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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비비어의 결혼
존 비비어 지음, 유정희 옮김 / 두란노 / 2015년 4월
평점 :

'하나님, 천국에서 존(남편)과 함께 살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만 하신다면 이 결혼생활을 계속 하겠습니다'(94).
남편에게 이보다 더 철저히 절망할 수 있을까요. 행복하려고 한 결혼인데 그 자체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일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존 비비어 목사의 아내이자, 이 책의 공동저자인 리사 사모는 자신들도 결혼생활을 끝장내고 싶을 때가 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며 얼마나 큰 용기를 내었는지 존과 리사 부부는 결혼생활을 위협했던 자신들의 은밀한 죄까지도 숨김 없이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야만 결혼생활의 적나라한 실체와, 또 어떻게 해야 결혼생활의 위기와 고통을 극복하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특별한 연합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위치에 있고, 또 그런 위치에 있어야 할 목사 부부가 부부 사이의 문제를, 특히나 자신들의 은밀한 죄의 문제를 이처럼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결단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 가정에 임한 회복의 은혜를 모두와 나누고자 하는 열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봅니다. 이 책을 통해 역사하실 하나님의 회복의 은혜가 더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너무나 많은 결혼이 실패하는 이유는 비현실적인 기대와 비전의 결핍 때문이다"(105).
결혼에 대한 비유가 재밌습니다. 결혼은 해변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산꼭대기에 오르는 등산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실제로 에베레스트 등반가들의 사망률보다 이혼율이 약 25배는 더 높다"는 통계가 흥미롭습니다. 결혼생활은 에베레스트 등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사랑해서 만난 두 사람인데 함께 사는 일이 이처럼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 지적하는 한 가지 원인은, 결혼이 "각 배우자의 결점들을 부각시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23). 완벽한 배우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곧 서로의 모든 결함들을 점점 더 알아가는 것이 결혼생활이며, 서로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기 시작하면서 결혼은 고집 센 두 사람의 전쟁터가 된다는 것입니다(124).
그런데 이 보다 더 문제는, 많은 부부가 사나운 풍랑에 가정이라는 배가 흔들리면 금방 배에서 내리고 만다는 것입니다(24). 존 비비어 목사는 "너무도 많은 결혼이 실패하는 이유는 비현실적인 기대와 비전의 결핍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결혼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환상이 깨질 때, 불행하기만 한 결혼생활을 더 지탱하고 이어갈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비전 없는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전 없는 결혼은 처음부터 실망과 역경을 극복해낼 동력 없이 출발하는 여행과 같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결혼생활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생활이 사랑을 지탱하고 있다"(317).
기혼자나 미혼자나 결혼 앞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일 것입니다. "우리는 왜 결혼을 하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72) <존 비비어의 결혼>은 '결혼'은 바로 하나님의 작품이며, 하나님은 분명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결혼을 만드셨음을 가르쳐줍니다. 결혼에 담긴 이 비밀과 신비를 분명히 깨달을 때, 우리는 사나운 풍랑 가운데서도 결혼을 지켜가야 할 당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 비비어의 결혼>은 결혼이란 이처럼 위대한 하나님의 작품이니 우리는 무조건 결혼을 존귀하게 여겨야 하며, 비전과 목적이 분명하다면 누구나 결혼을 아름답게 가꿔갈 수 있다고 핑크빛 약속을 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비현실 기대와 두려움, 과거의 상처와 죄의 문제, 가정폭력, 자*와 음란물 중독 등의 문제와 맞닥뜨리며 결혼을 지키기 위해 처절히 몸부림쳤던 자신들의 고통과 지난했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리사가 존을 용서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있는 배우자를 변화시키기 원하며, 가정을 위협하는 배우자의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님께 고하며 씨름하는데, 하나님의 관심은 오로지 "나"였다는 리사의 고백에 눈물이 났습니다. "마침내 내가 깨어졌다. 하나님이 내 마음속에서 그의 뜻대로 행하시기 시작했다. (...) 내가 존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오직 하나님만이 존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나님이 나를 변화시키게 할 수 있었다"(130). 그리고 "나중에야 남편을 미워하는 것이 오히려 남편의 변화를 방해한다는 걸 알게 됐다"(138)고 고백합니다.

결혼은,
너희가 아닌 하나님의 작품이다.
그 세부사항 하나하나에까지
그분의 영이 깃들어 있다
(말 2:15, 메시지성경)
<존 비비어의 결혼>을 읽으며 회개와 소망을 동시에 품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결혼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저런 게 결혼이라면 난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결혼을 가볍게 여겼던 오만함과, 저런 가정도 결혼생활을 지속할 이유가 있을까 의구심을 품었던 오만함과, 저 가정의 최선은 '이혼'이 아닐까 멋대로 판단했던 오만함을 회개했습니다. 동시에 결혼에 담긴 하나님의 신비와 계획을 묵상하며 결혼을 꿈꾸어 보기도 했습니다.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에 분노하며 그런 결혼을 기피하는 성향도 있었는데, 결혼이라는 모험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즉 결혼을 통해 하나님의 섬김과 신앙전수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존 비비어의 결혼>은 (예비) 부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각 장마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묵상과 행복한 결혼을 위한 토론 질문이 제시되어 있는데, 예비 부부를 위한 결혼학교 교재로 사용해도 좋고, 부부모임 안에서 나눔 교재로 활용해도 훌륭할 것 같습니다.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부부가 함께 읽고 나누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이 책을 통해 홀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합니다. 특히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부부 문제로 고통하고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모든 가정이 교전지역이 아니라, 특별한 연합의 장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책이 새로운 시작과 도전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