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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말 - 나를 깨우는
노재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나는 자신을 동정하는 야생동물을 보지 못했다.
얼어 죽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작은 새조차도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I never saw a wild thing sorry for itself.
A small bird drop frozen dead from a bough
without ever having felt sorry for itself.
- D. H. 로런스(영국 작가, 13).
사랑이라는 말이 넘치는 시대인데 진정한 사랑은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위로의 말이 흔한 시대인데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위로를 만나는 일이 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믿어라, 열정을 가져라, 넌 할 수 있다"고 외쳐대는 세상보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독설에 더 깊이 공감을 하는 건, 대책 없는 자기 확신과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얼마나 공허한지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영혼 없는 위로도 김이 빠지지만, 현실은 외면한 채 으쌰으싸 수술만 흔들어대는 응원가도 김이 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른바 힐링 효과를 노리는 말"이 아니라, "세상 일의 급소를 찌르거나 읽는 이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말"이라고 말합니다. 속에 약도 없이 당의정만 넘쳐나는 시대에는 차라리 쓴맛 그대로가 좋다는 것입니다(6). 그리하여 지은이는 "불친절한 세상, 위로 대신 눈앞을 명료하게 밝혀줄 차가운 진실들"을 건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베두인족의 속담이 있습니다. "진실은 무기 없이 세상을 걸어 다닌다"(181). 진실은 "그만큼 약하고 당하기 쉽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진실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저자도 일러주듯이 "진실은 약하면서도 속성 자체는 매우 독"합니다(181). 죄 중에 가장 무서운 죄는 내 죄라는 말이 있듯이, 진실 중에 가장 독한 진실은 바로 나에 관한 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에게만 숨은, 그리하여 나를 돌아보게 하는 진실, 그래서 <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은 아픕니다. 공허한 응원가에 가려진 인생의 진실을 밝히기 때문이지요.
지은이가 건네는 말 중에 정말로 기운이 빠지게 만들었던 서늘한 말 중 하나는, "인생은 고릴리와 레슬링하는 것과 비슷하다. 당신이 지쳤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릴라가 지쳐야 끝난다"(65)는 로버트 스트라우스의 말이었습니다. "내가 졌다고 선언하며 수건을 던져보았자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내가 끝낼 수 없는 싸움이라는 깨달음이 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그러니 다 끝난 것처럼 주저앉아 있지 말고 다시 일어서야겠지요. 덧붙인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인내가 아니"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 진짜 인내다"라는 말도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서늘한 말"만 담긴 것은 아닙니다. 사실 더 독한 말들을 잔뜩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따뜻해서(?!) 김이 좀 빠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마음이 약한 분인 것 같습니다. <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은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잠을 깨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많은 명언 중에서도 우리의 잠을 깨워줄 '서늘한 말'을 모았다는 것이 흥미롭고, 잘못한 정보와 함께 떠도는 명언이 많은데 그것의 분명한 출처를 밝히기 위해 애썼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명언집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이보다 더 독한 '서늘한 말' 2탄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20년 후에 너는 네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돛을 올려라.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멀리 항해하라.
돛에 한가득 무역풍을 실어라.
탐험하라. 꿈꾸어라. 발견하라.
Twenty years from now
you will be more disappointed by the things
that you didn't do than by the ones you did do.
So throw off the bowlines.
Sail away from safe harbor.
Catch the trade winds in your sails.
Explore. Dream. Discover.
- 마크 트웨인(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