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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총알여행 -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떠나는 초간편
신익수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떠나는 초간편 ★ 당일치기 총알여행!
"9월, 10월, 11월, 12월. 남은 2015년도. 놀고 싶다. 지금도 놀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놀고 싶다." 휴가 시즌이 지나고 다시 뛰는 하반기, 업무계획서를 작성하며 팀원들에게 외쳤습니다! 더 격렬하게 놀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푸념을 늘어놓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어디선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강렬한 외침이 들려올 때마다 더 더 더 강렬하게 여행을 갈망하게 되고, 그러나 막상 떠나고 싶다는 것은 말뿐 계속 엉덩이를 뭉개고 앉아 있는 저를 볼 때마다, 여행도 습관이라는 단순한 진리가 마음에 사무쳐옵니다. 무슨 강박증 환자처럼 학교가는 길도 오직 한 길, 출근하는 길도 오직 한 길, 퇴근하는 길도 오직 한 길, 버스를 타도 늘 앉는 그 자리, 지하철을 타도 늘 타는 그 칸을 고집하는 인간이라 준비 없이 어디로 훌쩍 떠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옆에서 선동을 하고 모의를 해주는 친구들이 없으면 '일탈'을 좀처럼 꿈꾸지 못하는 소심한 겁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 엄청난 에너지로 저를 길 위로 내모는 책이 있습니다. 얍실하고 이기적인 여행자가 되라고 외치는 <당일치기 총알여행>! 이 책은 한라산 백록담 포함, "대한민국 구석구석 모든 곳을 당일치기로 찍고 온 집념의 사나이", 신익수 매일경제여행,레저전문기자님의 초간편 인스턴트 여행책의 결정판입니다.
"이 책은 성질 급한 독자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이다. 그러니, 아련한 낭만에 젖어, 구석구석, 그 지역을 느끼고 사랑하실 분들은 아예 책을 덮어 주시기 바란다. ... '얍스' 같은 얍실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당일치기' 코스만을 추린 것이다. ... 당일치기, 길어야 1박이 살길이다. 인생, 짧다. "에이, 2박 3일은 돼야지" 하고 놀다간 당신의 황금 같은 주말과 휴가, 순식간에 다 없어진다. 여행, 지금부턴 이기적으로 다니시라. 짧고 굵게. 그리고 얍실하게"(4-5).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떠난 저자의 당일치기 총알여행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까지 알려줬는데도 즐기지 못하면 그건 팔자다'라는 자조 섞인 한숨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시간 없다, 돈 없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다 핑계이고, 여행은 정말 습관인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짧고 굵게!
스페셜한 맛있는 총알여행을 제외하고, 목차로만 보면 <당일치기 총알여행>은 총 52개의 여행지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1년이 52이주이니 1년 내내 주말마다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당일치기 총알여행>에서 새롭게 소개하는 여행지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많이 들어본 곳이고 많은 사람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행지를 즐기는 질은 확실히 다릅니다. '내일로 티켓' 한 장으로 떠나는 무한 리필 여행도 있지만(어차피 나이 제한이 있어 저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요ㅠㅠ), 일단 이 모든 여행을 '당일치기'로 즐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다보니 서울과 근교가 확실히 많기는 하지만, 완도 ,청산도, 남해도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많이 보아야만, 길게 떠나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배웠습니다.
또 하나, 생각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하고 떠나면 오히려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생각 없이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면 그곳을 더 오롯이 즐기고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원들이랑 어렵게 시간을 내서 정선지역을 여행하며 '화암동굴'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준비 없이 떠난 이 분만큼 제대로 즐기고 오지 못했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할 때는 닮고 싶은 모델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앞으로 국내여행의 제 모델은 "일본 대마도도 당일로 찍고 오시는" 이 분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일단 이 분도 '흥'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어디를 가도 불평을 더 많이 쏟아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것을 보고도 감탄하고 소소한 즐거움에도 '신'나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분과 함께 <당일치기 총알여행>을 하면 무엇을 해도 저절로 흥이 날 것 같습니다! '여행'이라 거창하게 이름 붙어지 않아도 어디로든 훌쩍 떠나 볼줄 알고 즐길 줄 알면 그것이 바로 여행이고, 즐거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떠나는 당일치기 총알여행도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즐길 수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