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필사 시간 : 상록수 나를 찾는 필사 시간
심훈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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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기 위해 필사는 꼭 필요한 연습이다.

또한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다.


소설가 조정래


퇴근하면 일단 TV 앞에 앉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볼 것이 있든 없든 말입니다. 요즘은 TV 앞에 작은 상을 펴고 앉는 것이 습관이 되고 있습니다. 상 위에는 필사노트와 펜을 올려놓고 말입니다. 아직은 TV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필사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TV의 소음은 저절로 사라지니까요. 요즘 컬러링북과 함께 필사노트도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아마도 그 원인은 '소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아도 끊임없이 눈과 귀를 파고드는 소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도피처가 되어주니까요. 가만히 필사에 몰두하고 있다 보면, 잡념으로 들끓던 머릿속도 하루에 12번도 더 감정의 파도를 타는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 더 치열한 지식이 아니라 이렇게 고요하게 내 마음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필사에 도전한 건, 일단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오랜 목마름 때문입니다. 조정래 작가님도 말했듯이 글을 잘 쓰기 위한 훈련으로 필사만한 것도 없다는 추천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닥치는 대로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좋은 문장으로 쓰여진 책을 한 권 필사하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도 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손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으니 자꾸만 글씨체가 이상해지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필사는 정독, 문장연습 뿐 아니라, 손글씨 훈련까지 제게는 더 없이 좋은 훈련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필사의 장점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찾는 필사시간>은 "다양한 작가들의 문체를 습득할 수 있으며 작가의 좋은 문장이 내 것"이 되는 장점말고도, 맞춤법과 띄어쓰기 향상, 글을 이해하고 창작하는 기술, 모방을 통한 창작훈련, 나의 생각을 쓰고 싶다는 육구 등을 필사의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필사를 시작하는 분들을 위하여!



필사가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는 분들에게 이 책은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제공합니다. 필사라고 하면 무조건 '베껴쓰기'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 책은 가장 먼저 "가능한 한 문장, 한 단어를 눈으로 보고 암기해서 노트에 적으라"고 조언합니다. 필사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필사를 한답시고 무조건 베껴쓰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글자를 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한참을 베껴쓰며 팔이 아파오기 시작하면 이게 무슨 소용인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가능한 문장을 암기해서 노트에 적는다는 것,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또 "유용한 문장 표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시해 좋은 표현들을 따로 정리하라"고 조언하는데, <나를 찾는 필사시간>은 필사노트 하단부에 독특한 문장이나 표현을 따로 정리할 수 있는 메모란이 있습니다. 어휘와 문장력을 기르기 위한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극찬하고 싶더라고요!






 




"손으로 베껴 쓰는 문장은 놀랍게도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있다"(5).



<나를 찾는 필사시간>에서 필사하는 첫 책은 심훈의 <상록수>입니다. 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한 이 책을 읽으며 어슴푸레'채영신'과 같은 삶을 꿈꾸었던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동혁과 같이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이상을 품은 인연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말입니다! 필사를 하며 깨달은 것은 어릴 때는 그 맛을 몰랐던 사투리 표현의 구수함이 리얼하게 살아 있다는 것, 동혁이 영신에게 빠져드는 감정이 제 기억보다 격렬했다는 것입니다. 필사를 하며 이들의 클래식한 사랑에 오랫만에 설레였답니다.


이처럼 많은 양의 손글씨를 써본 것이 언제였는지 모릅니다. 글씨가 생각만큼 예쁘게 써지지 않아 괜히 펜을 탓하며 볼펜으로 썼다, 연필로 썼다, 샤프로 썼다 혼자서 매일밤 끙끙대었습니다. 글씨체에 신경쓰느라 정작 내용은 뒷전일 때도 있었지만, 노트를 볼 때마다 가득 차오르는 뿌뜻함이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분들, 어휘와 문장력을 훈련하고 싶은 분들, 손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은 분들, 그리고 마음이 복잡한 분들에게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필사'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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