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기도 - 의무를 지나 기쁨에 이르는 길 찾기
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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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기도를 들으시기로 작정하셨다"(310).



말하는 것만큼 쉬운 것도 없지만, 말을 잘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기도만큼 쉬운 것도 없지만, 기도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담임목사님은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사랑은 동사다. 하는 것이다. 기도도 동사다. 기도는 '하는' 것이다." 기도는 이론보다 실천이라는, 다시 말해 기도에 '관해' 배우려고 힘쓰기 보다, 기도 '하는' 데 더 힘쓰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팀 켈러의 <기도>는 기도에 '관해' 가르치는 책이며, 기도 '하는' 데 힘쓰도록 이끌어주는 책입니다. 기도는 동사이기 때문에 이론보다는 실천이 먼저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한 번쯤 기도를 이론적(!)으로 점검을 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 켈러 목사님의 책이 좀 그런 경향이 있는데, 이 책 역시도 읽어내기 쉬운 책은 아닙니다. 기도에 '관해' 얼마나 예리하게 파고드는지 좀처럼 지칠 줄 모르는 그 지적 탐구력이 경탄스러울 정도입니다. 기도에 관한 가르침 중에서 성도가 귀담아 들어야 할 가르침 중 하나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는 명상이나 황홀경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도를 통해서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지만, 기도는 본질적으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요 만남이지 자아를 잊고 신(우주)과 합일을 이루는 황홀경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팀 켈러는 이성적 신비주의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신비주의를 향한 경고는 중요하지만, "기도가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 그 경이롭고, 신비하며, 외경스러운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72)는 한마디로 기도의 신비를 잘 정리해주었습니다. 


<팀 켈러의 기도>는 기도란 하나님과 나누는 대화인 동시에 만남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팀 켈러는 실제적인 기도 훈련을 위해 어거스틴과 루터, 칼뱅의 가르침과 기도 습관, 그리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을 본보기로 삼습니다. 그리고 찬양, 고백, 감사, 간구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형태의 기도를 다시 우리 기도생활에 적용해줍니다. 기도에 관한 성경적 탐구,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 많은 저작들을 탐구하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고 공통된 가르침 한 가지는,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님 말씀에 풍덩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도를 하려면 먼저 성경을 펴고 그 간구를 들이실 분에 관해 배워야 한다. 성경을 읽으며 깨달을 때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알게 된다"(87), "기도의 목표가 진실하고 인격적인 교제라고 본다면, 온 마음을 다해 성경에 기록된 한 구절 한 구절에 깊이 몰입하는 게 기도하는 법을 베우는 유일한 길이다"(88)는 가르침이 계속 반복됩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아내 케시마저 크론병 증세와 씨름하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헤매던 어느 날, 반드시 매일 밤 빠지지 않고 기도해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머릿속에 불이 반짝 켜지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기도 말고는 답이 없는 절박한 그때에 그동안 올바른 기도를 드리지 못했다는 자각이 깊어졌고, 기도 생활을 더 높은 차원까지 끌어올리고 싶어 관련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기도에 관한 실험을 시작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25-26). 그렇게 기도를 배우며 갑상선암 수술을 무사히 마치자마자 개인적인 경건 생활에 변화를 주었는데, 첫째는 시편을 통독하면서 규칙적으로 시편 말씀에 기대어 기도하는 습관이 들기 시작했고, 둘째는 성경을 읽은 다음, 기도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시간을 내서 묵상하는 훈련을 했으며, 셋째는 아침만이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고, 넷째는 더 큰 기대를 품고 기도하기로 한 것입니다(35). <팀 켈러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생활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목표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성경 말씀에 기대에 기도하고, 아침 저녁으로 매일 기도하고, 더 큰 기대를 품고 기도하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기도를 배우고 훈련해야 하며 여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도는 성도의 의무이며, 때로 고된 노동과 같이 힘겨운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팀 켈러의 기도>는 기도는 의무를 지나 무궁하고도 신비한 기쁨에 이르는 여정임을 가르쳐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기도를 했지만 기도를 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하나님께 호소하고, 필요가 있을 때 하나님께 간구하는 일 외에는 하나님과의 만남과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음을 회개했습니다. 이 책의 가르침을 실천한느 첫 걸음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시편을 한 편씩 읽고 묵상하고 있습니다. 성경 속에서 간구할 제목을 찾는 일이 즐겁습니다. 또 주기도문 속에 얼마나 놀라운 간구가 함축되어 있는지 다시 묵상하며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마음으로 주기도문으로 기도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기도에 관해 가장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답변을 해주는 책입니다. 팀 켈러와 같이 기도생활을 더 옾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분들에게 기꺼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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