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입문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우리글발전소 옮김 / 오늘의책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고 인간의 과대망상은 지금의 심리학 연구에 의해 세 번째의 가장 민감한 모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현대 심리학은 자아가 결코 자기 집에서조차 주인이 아니며, 자기의 정신생활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극히 적은 정보밖에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하고 있다. 인간의 내부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이 경고는 우리 정신분석가들에 의해 제일 먼저 또 유일하게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모든 개인들과 직접 관련된 경험적 재료를 통해 뒷받침한 공은 우리에게 있다. 이것이 온 세상이 우리의 학문에 저항하는 이유이며, 품위 있는 학문적 자세까지 내던지고 모든 공정한 논리를 무시하며 우리에게 반대하는 이유다"(367-368).



지금이야 인간 '무의식'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없고 부정하는 사람도 없지만, 처음 프로이드가 무의식의 세계를 강조했을 때 세상에 던져졌던 충격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대한 저항과 비판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프로이트는 스스로 "온 세상이 우리의 학문에 저항"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세상이 프로이트의 이론에 이처럼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세상에 모욕감을 안기기 때문이랍니다. 첫 번째 모욕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우주계의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이며, 두 번째 모욕은 "인간이 자기 것이라 여겨왔던 창조의 특권이 무너져 내리고, 인간은 단지 동물계에서 진화한 존재이며 그 동물적 본성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받았을 때"라고 꼬집습니다. 그러나 가장 민감은 모욕은 "자아가 결코 자기 집에서조차 주인이 아니라"는 심리학의 연구결과입니다. (인간의 무의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심한 모욕감이 들기도 합니다.) 만물의 영장이요, 이성적 동물이라고 자부했던 인간이 사실은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세계에 조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프로이트의 분석은 무의식의 발견이 지동설이나 진화론이 맞먹는 혁명적 이론임을 스스로 밝힌 셈입니다. 프로이트는 세상과 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문을 열어놓은 위대한 불멸의 인물로 남았습니다. 


<정신분석 입문>은 프로이트가 빈 대학에서 진행된 두 번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놓은 것입니다. "정신분석에 대한 지식이 없는, 그리하여 기초적인 입문이 꼭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심리학 전공자(개인적으로 교류분석 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가 아니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펼쳐들었습니다. 프로이트는 실수행위와 꿈, 그리고 노이로제 총론을 다루는 이 강의를 통해 두 가지 테제를 논증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는 듯합니다. 하나는 정신 현상 자체가 무의식이며 의식의 과정은 전체 정신 활동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성적(性的)이라고 부르는 욕구의 흥분이 노이로제나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가 강의를 시작하는 첫머리에 밝혔듯이 세상이 정신분석 이론에 그처럼 반감을 사는 이유가 이 두 가지 주장에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를 증명하는 데 힘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정신분석 요법은 의사와 환자의 상담, 즉 말을 통해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당시에는 "어떻게 말만 가지고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많았던가 봅니다. 또 정신분석은 남의 말을 통해서 듣고 배울 수밖에 없는 필연적 불완전함을 가진 학문이라고 프로이트는 털어놓습니다. 이러한 한계와 불완점함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을 하나의 과학적 학문으로 이끈 프로이트의 힘이 새삼 대단해보입니다. 


그동안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말하는 책은 많았어도, 프로이트가 직접 말하는 정신분석은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책은 프로이트에게 직접 배우는 정신분석 입문이라는 점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처음부터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자나 비전공자 모두에게 정신분석의 기초를 배우기에 더 없이 좋은 교재요, 대중적인 교양서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내기 그리 녹록한 책은 아니지만, 프로이트가 진행하는 강의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기분이 왠지모를 은근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 중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꼭 만나보고 싶은 천재 학자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생생한 프로이트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의 존재가 무척 반가울 것입니다. 소장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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