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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논문 쓰기 교실
도다야마 가즈히사 지음, 홍병선.김장용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9월
평점 :
"이 책은 기본적으로 대학생과 대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한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회인들이나, 입학 및 편입시험 수험생들까지도 응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12).
요즘 대학교에 '논문작성법'이라는 강의가 따로 개설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갈수록 학부에서는 논문을 시험으로 대체하여 학사학위 논문을 쓰지 않는 추세이기 때문에 논문을 써보지 않고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대학원에서도 '논문작성법' 안내를 받지만, 대부분 여백과 제목 크기, 서체 등 폼에 대한 규정 안내가 고작입니다. 그러니까 대학원이라 해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제로 내주는 1-2장짜리 페이퍼 훈련 정도만 받고 학위논문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하곤 합니다. 논문이란 무엇인지, 논문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본틀을 흉내내어 논문을 제출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겁니다. 사실 석사학위까지는 그리 대단한(!) 논문을 기대하지 않는 대학가의 분위기도 이와 같은 풍토에 한몫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학부를 졸업하고 입사한 후배들 중에 특히 '글쓰기' 업무를 버거워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짧은 인사말이나 소개글을 쓰는 데도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 않거나, 좋은 말은 잔뜩 늘어놓았는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논지가 모호한 글을 써냅니다. 인터넷 등에 떠도는 글을 모아 짜깁기하는 습관을 들인 졸업생들일수록 그런 증상들을(!) 많이 보입니다.
<초보자를 위한 논문 쓰기 교실>은 일차적으로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문작성법 강의입니다. '논문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문제제기(물음), 논증의 기술, 그리고 인용문과 참고문헌 양식까지 논문 쓰기의 이론과 실제를 차근히 일러줍니다. '논문'이라고 하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강한데, 이 책은 '논문작성법'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왕초보 캐릭터(한석봉)를 설정하여 저자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풀어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잘 정리된 노트처럼 문장을 도식화하여 핵심을 콕콕 짚어주고, 배운 것을 직접 응용해볼 수 있도록 '연습문제'까지 제시해줍니다.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논문이란 아우트라인을 풀어내면서 써나가는 것이라는 점과 논문의 생명은 논증에 있다는 점"(13)입니다. 논문은 기본적으로 "물음-주장-논증"이라는 도식 위에서, 명확한 질문을 제시하고 그 질문에 대한 해결을 목표로 어떻게 하면 설득을 위한 논증적 글쓰기를 할 수 있는지 매우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몇 년째 미뤄두고 있는 학위논문이 있어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책을 읽어가며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특히 문제의식을 조작하는 방법, 설계도에 해당하는 아우트라인을 확장시키는 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스스로 논증의 장벽에 부딪혀 미뤄두었던 논문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길이 보이는 느낌입니다.
<초보자를 위한 논문 쓰기 교실>은 실제 학위논문을 써야 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도서이지만, 설득을 위한 논증적 글쓰기 교육 교재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논문을 쓰다 막힌 분들은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절로 정리되기도 할 것입니다. 또 학위논문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페이퍼 과제가 어려운 대학생, 논문을 준비하는 수험생, 글쓰기 업무를 맡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