과 실망의 한복판에서 예수님은 책장을 넘겨 소망과 구속의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 주신다"(43).
이 책 안에 숨겨진 보석(진리, 생명)을 발견하려면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믿음', '믿음의 눈'이라고 말합니다. 성경 지식이 있다면 더 깊이, 더 빠르게 이해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믿음의 눈, 성경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믿음의 눈은 마음만 열면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들어보려고만 하면 저절로 마음이 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끝, 예수의 시작>은 하나님의 잔치가 열렸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거절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당신이 "잠시라도 멈추면 공허해질까 두려워 소비의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소처럼 일하느라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데 지쳐 오직 영혼의 짝을 만나는데 모든 걸 걸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초대를 거절할 것입니다. 당신의 인생은 물건, 활동, 연애로 꽉 차 있으니까요. 그러나 완전히 파산하여 내놓을 게 하나도 없는 인생이라면, 마음 안에 주체할 수 없는 큰 슬픔의 강이 흐르고 있다면, 남을 업신여기는 죄는 지을래야 지을 수도 없는 밑바닥 인생이라면, 꾸미고 연기하는 위선을 떨 여유조차 없이 흉터를 드러낸 채 살고 있다면, 이 초대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끝나는 지점", 바로 그 "가장 뜻밖의 지점에서 복이 시작되고 참된 만족을 발견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요.
사실 이 책은 크리스천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예수를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은혜를 전하는 책입니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전을 주는 책입니다. 그러나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가슴 아픈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파산하여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특히 '38년 된 병자'와 같이 이제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이 더 익숙해져버린, 무력감에 완전히 사로잡혀 '할 수 없다'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공허한 희망을 불어넣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일장연설을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같이 울어주려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생명, 진짜 생명을 주려는 것입니다. "당신의 거적을 들고 걸어가라. 무력감을 흩어 버릴 행동을 하라.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모르겠다면 하나님께 묻고 귀를 기울인 다음, 그분이 시키시는 대로 하라"(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