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투쟁
장정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투쟁!



책을 무척 좋아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그가 정성들여 읽는 책에는 언제나 눈길이 갑니다. 일명 '타임 킬용'(시간 죽이기용)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덮어버리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꼭 읽어야 할 책만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인생이라는 게 그의 독서철학입니다. 그처럼 깐깐하게 책을 고르는 사람이 천천히 아껴읽는 책을 보았으니 당연히 눈길이 갈밖에요. 그 책이 바로 <장정일의 공부>였습니다. 2006년에 초판된 책을 왜 다시 읽나 싶었는데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나왔답니다. 10년 동안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장르, 어떤 주제의 책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공부법을 가르쳐 주는 책인가?'였습니다. 


<장정일의 공부>는 한국 사회가 저자에게 불러일으킨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저자 스스로 책을 찾아 읽으며 공부한 결과물입니다. 때로는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우연한 궁금증이 관련 도서를 찾아 읽으며 사유를 확장해가기도 하고, 때로는 대한민국의 현안과 관련된 주제를 풀어내고자 책을 파고들며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런데 이런 공부를 시작한 동기? 목적?이 참 재밌습니다. 저자는 "확실하게 편들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밝힙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마흔 넘어 새삼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우선 내 무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극단으로 가기 위해, 확실하게 편들기 위해, 진짜 중용을 찾기 위해!"(서문 中에서). 


"확실하게 편들기"를 저자의 표현을 빌어 다른 말로 바꾸면 "중용의 무지에서 벗어나기"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국가나 어떤 사회적인 현안에 대해 난 '중립적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난 아는 게 없어"라는 말과 같다고 풀이합니다. "중용의 본래는 칼날 위에 서는 것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사유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러니 그 중용에는 아무런 사유도 고민도 없다. 허위의식이고 대중 기만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무지의 중용을 빙자한 지긋지긋한 '양비론의 천사'들이 너무 많다"(서문 中에서). 그러니까 사유과 고민이 없는 중용의 미덕은 사실 "아무 생각 없음"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학력이 중학교 졸업밖에 되지 않는"(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당시에 치러지던 고등학교의 학내 군사 훈련(교련)을 피하고자 진학을 포기했기 때문, 18)이라고 해서 찾아보니, "최연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 "중졸의 대학교수"로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자의 지식이나 사유의 힘은 학교교육으로 길러진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장정일의 공부>와 같은 독서로 쌓여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그는 무서운 독서광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비판적인 책 읽기가 습관이 된 사람, 한마디로 책을 참 "잘 읽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쓰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얼마나 적확한지 과녁의 정중앙을 명중시키는 듯한 매서움이 느껴집니다. 이 책의 부록에는 하나의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 "장정일이 공부한 책 목록"이 수록되어 있스니다. 지금까지의 독서가 부끄러워지면서 책을 읽으려면 이렇게 읽고, 적어도 어떤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려면 이 정도 공부는 하고 나서 말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정일의 공부>는 우리가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살았던 대한민국의 사회적 현안들에게 대해 눈뜨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부(독서)에 대한 목마름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합니다. 지식이 확장될수록 확장된 지식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무엇을 모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정일의 공부>를 통해 나의 지식이 확장될수록 내 마음에 사무쳐 오는 한가지 진실은 내가 모르는 것이 이처럼 많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등떠밀려서 했던 입시공부말고, 장정일식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무엇에도, 심지어 내가 읽는 책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해 말입니다.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서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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