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작업 노트 2 - 완벽한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 60가지 방법 사진가의 작업 노트 2
데이비드 두쉬민 지음, 홍성희 옮김 / 정보문화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자신만의 비전을 찾고 가지고 있는 도구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자."



취지는 좋았습니다. 지루하고 건조한 일상에 활력도 좀 불어넣고, 이왕이면 활동적인 취미로 스트레스 해소도 해보자 싶었습니다. 거금도 투자했습니다. 이왕 사는 것 좋은 것을 사야 남는 거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DSLR 카메라를 품에 안은지 1년입니다. 지금은 이 DSLR 카메라가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설명서는 왜 이렇게 두껍고 지루한지, 분명 '한국어'로 설정되어 있는데 카메라 메뉴는 왜 읽어도 뜻이 안 통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사진이 어둡게 나오는데도 설정을 바꿀줄 모르고, 1년 넘게 자동으로 설정해놓고 맛집 음식 사진이나 핸드폰으로 찍어도 별다를 것 없는 인물과 풍경 사진만 찍고 있습니다. 


좀 쉽게 배워볼까 하고 카페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기본 용어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니 설명을 들어도 이해도가 느렸습니다. 다시 설명서를 뒤졌지만 용어의 뜻과 활용도가 쉽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른 사진을 찍는 분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사진가의 작업노트>로 카메라와 사진을 배우며 깨달았습니다. 표현(사진)을 이해하는 것과 도구(카메라)를 이해하는 것이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은 <사진가의 작업노트> 두 번째 책입니다. "완벽한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 60가지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한마디로 말해 "도구(카메라)로 표현(사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진을 이해하는 것과 카메라를 이해하는 것이 하나로 연결되니 전에는 들어도 모르겠던 노출(존 시스템)이 처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RAW 형식 파일과 JPG 파일의 장단점도 이제야 명확해졌고요.


단순히 카메라 사용법이나 조작법을 익히고 싶은 분들은 설명서를 읽는 것이 더 빠를 것입니다. 그런데 표현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저처럼 기술은 더디게, 더디게 익혀질 것입니다. 저처럼 카메라 왕초보라면 이 책과 설명서를 함께 읽으면 학습 속도가 더욱 빠를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설명서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설명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몰랐던 카메라의 놀라운 기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복잡하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설명서를 건너뛰고 얌체처럼 카메라를 배우려고 했던 저의 조급함을 반성합니다.






"사진을 강렬하게 만드는 요인은 색다른 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구도의 모색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만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사진에 대한 근사한 철학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끊임없이 빛, 선, 그리고 순간을 찾는 것이다"라든지,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상상력, 열정, 인내, 감수성, 호기심 그리고 일정한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고집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와 같은 멋진 말에 밑줄도 그었습니다. 

글쓰는 사람들에게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물으면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고 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보라고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말을 합니다. "강렬한 사진을 만드는 마법지팡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해왔지만 필자가 틀렸다. 마법지팡이는 존재한다. 바로 수 만장의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두 번째로 크게 깨달은 것은 많이 찍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구와 연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턱대로 많이 찍어보는 것이 아니라, 도구(카메라)와 표현(사진)을 연구하고 배운 기술을 많이 연습하는 것이 정도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직접 실행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도 그런 맥락일 것입니다.

<사진가의 작업노트2>는 굉장히 수준 높은 사진에 대한 강의입니다. 어렵다는 뜻이 아니라, 깊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서둘러 쉽게 가려는 성급함을 내려놓고 제대로 사진과 카메라를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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