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허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 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어릴 때부터 기분이 울적하면 무엇이든 끄적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일기를 쓰기도 했고요. 나중에 일기를 읽어보면 우울한 내용만 가득해서 일기장을 자주 바꾸기도 했습니다.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다시 읽으면 낯뜨거워지는 그런 기분 때문에 말입니다. 그럼에도 끄적이기를 멈추지 못했던 것은, 손으로 무엇인가를 쓰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위안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몰입해서 무엇인가를 쓰고 있다 보면 널을 뛰던 감정도 차분해지고, 생각이 정리되기도 했으니까요. 


요즘은 아이들이 주로 하던 색칠놀이를 어른들이 즐긴다고 해서 컬러링북의 인기가 화제입니다. 그만큼 많은 현대인들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는 증거라며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주목받기도 하는데, 다소 호들갑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닌 듯 싶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이번엔 캘리 라이팅북이 등장했습니다. <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는 제목으로 말입니다. 








<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는 46편의 명시를 캘리그라퍼의 손글씨로 따라 쓰는 캘리 라이팅북입니다. 3가지 도구(붓펜 캘리그라피펜, 마카)를 이용해서 시와 어울리는 다양한 감정을 캘리그라피로 예쁘게 표현했습니다. 그렇다고 캘리그라피의 스킬을 배우기 위한 책은 아닙니다. 저자는 "먼저 시를 느끼고, 시의 느낌을 담은 캘리그라피를 느끼며 써보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이 책의 취지를 밝힙니다. 시도 읽고 캘리도 배우면서 힐링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일석3조의 책입니다. 


컴퓨터나 핸드폰 등의 기기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손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는데, 손글씨를 쓰며 명시 한 줄을 읽고 느끼는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처음엔 캘리그라퍼의 손글씨를 그대로 따라쓰는 데 열중했는데,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의 느낌을 표현한 손글씨의 느낌이 중요한 것이지 그대로 흉내만 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중간 중간 제 서체가 튀어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더 과감하게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껏 완성해갈 때마다 작품 하나를 만들어낸 듯 뿌뜻함도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재미 있을수록 아껴 그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페이지를 아끼려고 연습장에 따로 연습할 때가 더 많습니다. 색다른 일기장 같기도 하고, 나만의 작품집 같기도 해서 즐겁긴 한데, 한편으로는 부자들의 놀이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값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서민이니까요. 도서정가제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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