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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움 - 삶이 다시 경이로워질 때 믿음은 시작된다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은 결국 고해의 바다일 뿐일까요, 아니면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것일까요?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생은 어떤 의미입니까?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인생은 흐느낌과 훌쩍거림과 미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중에서도 훌쩍거릴 때가 제일 많다." 오 헨리의 말처럼, 대부분 무덤덤한 반복과 지겹고 불만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힌 채 사나운 운명에 흐느끼고 훌쩍거리며 살아다가, 간혹 찾아오는 삶의 빛나는 환희와 생명력 앞에 한번씩 미소짓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짧은 순간이여서 환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그 찰라의 환희로 흐느낌과 훌쩍거림을 견디며 말입니다.
<경이로움(wonder)>은 삶의 황홀감을 생생한 것으로 만드는 그 무엇,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만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 그 벅찬 환희의 실체를 추적하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것을 세계적인 석학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경이로움'이라 이름 붙이고 이렇게 정의해냅니다.
"경이로움이란 절대 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황홀하게 만드는 마음의 그 '사로잡힘'이다. 그것은 현실을 단단히 그러잡고 있는 것이어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절정을 느껴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삶의 투쟁에서 비롯되는 좌절과 낙담이 있다고 해서 취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평범한 가운데 비범한 것을 알아보며, 그 비범함 속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재확인한다. 경이로움은 영혼(영적인 것)을 굳게 움켜쥐면서도 몸(물질적인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경이로움은 매 순간을 즐기면서도 영원의 눈으로 삶을 해석한다"(44-45).
<경이로움>은 어떻게 하면 그 경이로움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으며 그것을 유지하고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달리 표현하면 원더풀한 인생을 누리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탐구한 철학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C.S. 루이스 이래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이름이 높지만 이 책은 신학적 탐구라기 보다 철학적 탐구에 가깝습니다. <경이로움>은 궁극적으로 경이로움의 근본이신 하나님께로 독자를 인도하지만, 인생과 시대를 통찰하는 철학적 탐구 없이는 쉽게 설득되거나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왜 뜬금없이 "경이로움"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로 우리에게 다가왔을까 궁금했는데, 너무나 역설적이게도 오락과 쾌락과 물질이 넘치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경이로움>이라는 놀라운 통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현대인은 마치 장난감을 여러 개 가진 아이와 같이, 너무 많은 기회와 가능성 때문에 오히려 천진한 호기심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 우리가 정작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하여 더 많이 가질수록 고마워할 줄 모르고 오히려 지겹고 불만스러운 감정을 쏟아놓는 배은망덕한 인간이 되고 있는지를 밝히는데, 그 중심에 "경이로움"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라, 온통 경이로움이다. 그리고 삶을 매혹적이고도 거룩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영혼을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면 우린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종교 중에서 기독교 신앙이 제공하는 것처럼 풍요로운 음악을 지닌 종교가 없는 까닭이 바로 그것일지 모르겠다. 그분의 이름이 '경이로우심'이기 때문에 우리는 노래 부른다"(50).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듯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지성과 풍요를 자랑하는 현대인들이 오히려 경이로움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대상을 잘못 정하고 찾아 헤매기 때문입니다. <경이로움>은 그 한 예로 성과 부의 유혹을 경고하며, "비록 그것들이 기막히게 좋은 선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는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은 될 수 없음"을 논증합니다(105).
<경이로움>은 읽어내기 녹록지 않은 책입니다. 끈기가 필요하고 깊은 사색이 필요한 책입니다. 또 기독교 색채에 대한 선입견으로 거부감을 느낄 독자도 있겠지만, "경이로움은 감사와 진실과 사랑과 희망의 절정에서 풍성하게 이루어진다"(178)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또 경이로움을 유지하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공부와 독서와 사색과 깊이 있는 대화와 믿음으로 기도하기 등이 필요한데, 그것은 한마디로 "예배"라는 설명(215)에 이르기까지 편견 없이 다가가 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세계적인 강연가의 철학적 통찰과 성찰을 통해 시대를 읽고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가 될 테니까요.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경이로움"의 근원을 발견한다면, 우리 삶은 그야말로 원더풀해질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예수를 믿어도 여전히 패배자처럼 시큰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창조주의 놀라운 손이 모든 삶 속에 천국을 가득 채워주셨음을 깨닫는 것 - 그것이 경이로움의 한 부분이다"(170-171).
땅은 천국으로 가득 차 있고
모든 흔한 숲은 하나님으로 불타오르지만,
오직 보는 자만이 신발을 벗고
나머지는 둘러앉아 검은 딸기를 따는구나.
- Elizabeth Barrett Brow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